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6호 이슈

노인일자리사업, 사회적경제를 통해 일자리정책을 넘어 삶과 지역의 변화로 거듭나기

오단이 강남대학교 조교수/SW복지재단 이사장
#노인일자리사업 #사회적경제 #노후생활 #사회활동
들어가며
노인일자리사업은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 및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는 노인복지법 제23조의 노인사회참여 지원, 제23조의2 노인일자리전담기관의 설치 및 운영 등, 제24조 지역봉사지도원 위촉 및 업무와 저출산고령기본법 제11조 고용과 소득보장, 제14조 여가문화 및 사회활동의 장려에 근거를 두고 있다(이소정 외, 2020).
그럼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와 노인일자리사업은 어떠한 관계가 있으며,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사회적경제를 왜 주목하는가? 이러한 논의에 앞서 먼저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등장했으며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고 이후 일자리정책을 넘어선 삶의 변화로서 사회적경제가 한국사회에서 실현 가능할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사회적경제, 다시 등장하다
① 오래된 미래, 사회적경제 역사와 개념적 논의
사회적경제는 1830년 프랑스 경제학자 샤를 뒤누아예(Charles Dunoyer)가 처음 용어를 사용했으며 경제사상가인 지드(Charles Gide)가 연대 혹은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조직인 협동조합, 공제조합, 결사체 등의 조직들을 사회적경제라고 규정하였고 이후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개념화와 제도화가 된 이후 빠르게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반면에 혹자는 1760년대 이미 협동조합에 대한 문서가 존재했고 1844년 로치데일의 협동조합운동이 성공적이었으므로 협동조합의 역사를 사회적경제의 효시로 보기도 한다.
그럼 사회적경제는 무엇인가? 사회경제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인 시장경제(market economy)의 대안적 성격과 관련된 ‘대안경제’ 담론 속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경제와 동기가 다른 경제로 이윤보다는 공익 그리고 공동체의 연대와 통합을 우선 가치로 삼는 경제로서 공동체경제, 호혜경제, 살림경제, 우애경제, 행복경제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혹자는 연대와 협력과 같은 사회적경제가 중요시하는 가치가 개인 혹은 조직 생활 속에 묻어나는 생활 속에서 혹은 삶의 방식으로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사회적경제는 전술한 경제로서 사회적경제, 생활로서 사회적경제 외에 조직으로서 사회적경제를 정의 내린다. 즉 이는 자활기업, 사회적기업(예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기업 등과 같이 개별 부처의 경제활동 주체로 이해하는 방식이다(노대명 외, 2017, 오단이 외, 2020). 이는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일맥상통한다. 노인인력개발원의 사회적경제 연구들(김문정 외, 2019; 김수린 외, 2019; 이소정 외, 2020)도 대다수 사회적경제를 수행기관으로 인지하고 있다.
② 한국 사회적경제 재등장 논의
한국의 사회복지 패러다임이 변화된 시기는 1997년 경제위기라는 데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럼 한국 사회적경제의 재등장 논의와 한국 사회복지 패러다임 전환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재등장은 연구자 간에 차이가 있지만, 필자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사회적경제의 제도화과정1)이 다시 한국사회에 사회적경제를 등장시켰다고 보고 있다. 즉, 복지국가 후퇴기에 재등장한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국가복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가 일자리정책으로 다시 등장하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보건복지부의 공공근로사업, 고용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사업에서 시작한 자활기업(구 자활공동체), 사회적기업이 한국 사회적경제 제도화과정으로 보고 있다.
필자가 재등장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과거 우리의 생활 속에 존재했던 품앗이, 계, 두레 등과 같은 공동체적 협동생활이 사회적경제와 다르지 않으며 일제강점 시기의 협동조합, 개발독재 시기의 신용협동조합운동과 소비자조합운동 그리고 지역빈민운동(생산공동체 운동)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한국 사회적경제 다시 돌릴 수 있나?
필자는 1997년 이후 한국 사회적경제 정책과 논의가 일자리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진다. 물론 외환위기 이후 시대적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그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공무원)나 일반 시민이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부에 일자리 그리고 인건비 지원을 받으려는 조직이라는 색안경을 선물한 점은 아쉽다. 또한, 그로 인해 사회적경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이 퇴색되었다. 특히 돌봄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어르신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 및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넘어서 사회적경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단지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일자리 몇 개를 제공하거나 사회적경제 조직이 몇 개가 참여했느냐가 아니라 노인들의 삶이 사회적경제로 인해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필자는 한국 사회적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기를 주장하고 있다. 즉 경제적 관점을 활동적 관점으로, 조직적 관점에서 개인적 관점으로 전환될 때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몇 개를 늘렸는지 혹은 몇 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했는지를 넘어설 수 있다. 또한 김문정 외(2019)의 「고령화 일자리 지원정책과 사회적경제의 활용 사례」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구직과 자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인 한스크누센과 실직고령자 자조조직인 시니어네트워크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50세 이상 실직한 고령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혁신 조직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단체인 시니어네트워크는 한국에서 인식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보다는 공동체 혹은 서울의 50+센터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조(self-help)로 회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기여에 기초한다는 점은 양적 확대 속에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구성원의 비자발성과 직업화가 존재하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상황에 크나큰 물음을 던진다.
"경제적 관점을
활동적 관점으로,
조직적 관점에서
개인적 관점으로 전환될 때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몇 개를
늘렸는지 혹은 몇 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했는지를
넘어설 수 있다."
일자리 정책으로 도입된 한국 사회적경제의 전환을 위한 소고
노인일자리사업뿐 아니라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영역에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사회적경제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회서비스영역에서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이로 인해 지역아동센터의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에서 「마을공동체 중심의 돌봄조직 활성화 사업2) 」등에서 사회적경제를 주목하고 있으며, 새로 등장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사회서비스형 복지국가를 설계하면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 정부는 왜 사회적경제를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사회적경제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 공익성 추구, 조직 내 민주주의에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더불어 사회적경제를 통한 개인의 삶의 변화,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변화3) 그리고 한국사회의 변화가 더해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최근 ‘지역사회 돌봄과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서울시 사회적경제 신진연구단 연구를 진행한 후 적었던 글로 결론을 갈음하려고 한다. “우리의 삶 혹은 돌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적경제다운 돌봄이란 무엇인가? 연구를 통해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해결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치와는 멀어지고 우리의 삶과 연결된 다양한 지점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 혹은 자기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심을 더 갖고 행동한다.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해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필요한 돌봄이나 복지에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한다. 돌봄이나 복지는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 사회적경제다운 돌봄은 무엇일까? 사회적경제 돌봄의 특성은 서로 돌봄, 밀착형 생활 돌봄이 가능하고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돌봄이 시장화 된 상황에서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경제는 관계의 경제라고 말할 수 있듯이 사회적경제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계를 기반으로 돌봄을 한다는 전제에서 우리는 사회문제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관계성’을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많은 돈은 벌 수 없지만 사회적경제가 가지는 매력은 관계를 통해 사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넘어선 사회적경제가 가지는 매력에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 참여조직, 지역사회 그리고 한국사회가 흠뻑 젖어들길 기대해 본다.
오단이
강남대학교 조교수/SW복지재단 이사장
1)‌한국의 사회적경제 제도화과정을 살펴보면,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생활보호법이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변화되는 시점에 자활사업 그중 자활공동체(현재 자활기업)가 그리고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한국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적기업이 대두되었다. 2012년에는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아우르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 관련 법은 사회적경제기본법(가칭)이나 사회적가치기본법 등이 있다.
2)이 사업의 목적은 살던 곳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돌봄 기반을 마련하여 삶의 질 향상과 지역의 공동체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읍면동(마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돌봄 고민을 지역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주민들의 손으로 해결하는 주민자치 돌봄 제공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행정안전부, 2021). 2021년은 충청남도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었으나 2022년은 2~3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실행될 계획이다.
3) ‌지역사회 내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계층에 대한 고용창출뿐 아니라 제도권에서 배제된 계층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지역 및 사회차원에서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낙후된(공동화된) 지역사회의 재생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문헌
김문정, 김수린, 오혜인, 김효주, 최새봄, 송명호(2019). 고령자 일자리 지원정책과 사회적경제 활용 사례: 덴마크, 스웨덴, 한국을 중심으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수린, 남기철, 최혜지, 정세미, 신희균, 이하진(2019). 노인일자리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수행기관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대명, 이선우, 오단이, 김솔휘, 김민지(2017).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단이, 최칠성(2020). 사회적경제를 위한 마케팅 실무. 공동체.
이소정, 김수린, 최유진, 백학영, 김형돈, 이하진(2020). 사회적경제와의 연계를 통한 노인일자리사업 발전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행정안전부 내부문서(2021). 2022년 공공서비스연계강화 공모사업 사업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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