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6호 권두언

사회적경제와 ESG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속가능한 #ESG #사회적경제
사회적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발생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약한 자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나아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즉 기업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사회적 기업의 역할에 힘입어 성장하였다. 3천이 넘는 사회적 기업과 함께 3만에 가까운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활동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불평등 해소에 앞장섰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경제 내에서도 혁신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사회적경제 내부로부터의 혁신과 함께 외부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의존성 탈피에 대한 요구가 크다.
필자가 본격적으로 사회적경제 정책에 참여하기 시작한 2010년에 많은 현장의 사회적 기업가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사회적 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관건은 1) 민간 주도성 회복으로 관에 대한 의존성 탈피, 2)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 3) 지역사회 속에 뿌리내려 지역 문제 해결과 가치 창출, 이 3가지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 3가지 실행방향은 사실 서로 맞물려 있다. 그동안 민간 주도성이 강화되고, 특히 비즈니스 역량이 커져 온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부족함이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가 사회적경제 기업이 아직 지역에 천착하여 주민들의 필요와 수요에 기반하여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이를 사업화하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사회적경제 기업은 지역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성장할 수 있다.
이제는 지역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이전되어 역할하거나 주력 거점산업을 배분하는 식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지자체 내에서도 대도시 중심이었고, 광역 내에서의 이동, 수도권으로의 이전 등으로 지역에서의 혁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을 필두로 한 지역 기업의 혁신을 돕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에서 중시해왔던 공간, 산업, 사람을 기업 중심으로 재조합하여 지역 실정에 맞게끔 창의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공간과 산업을 연결하여 로컬 크리에이터와 같은 기업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여 지역의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도록 지역 기업의 자율혁신을 제고하여 소상공인들도 소기업으로, 소기업이 중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여 지역혁신 거점별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역의 대학끼리 연합하여 공동창업대학 등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정부의존도를 낮추고 또한 민간 영역 사회혁신생태계와의 접목이 활발해 질 수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설계하여야 역동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지역발전의 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
최근 불평등 심화에 따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ESG가 부상하고 있다. 필자는 ESG가 사회적경제와 함께 사회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의 변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경제적 조직체를 통해 사회 문제해결을 선도해 온 사회적경제는 ESG 흐름을 타고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ESG 경영 역시 그 목표 설정에 있어서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UN SDG 등의 아젠다를 활용할 수 있으며, 그 실행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반을 다루고 있는 ISO 2600 등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목표, 지표 등에 따라 지역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작고 유연한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신생기업을 세우고, 협동조합을 건설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과 시민들의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비즈니스 모델 구축, 조직 운영 등이 일반 영리기업들과 함께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영리기업 홀로 복잡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집합적 임팩트를 촉진하며, 협업을 위한 임파워먼트를 적극적으로 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개방적 혁신을 통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한 문제해결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SG가 사회적경제에 도움을 주거나 시사점을 던져주는 바도 크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관점에 시작된 ESG 투자는 민간의 활력과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투자와 금융을 통한 사회혁신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또한 ESG는 성과관리에 대해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에 있어서 비즈니스의 성공과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어떤 이슈가 가장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중대성 분석을 행하고, 이에 따라 체계적인 성과관리를 할 수 있다. 나아가 ESG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점검하고, 가지치기함으로써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서 대단히 유용하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기 위해 경영시스템을 변화시키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구와 사회, 그리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의 기반이 되는 지역에 더 깊이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길에 ESG는 좋은 지도가 되어 줄 것이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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