통권 제16호 이슈

인구정책 추진체계 최근 동향과 방향성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인구정책 #인구전략기획부 #고령사회대응
들어가며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일명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합계출산율은 안타깝게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도 낮고,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후에도 2072년 47.7%까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통계청, 2023). 대한민국 국민은 인구구조 변화를 10대 국가난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진승화, 홍성주, 김태양, 2024). 2005년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의거해서 지난 20년 동안 추진되던 인구정책 추진체계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앞으로 더욱 심화될 고령화에 대비하고,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인구정책 추진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실을 신설했고, 인구전략기획부 설치에 관한 정부조직법 및 인구위기대응기본법(현재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도 여당 원내대표를 통해 발의했다. 이 법률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의 인구정책은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그동안의 인구정책 추진체계를 돌아보고, 전환점에 있는 최근의 동향을 소개한 다음, 고령사회 대응 측면에서 한계점과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인구정책 추진체계의 역사적 변화
인구정책 추진체계 재편은 지난 20년 동안 수차례 있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되고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수립되던 2000년대 중반에는 보건복지부가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역할을 주도했다.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정책의 범위가 고용, 주거, 교육, 정보화, 경제, 산업 전반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유관부처와 연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대통령 소속하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2005년 출범시켰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23조에 따라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중·장기 정책목표 및 추진방향, 기본계획, 시행계획, 저출산·고령사회정책 조정 및 평가 등을 심의하는 자문위원회 역할을 했다.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 인구정책 총괄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서 2008년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조정했다가 2012년에 대통령 소속으로 다시 바꾸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2024년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위원장이 대통령이고,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8개 부처의 장, 민간위원, 자문단 등이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2023년까지 장관급의 비상근 부위원장과 대부분 관계 부처, 기관으로부터 1~2년 파견을 나온 30명 미만의 사무국이 실무를 담당해왔다. 조직 구성뿐만 아니라 업무 권한도 제한적이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취합, 정리, 협의, 수립, 발표하지만, 효과성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및 환류 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사전에 사업과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
한편, 2019~2020년대 초중반까지는 출산율 제고 대책을 중심으로 개편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별개로 변화하는 고령사회에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추진하는 범부처 인구정책 TF가 예산과 기획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를 필두로 구성, 운영되기도 했다(관계부처 합동, 2022). 인구정책 TF에서는 축소사회 적응력을 강화하고, 재정, 의료 및 돌봄, 노후소득, 제도 및 인프라 영역에서의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분야별 과제를 발굴 및 추진했다. 2024년 8월 현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도하고 관계부처, 연구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회의체인 고령사회 대응 정책추진단을 발족해서 운영 중이다.
전환점을 맞은 인구정책 추진체계의 최근 동향
기존 인구정책과 추진체계를 대대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 2024년 7월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발표했다. 같은 달 여당은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전면 개정안을 발의했고, 대통령실에 저출생대응수석실도 신설했으며, 2024년 9월부터는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추진단을 발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24년 7월 11일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발의한 정부조직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전부 개정 법률안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인구전략기획부라는 저출생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기획 부처를 신설한다. 저출산, 고령사회 관련 사업을 한 부처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사업은 기존 부처에 유지한 채 인구전략기획부에서는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수립, 인구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를 전담한다.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은 기획재정부에서 해오던 사무인데, 기획재정부의 사무에서 인구에 관한 사항은 제외하고 인구전략기획부에서 맡도록 한다고 해서 1961~1994년까지 중장기 국가경제개발계획을 전문적으로 수립, 추진하던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형태와 운영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인구전략기획부의 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직하고, 행정각부 순서에서도 기획재정부에 이은 두 번째로 지정하여 다른 부처와의 협의, 총괄, 조정 권한을 갖도록 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명 자체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서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변경할 정도로 달라지는 부분이 많다. 첫째, 대통령이 주재하던 위원회였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사회부총리인 인구전략기획부장관이 소관하고 명칭도 인구위기대응위원회로 변경한다. 그렇게 되면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재정부로 분산되어 있던 컨트롤타워가 인구전략기획부로 일원화된다. 둘째, 컨트롤타워로서 인구전략기획부가 강화된 권한을 가지도록 한다. 예산에 관한 권한 강화를 위해서는 저출생 예산 사전심의권을 부여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재정당국이 이 심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한다. 사업에 관한 권한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과 지자체장이 저출생 사업을 신설 및 변경할 경우 인구전략기획부와 사전 협의를 하도록 한다. 이외에 전문연구기관을 지정해서 중앙 및 지방 인구정책을 평가하고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게 하는 정책평가·수립·조정 기능을 한다. 셋째, 정책의 범위가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까지 확대하는데, 특히 인구의 국가 간 이동을 추가한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저출산 대책에 없던 안정적인 결혼·출산을 위한 주거 지원도 추가된다.
큰 방향성은 두 법률 개정안에 담겨 있지만, 인구전략기획부의 조직, 사업, 예산 등 세부사항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인구전략기획부의 운영을 위한 제반사항은 2024년 9월 범부처 합동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추진단을 발족해서 준비하겠다는 발표를 한 게 8월 말까지의 상황이다(곽민서, 안용수, 2024).
고령사회 대응 측면에서 바라본 인구정책 추진체계 최근 동향
인구정책 관련 법률, 정부부처 및 기구, 범위, 기능이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주로 저출산 대책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인구전략기획부와 사전에 신설 또는 변경을 협의해야 하는 사업은 저출생 정책에 한하고 고령사회정책은 포함되지 않는다.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은 새로운 저출생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해당사업을 다음 연도 예산 요구 시 포함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 제15조(저출생 관련 정책의 협의·조정 및 기획) 제5항에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저출생 관련 정책에 한해서다. 지난 7월 대통령실에 신설된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실도 말 그대로 고령사회 대응이 아닌 저출생대응 사무를 한다.
반면, 고령사회정책의 범위, 내용에서는 변화되는 바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2장 저출산·고령사회정책의 기본방향 제2절 제11조~제19조 고령사회정책에는 고용과 소득보장(제11조), 건강증진과 의료제공(제12조), 생활환경과 안전보장(제13조), 여가·문화 및 사회활동의 장려(제14조), 평생교육과 정보화(제15조), 노후설계(제15조의2), 취약계층노인 등(제16조), 가족관계와 세대 간 이해증진(제17조), 경제와 산업 등(제18조), 고령친화적 산업의 육성(제19조)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 제19조~제28조에 개정되는 구성, 조항, 문구 없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저출산 대책에 있었던 모자보건의 증진 등(제9조) 조항이 삭제되고, 안정적인 결혼ㆍ출산을 위한 주거 지원 등 조항이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 제17조에 신설되는 것과 대비된다.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 제29조에 신설된 인구의 국가 간 이동에 관한 지원이 그래도 고령사회 대응에 간접적으로 연관된다.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국가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외 거주하는 사람의 국내 유입에 관한 적정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동안은 방문취업(H-2), 거주(F-2),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가진 동포 또는 외국인이 가사도우미, 육아도우미(아이돌보미), 산후조리사, 간병인, 요양보호사로 활동을 해왔다.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국내 돌봄 인력이 부족해지자 최근에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나아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이 허용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 범위를 기존 자격 취득 대상자(거주자, 재외동포, 영주자, 결혼이민자, 방문취업자) 외에 국내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에게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는 국가 간 이동에 관한 조항이 없었기 때문에 이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인구정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 제29조가 그대로 개정된다면, 돌봄, 요양, 간병을 제공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여러 일자리에서 외국인과 중고령자가 경쟁하거나 함께 근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가며: 향후 인구정책의 방향
인구정책 관련 법률, 정부부처 및 기구, 범위, 기능 혁신 추진이 반가우면서도 고령사회 대응 측면의 개선도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2005년에는 대한민국의 고령인구비율이 9%에 불과했으나, 2024년 이미 19%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2012년 신설된 노후설계(제15조의2)를 제외하면 나머지 8개 정책 영역은 20년 전에 만들어진 내용이라 향후 20년을 대응할 때는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정책과 사회·인구 구조 고령화에 대응하는 고령사회정책은 따로 또 같이 추진되어야 하나 일부 고령사회정책은 대상을 노인으로 국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11조(고용과 소득보장) 제1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최대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는 대상자는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고령자이고, 제2항에서도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처럼 저출생 정책과 고령사회정책을 나누지 않는다. 고령사회에서 노후를 위한 소득보장 고용은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중·장년에게도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대상자 확대 법안 개정도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위기대응기본법안에서는 인구 이동을 국제 이동으로 한정시켰는데, 국내에서의 지역 간 이동, 고령화에서의 지역 격차 완화도 포함되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전남보다 훨씬 낮은데도 불구하고,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에서 수도권과 대도시로 사회적 이동이 늘어나 저출산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4년 8월 기준, 경기도 화성시의 고령인구 비율은 10.7%에 불과한 반면, 고령인구 비율이 30%를 넘긴 시군구가 81곳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의 지역 격차가 큰 상황이다.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에서 빈집도 빠르게 늘어나고 생활인프라는 축소되어 지방소멸에 이른다는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으므로 인구정책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안 부칙 제5조(다른 법률의 개정) 제7항에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64조 제1항에 인구전략기획부장관을 추가하는 걸 제외하면 국내 지역 간 이동, 빈집, 지방소멸은 이번에 개선하려는 인구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할 때 현재의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현재의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은 사회서비스정책관 이하 4개 과, 인구아동정책관 이하 6개 과(팀)(인구정책총괄과, 청년정책팀, 출산정책과, 아동정책과, 아동보호자립과, 아동학대대응과), 노인정책관 이하 5개 과(노인정책과, 노인지원과, 요양보험제도과, 요양보험운영과, 노인건강과)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신설된다면 인구정책총괄과, 출산정책과를 비롯한 일부 과, 팀은 인구전략기획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그에 비해 사회서비스정책관과 노인정책관 이하 과, 아동 관련 과는 어느 부처에 둘지 이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노인일자리 종합계획 수립,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운영 지원 및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현재의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도 조직 개편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신설을 추진하는 인구전략기획부가 고령사회 대응 정책 영역에서도 권한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대책에서는 예산 사전심의권, 사업 신설 및 변경 사전 협의 권한을 가지지만, 고령사회정책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그로 인해 자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정책 TF가 해왔던 것과 질적으로 차별화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방향성 제시 및 추진과제 수립만 반복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새로운 인구정책 추진체계 기대와 걱정이 모두 존재하는 가운데 대전환의 기회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잃어버린 20년을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더 나은 방안 마련을 위해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여 희망적인 초고령사회를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유재언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참고문헌
• 관계부처 합동, 제4기 인구정책TF 주요 분야 및 논의방향, 2022
• 곽민서, 안용수, 尹 “인구전략기획부 조속히 출범해야… 내달 범부처 추진단 발족”, 연합뉴스, 2024. 8. 29.
•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추경호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625(발의연월일: 2024. 7. 11.).
•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추경호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610(발의연월일: 2024. 7. 11.).
• 진승화, 홍성주, 김태양, 2024 국가난제 분석 및 정책 시사점: 국민인식조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24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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