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1호 [특집] 좌담회

초고령사회, 세대 간 상생을 위한 노인일자리 과제

#세대갈등 #계층갈등 #상생과통합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이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80%를 넘어선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세대 간 갈등 담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은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일자리 영역에서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경쟁 또는 협업하는 과정에서 갈등, 이해, 공감의 문제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세대 갈등의 실체는 무엇이며, 공존과 상생을 위한 일자리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번 좌담회는 미디어, 정책, 현장, 그리고 개인의 경험 등 다양한 관점을 통해 세대 간 상생을 위한 노인일자리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사회
이인재 한신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 교수
(2025년 <고령사회의 삶과 일> 편집위원장)
토론(가나다 순)
김 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민기정 노사발전재단 서울중장년내일센터 소장
손균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
유태균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동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문 컨텐츠 팀장
사회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이 심화 되고 있다. 실제 세대 갈등에 대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세대 갈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사회적인 문제인지 개인적인 견해의 차이로 보는지?
유태균            ‘갈등’은 두 주체가 만나면서 시작이 된다. 우리의 일상생활, 사회생활을 통해서 세대 간에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부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갈등으로 표현되는 부분은 갈등이라기보다는 ‘불편함’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동한            2021년부터 세대 간 인식조사를 해오고 있는데,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8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회적 인식으로 볼 때 세대 갈등이 우리 사회에 되게 큰 축이라는 건 맞는 것 같다. 개인의 감정 문제도 섞여 있겠지만 사회구조의 문제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언론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나 언론에서 세대의 특성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그 차이점을 계속 부각시키면서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민기정             세대 간 갈등이 개인적인 감정과 사회구조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다만 실제 세대 갈등을 들여다보면 어떤 사회적 ‘갈등’보다는 차이로 인한 ‘불편함’이 맞는 것 같다.
김설            세대 갈등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인식이 80% 이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 중에 그게 진짜 중요한 갈등인가, 분노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갈등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서로를 마주하면서 나타나는 ‘불편함’ 정도이고 그 불편함은 소통과 조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세대 갈등의 화두가 되는 부분은 ‘연금’과 ‘일자리’ 부분인 듯하다. 공동체성이 강했던 과거 한국 사회를 겪은 중장년 세대와 급격하게 개별화돼 버린 현대 사회를 겪고 있는 청년 세대 간 인식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부분이 연금과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손균근             우리 사회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과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고 흥미로워한다. 미디어에서 그런 이슈를 가시화하다 보니 세대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내용도 더러 포함되는 듯하다. 미디어 쪽에서도 한 번은 이런 세대 갈등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또는 이것이 실제로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 갈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그런 시기에 온 것 같다.
사회             ‘공정’과 ‘책임’에 대한 개념이나 경제적 불안, 기회 격차를 두고 세대 간 인식 차이가 큰데 그 원인과 쟁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현보            일자리 측면에서 세대 간 공정에 대한 갈등과 오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서로 간에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2030세대, 5060세대, 7080세대가 할 수 있는 직무가 적절히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직무를 세분화하여 세대의 역량에 맞는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적어도 일자리 측면에서는 공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기정            공정함이라는 가치는 모든 세대가 다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고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정의 기준에 따라서 세대 간 인식 차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기 어려운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2030세대에게 5060세대가 경험한 공정함과 책임감의 기준을 부여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기준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설            공정 담론은 가장 민간한 이슈 중 하나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 자원은 훨씬 커졌지만 공정하게 분배되고 있는가, 정의롭게 분배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게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아닐까 싶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서 지금은 저성장 축소사회로 진입하면서 좀 더 높은 학력의 더 많은 인적역량을 가진 자만 경제적 자원(이른바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을 획득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구조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2030세대는 제한된 좋은 일자리를 두고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부분적으로 발생한다고 본다.
손균근            오늘 이 자리에서도 느끼는 바지만 세대 간 이해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공정과 책임에 대한 생각 차이가 크다고 느낀다. 다만 이러한 생각 차이는 ‘세대’가 달라서 발생했다기보다는 집단 간 계층화, 계급화가 고착화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집단 간 계층화가 고착화되면서 공정, 책임에 대한 소통이 줄어들고 이것이 세대 간 갈등으로 비추어진다고 생각한다.
유태균            불공정은 경제 불안과 기회 격차가 생기면서 분배의 문제로부터 나타난다. 현재 사회적으로 ‘많이 가져가는(기득권층)’ 집단의 특성이 5060세대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집단인 2030세대과 비교하여 세대 갈등으로 비추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 ‘계층 갈등’ 으로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게 계층 간의 갈등(소득불평등)이지 연령 세대 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             그렇다면, 세대 간 공감,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제도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한가?
유태균            세대 공감, 세대 간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연령’이 아닌 ‘역량’이 기준이 되는 사회적 분위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연령은 고려되어야 할 요인이지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김설            시대적 상황, 경험, 문화적 차이를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실은 계층 갈등이고 소득불평등의 문제인데 이를 세대 갈등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논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노동시장에서 세대 간 공감,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연령’이 아닌 ‘역량’이 중심이 되는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직무분석과 직무체계가 세분화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세대 간 공감,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심현보            세대 간 마주 볼 수 있는 기회,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확보되어야 한다. 과거 전통적인 가족구조에서는 아동과 청소년, 청년과 노인세대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었으나 핵가족화로 인해 세대 간 자연스러운 소통, 이해가 단절되어 버린 것이 사실이다. 사회정책 전반에서 세대 간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손균근             세대가 파편화되면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장(기회)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정책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정책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세대 연결, 세대 통합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이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유아동 시기부터 노년세대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사회 갈등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사회            노인일자리를 포함하여 일자리가 세대 간 상생, 공존을 위해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노인일자리 정책이 ‘세대 공존’ 관점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손균근             ‘공존’에 집중하면 오히려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예컨대 2030세대와 4050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대통합형 일자리를 확대하자는 정책이 결국 2030세대와 4050세대 갈등을 확대시키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정책적으로 세대 간 상생, 공존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간에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인일자리는 연령의 다름을 이해하고 같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일자리 모델로 사회적 가치가 있다. 앞으로 노인일자리가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인일자리의 공공 가치(사회적 가치)를 강조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설            앞으로 노인일자리를 포함한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일자리 양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질’에 집중해야만 세대 간 일자리 경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인일자리의 경우, 지금까지 사업량을 확대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는 노인일자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어떤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질 좋은 일자리로 노인일자리를 확산하는 데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기정            세대 갈등은 사회제도나 정책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일자리에서 세대간 상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연령이나 세대별로 ‘직무’, ‘역할’은 달리 가져가되 성과는 같이 가져갈 수 있는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구조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사실상 정책제도적 지원보다도 기업(고용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유태균            ‘연령’이 아닌 ‘역량’에 따라 일자리가 창출, 연계될 때 비로소 일자리 내 세대 공존이 가능한데 정부의 제도나 정책을 통해 규제 또는 지원하기보다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인일자리에 국한하여 생각해 보면, 노인일자리 정책은 그 자체로 ‘연령’이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일자리의 특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면 노인일자리를 통해 세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2030세대에 대한 설명, 5060세대 7080세대에 대해 설명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세대를 연결하는 정책으로 의의가 있다.
심현보            ‘연령’이 영향 요인이 되지 않되 직무를 나누는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나이가 들면서 일자리를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역할)가 변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사회            이번 좌담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세대 갈등은 실제보다 인식의 문제가 크고 갈등 극복을 위해서는 세대 간 특성과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연령’이 아닌 ‘역량’에 기반한 직무설계, 일자리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세대 간 공정함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일자리는 단순히 노인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아니라 세대 간 이해를 회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앞으로도 노인일자리사업이 세대 간 이해, 상생에 보탬이 되는 정책사업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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