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노인일자리사업의 성장과 성과
얼마 전 제3차 노인일자리종합계획이 수립되어 발표되었고,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법률 제19814호로 2023년 10월 31일에 제정되었다. 20년 전인 2004년 2만5천개의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시범사업과 같은 모습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이 시작되었던 때를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이 이루어졌다. 약간의 굴곡이 있었지만 사업 시작 이후 꾸준히 사업량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연간 100만 개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하는 대규모의 정책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제 내년이면 현실화될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독립법의 제정은 그간 노인일자리사업의 제도적 위상이 모호했던 점을 명확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천만 노인의 시대, 그리고 백만 노인일자리사업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우리는 만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사업 초기부터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추어 백만 개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기획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 인구 중 20%의 노인, 노인 인구 중 10%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라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노인일자리사업 의미에 대해 정리해볼 시점이다.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것은 그간 이루어진 노인일자리사업의 양적 성장과 성과에 관한 부분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시작 이후 2007년에 10만 개 이상의 규모로 성장하였고, 2009년 20만 개 이상, 2014년 30만 개 이상, 2016년 40만 개 이상, 2018년 50만 개 이상, 그리고 올해인 2024년에는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예산의 규모도 2004년 약 213억 원에서 2022년에는 약 2조 5,600억 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하였다. 사업을 수행하는 수행기관은 처음 300여 개 규모에서 이제는 약 1,300개 이상으로, 그리고 노인일자리사업을 전담하여 수행하는 담당자는 사업초기 700여 명에서 5,5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엄청난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 단지 사업의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사업 유형의 정비와 지원체계의 보강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난 20년간 노인일자리사업과 관련한 여러 연구들을 통해 노인일자리사업의 성과 역시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 소득보충 및 빈곤완화 효과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의 개선을 통한 의료기관 이용빈도 및 의료비 지출 감소의 효과가 확인되었다. 심리정서적 측면에서도 자아존중감이나 자기효능감의 증가, 그리고 우울감의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밝혀졌다. 사회적 관계의 영역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망의 범위나 교류를 증가시켰고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 사회적지지, 삶의 만족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었다.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 개인에 대한 부분 이외에 노인일자리사업의 사회적인 가치도 확인되었다. 지역의 공공서비스 기능의 강화, 지역사회 노인에 대한 보호기능의 강화, 교육역량의 증진, 지역환경 개선, 지역사회 안전의 증진, 사회적 자본의 확대, 세대 간 이해의 증진 등 지역사회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노인일자리사업과 관련된 연구들을 통해 제안되기도 하였다. 이는 노인일자리사업이 단순한 급여전달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 및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여 추진되는 사업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의 공공서비스를 제공 혹은 보강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노인일자리사업의 양적인 성장, 그리고 참여노인과 사회 전반에 미친 성과는 적지 않다. 이제는 그간 미약한 법적 근거에 의해 예산확보의 불안정성, 관련 사업들과의 비교나 통폐합 논의 등 사업의 정체성이 다소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천만 노인, 백만 노인일자리사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앞으로 20년 우리가 맞이할 변화와 노인일자리사업
노인일자리사업이 출발하여 지나온 지난 20년간 우리사회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저출생·고령화의 본격화와 노인빈곤의 문제, 새로운 기술변화, 감염병에 따른 고립, 기후변화의 부각 등 엄청난 변화를 경험해 왔다. 특히 그동안 노인의 수와 비중은 높아지는데 비해 연금제도는 성숙하지 못하여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에게 보충적인 소득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사회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이전부터 빈곤의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노인들의 경륜과 능력이 사회를 위해 더 잘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나 노인 개인에게도 중요하다는 논의가 비등하게 이루어져 왔다. 사실 주변에서 퇴직 후에 (꼭 경제적 수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자원봉사활동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중장년층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생이모작, 노인의 사회 기여 등은 드문 이야기가 아니었다. 건강한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능력 있는 노인이 많아지는데 이들이 경제적 사회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는 그만큼 확장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그 사업 규모나 파급력에 제한이 있어, 우리 주변에서 사회기여 활동이나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의 일상적인 욕구가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로 잘 연결되지는 못했다.
앞으로 20년의 사회변화는 더욱 빠르고 급격한 양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인구구조의 영향이다. 2023년 기준으로 0.72라는 미증유의 수치를 나타낸 출생률은 당분간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인구구조 고령화의 진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간 누적된 기저효과 때문에 아마도 국민들은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는 사회의 생산성, 소비의 패턴, 복지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이 지속되는 시기이므로 이들의 은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 숙련노동력의 공백도 노동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3,600만 명 수준인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3,000만 명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는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의 패턴, 저축과 투자행태, 부동산 시장에서의 변화를 유발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기후변화 역시 위기의 징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친환경기술, 지속가능한 농업 및 제조업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소위 그린경제로의 전환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전통적인 산업의 방식에서는 일자리의 축소와 구조개혁의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디지털화와 기술혁신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블록체인 등의 성장을 본격적으로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생산효율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전통적인 산업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갈 것이다.
향후 20년간 예상되는 이러한 변화가 현재의 노인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노인친화적 변화일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슈가 되기도 했던 키오스크의 불편함과 노인들의 소외가 표면화되었던 점,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더욱 기승을 부렸던 특히 노인 대상의 보이스피싱 등의 문제는 기술과 사회환경의 변화가 노인의 소외를 가속화시켰던 일부의 사례들이다. 직접적인 노인의 피해보다도 노인들이 익숙하지 못한 기술적 장벽의 걱정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참여에서 위축되어 발생되는 소외가 더 큰 문제이다. 기술의 발전은 웨어러블 기기의 장착과 같이 노인의 신체적·물리적 제한을 극복하고 사회적 활동성을 지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기술과 사회변화가 노인친화적이기보다는 노인들에게 장벽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향후의 사회변화 역시 그 자체로는 노인들의 소외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집중적이고 정책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만 사회변화를 노인친화적인 것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래 노인정책의 패러다임으로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활동적 노화(active aging)이다. 활동적 노화의 패러다임에서는 노인인구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단지 경제적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인들의 유급고용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제기한다. 정부와 사회는 시장경제활동만이 아니라 자원봉사, 사회적 돌봄, 사회서비스 지원과 같은 중요한 사회적·생산적 활동을 노인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인을 부양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생산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노인 개인의 입장에서는 일과 활동을 통해 비단 노인의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사회적 참여, 경제적 보장, 사회관계, 정신건강 등 다양한 삶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여 독립적이고 생산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활동적 노화라는 패러다임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적 수단일 수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급격한 사회변화의 과정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노인인구가 과거시대의 노인과 달리 사회의 주류로서 활동해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 20년을 통해서 그 단초를 쌓아왔듯이 노인들에게 활동을 통한 사회적 기여, 일을 통한 소득의 보충을 제공하는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미래 정책수단으로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천만 명 노인의 시대에 백만 개의 일자리를 해마다 제공하며 노인의 주체적인 활동으로 사회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중추적인 노인복지정책으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시기이다.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이런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종합계획에서는 노년기의 일과 사회참여로 존엄한 노후와 건강한 삶, 노년기의 자아실현을 달성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천만 노인시대, 노인인구 10% 수준의 일자리 창출, 신노년세대 수요에 대응한 노인일자리 다양성 강화, 공급혁신 및 기반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활동적 노화 패러다임에 입각한 노인복지정책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슬로건으로서의 선언에만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사업 참여자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일자리 유형을 구조화하는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초고령 등 근로취약계층과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취약노인 노후소득 보완을 위해서는 공익활동 유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역량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사회참여의 욕구가 높은 노인에게는 자아실현과 사회기여의 경험을 제공하는 사회서비스형 사업의 역할이나 취창업을 통한 자아실현에 초점을 두는 민간형 사업을 강조한다. 종합계획만이 아니라 이번에 제정된 노인일자리지원법에서도 노인이 일자리와 사회활동을 통하여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적을 설정하고,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수행기관과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활동적 노화를 구현하기 위한 구조를 체계화하는 맥락이다.
단독 법률과 종합계획에서의 이러한 방향은 이제 노인일자리사업이 대규모의 정규 정책으로서 노인들의 활동적 노화를 구현하는 실질적인 모습이 정착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극도의 빈곤 속에서 파지 줍는 노인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유별난 특징 중 하나였고, 노인이 일을 하는 것을 본인과 가족이 궁색하게 생각하던 것이 우리사회의 일반적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노인의 일과 활동을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필수적 요소로 바라보고, 이를 지원하는 우리나라 핵심적 정책이 노인일자리사업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위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려에서 나타나는 노인일자리사업의 과제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기대는 저절로 충족되지 않는다.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현실적합한 정책의 노력이 있어야만 현실화될 수 있다. 우려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20년에 걸쳐 점점 더 많은 노인일자리를 해마다 제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들이 우려와 정책과제로 확인되고 있다.
첫 번째로 여전히 용이하고 단순한 활동 중심인 공익활동 기반의 노인일자리사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공익활동은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노인들이 수행하기 용이한 공공활동을 편성하고 이에 참여하는 노인들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라서 어느 지역에서나 가장 많은 사업량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취로사업처럼 인건비를 지급하기 위해 꼭 필요하거나 긴급하지 않은 활동을 억지로 편성하여 집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이는 노인일자리사업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해결해야 할 정책과제로 이야기되곤 했던 부분이다. 노인일자리사업 초기인 2007년에 사업참여 지자체들에게 사업유형별로 비율을 할당하기도 했는데 그 기본적인 이유는 공익활동에만 지나치게 치우치는 사업량 때문이었다. 백만 노인일자리사업의 시점에서도 이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공익활동의 절대량 규모가 커지면 비판의 여지도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간단하지만은 않은 문제이다. 특히 여전히 심각한 노인빈곤 상황 중에서도 극빈층 노인은 고연령의 후기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인적 자본이 취약하고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공익활동은 소득보충의 방법으로 여전히 중요하다. 공익활동의 수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대응방식보다는 공익활동이 가지는 유용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이는 결국 참여노인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노인인력개발원을 포함한 노인일자리사업 추진체계에서 공을 들여 사업내용을 고도화해야 할 부분이다. 종합계획에서도 이를 중요한 전략과제로 설정하고 있지만, 오래된 과제인 만큼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사회서비스형이나 민간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의 품질을 더 고도화시키는 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사회서비스형은 특히 백만 노인의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사회서비스에서 대인적 서비스 활동에 노인일자리를 접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시대환경을 반영한 사업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관련 주요정책들과 통합성이 충분치 않다. 노인의료돌봄통합지원 혹은 지역사회통합돌봄과 같은 정책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맞춤형노인돌봄, 장애인활동지원 등 주요한 사회서비스 정책의 흐름과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사업이 따로 분리되어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양상도 두드러진다. OECD의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이 적은 편이다. 요식업과 같은 부분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고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지만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고용이 특히 적어 전체 서비스업 고용 비중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사회서비스에서의 일자리 확충 가능성이 높고, 이는 노인일자리사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성에 기반한 민간일자리사업의 양과 수익성을 적절한 수준까지 확보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이나 지역사회에서 경제활동에 노인들의 참여기회를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 노인들의 경륜이나 능력을 적절한 수준으로 발휘할 기회, 그리고 보다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보강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노인일자리사업의 유형별 적절성을 확보하고 사업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추진할 인프라와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공익활동의 공공성 증진, 민간형 사업 유형의 수익성 제고, 사회서비스형 사업의 품질 제고는 기존에도 강조된 과제이지만 아직까지 달성되지 못했다. 이는 사업유형별 목표에 대한 강조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고 사업 수행체계들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시작된 이래 사업량이 거의 40배, 예산은 100배 이상 성장하는 동안, 수행기관, 사업단, 담당자(전담인력)의 확충 정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초기에 비해 수행기관은 4배, 전담인력은 8배가 늘어나 상대적으로 미미한 확충에 그쳤다. 물론 규모의 경제 등이 작용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전달체계나 담당인력이 각각 맡아야 하는 일자리의 총량이 늘어나면 질적 관리나 기획에서는 기대한 만큼의 보강이 나타나기 어렵다. 특히 짚어보아야 할 것은 노인일자리사업담당자(전담인력)에 대한 처우의 부분이다. 사업을 수행하는 일선 인력은 아직까지 최저임금 수준의 계약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담당자들의 열악한 활동여건 때문에, 이들은 노인일자리사업 담당자로서의 경력을 오래 가져가거나 전문성을 증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어렵다. 다른 기회가 생기면 쉽게 활동분야를 옮기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일자리는 노인에게 급여를 제공하여 소득을 보충하도록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지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얻게 되는 참여자의 다양한 이득과 활동의 결과로 얻게 되는 사회적 공익의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예산을 통해서 소수에게 더 많은 소득을 제공하기보다는 가급적 더 많은 노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해왔다. 그러다보니 생기는 문제 중의 하나가 보수라는 측면에서의 ‘좋지 않은’ 일자리 양산에 대한 논란이다. 노인 일자리 중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수준의 활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공익활동 유형의 경우가 그렇다. 단지 일자리의 경제적 속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노인일자리가 아니라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으로 지칭하고 사회활동의 개념으로 낮은 수당의 수준을 합리화하고 있다. 급여의 수준이 다소 낮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공익적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많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노인일자리사업 현실에서는 ‘일과 활동 사이의 긴장’이 내재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노인일자리사업의 발전과정에서 사회활동이라는 용어가 함께 사용되었던 맥락에는 최저임금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국가적 공공 일자리 프로그램이 근로자성을 위반하고 있다는 현실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노인일자리와 사회활동 양자의 속성을 다 가진다고 하면서 현실여건에 따라 일자리 혹은 자원봉사의 원리를 편하게 끌어들여 합리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다. 노인일자리사업 첫 해였던 2004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2,510원이었으니 당시 공익활동 노인일자리사업의 수당은 하루 4시간씩 20일간 일하는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이후 20년간 최저임금은 4배 가까이 올랐지만 공익활동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수당은 월 20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현재 하루 4시간 최저임금수준으로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7일 남짓의 시급액에 불과하다. 급여의 수준을 당장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이 아니다. 긴 안목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이 가지는 정책목표 내에 사업유형별로 달라지는 일과 활동 사이의 개념적 긴장을 인식하고 정책집행에서의 사회적합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국가사업으로 위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일과 활동이라는 정책의 모호한 부분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노인일자리사업이 원래 사회적 일자리의 고민 속에서 태동했다는 점을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러한 과제나 고민의 지점들에 대해서는 지난 연말제정된 법과 제3차 종합계획에서도 이미 유사한 내용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투자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지 않으면 노인일자리사업이 규모는 점차 커질 수 있지만 여전히 위상이 불안한 프로그램에 머물 수 있다. 천만 노인, 백만 노인일자리사업의 시대에 독립법의 제정은 분명 노인일자리사업의 발전에서 중요한 사건이며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렇지만 이 기대의 구현은 노인일자리사업의 내적 정비와 투자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사업발전의 토대를 만든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