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역 4번 출구와 맞닿은 주상복합건물 2층에 부천시니어클럽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에서 방문객을 맞는 어르신,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 일자리를 문의하거나 담당자를 찾는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기공간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일을 찾고 만나며 다음 활동을 준비하는 장소에 가까웠다. 작업장 등 실제 활동 공간은 사무실과 떨어진 별도의 장소에 마련돼 있다.
2001년 6월 보건복지부 시범사업기관 제3호로 지정된 부천시니어클럽은 같은 해 7월 문을 열었다. 이후 공동작업장, 거리환경개선, 실버택배, 시니어카페 등 지역의 필요와 노인의 역할을 연결하는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이런 역할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25년 10월 기준 부천시 인구 약 76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약 15만 3천 명, 20.2%다. 이미 주민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노인인 셈이다.
고령인구가 늘어날수록 노후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있다면 노인일자리는 그 제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면서 일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최근 기초연금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가 각각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 볼 문제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노인일자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번에 들여다본 것은 음식을 매개로 노인이 다른 노인을 찾아가는 두 개의 노노케어 사업이다. 2015년 시작한 독거노인도시락배달사업 ‘찾아가는 건강밥상’과 2022년 시작한 저소득노인밑반찬배달사업 ‘행복나눔이’가 그것이다. 겉으로 보면 둘 다 음식을 배달하는 일이지만 참여자가 어디에서 활동하고, 음식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며, 어떤 기관과 일자리가 연결되는지를 따라가면 서로 다른 모습이 보인다.
‘찾아가는 건강밥상’을 맡은 한재희 3팀장과 ‘행복나눔이’를 맡은 윤이나 1팀장은 모두 12년 안팎의 사회복지현장 경력을 갖고 있다. 한 팀장은 자활기관을 비롯한 사회복지 현장을, 윤 팀장은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 등을 경험했다.
한 팀장은 이전 자활 현장과 비교했을 때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자활 현장에서는 참여를 계속 독려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던 반면, 이곳에서는 어르신들이 “내가 일할게요, 나 갈게요”라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윤 팀장 역시 참여자들이 활동에 상당히 성실하게 임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노인일자리사업은 다른 복지업무를 경험한 뒤 다시 돌아온 분야이기도 하다. 과거 식당형 일자리사업을 맡으면서 매출이 늘면 매장을 확장할지, 배달을 도입할지 고민했고, 자신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이 일자리 분야의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찾아가는 건강밥상’에는 2026년 70명의 어르신이 참여한다. 주 2~3회, 하루 3시간씩 월 30시간 활동하며 월 활동비는 29만 원이다. 참여자들은 부천시니어클럽에서 도시락을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치된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한다.
사업계획서에 나타난 하루 일과를 보면 실제 활동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복지관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도시락 포장을 돕고 안전 안내를 받은 뒤, 도시락을 들고 독거노인의 집으로 향한다. 한 사람당 대체로 2~3가구를 맡아 음식을 전달하고 안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식기류를 회수한다. 복지관으로 돌아온 뒤에는 특이사항을 알리고 활동일지를 작성한다.
한재희 팀장은 이 사업을 “복지관으로 어르신들을 파견해 도시락 포장과 배달을 하는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즉 ‘찾아가는 건강밥상’은 공익형 노인일자리와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의 급식 서비스가 협업하는 구조다.
‘행복나눔이’에는 25명의 어르신이 참여한다. 활동시간과 활동비는 건강밥상과 같고, 주로 화요일과 금요일에 밑반찬을 전달하면서 안부 확인과 말벗 활동을 함께 한다.
그러나 행복나눔이에는 건강밥상과 다른 연결 하나가 더 있다. 행복나눔이 일자리 참여자가 직접 반찬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사업단 ‘밥이고슬고슬’에서 일하는 노인 근로자들이 반찬을 만들고, 공익형 사업인 행복나눔이 참여자가 이를 받아 지역의 독거노인과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전달한다. 윤이나 팀장은 이를 “기관 내부의 네트워크”라고 표현했다. “일하시는 분들이 음식을 만드시고, 일자리 하시는 분들이 공익의 성격을 갖고 배달을 해주는 거죠.”
공동체사업단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공익형 일자리 참여자의 손을 거쳐 지역주민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건강밥상이 지역 복지관과의 협업을 통해 움직인다면, 행복나눔이는 한 기관 안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노인일자리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음식 배달을 일회적인 자원봉사가 아니라 노인공익활동으로 운영하는 데에는 ‘지속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한재희 팀장은 비정기적인 자원봉사보다 정해진 참여자가 계속 활동하면서 같은 사람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계획에서도 정기적인 가정방문을 통해 안부와 생활 상태를 확인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을 중요한 활동으로 두고 있다.
윤이나 팀장은 이를 “밥이 처음에는 매개체였어요”라고 표현했다. “밥을 들고 가면서 어르신하고 한 번 더 얘기를 하고, 1월보다 12월이 되면 좀 친해지는 거죠.”
행복나눔이에서 참여자가 한 가구에 머무는 시간은 대체로 10분 안팎, 이야기가 길어지면 15분 정도다. 한 번의 10분은 짧다. 그러나 같은 사람이 정해진 날 몇 달 동안 반복해서 방문하면 서로 얼굴이 익고 대화가 쌓인다. 처음에는 음식을 전달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고 서로의 근황을 아는 관계가 된다.
이런 변화는 음식을 받는 노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참여자에게도 이 활동은 분명한 일자리다. 2025년 참여자 조사에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로 ‘경제적 도움’을 꼽은 비율은 ‘찾아가는 건강밥상’ 59%, ‘행복나눔이’ 84%로 각각 가장 높았다.
관계나 보람만으로 이 일자리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월 29만 원의 활동비가 노후소득 전체를 책임질 수는 없지만, 참여자 조사에서 ‘경제적 도움’이 가장 먼저 꼽혔다는 점은 노인일자리가 실제 생활에서 소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일은 단순한 현금 지원과도 다르다. 참여자는 정해진 역할을 가지고 지역을 오가며 다른 사람을 만난다. 소득을 보완하는 기능과 일하고 관계를 맺는 경험이 한 일자리 안에 함께 있는 것이다.
노노케어의 공익성은 반드시 극적인 사건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날 같은 사람이 음식을 들고 찾아가고, 몇 마디 안부를 나누며 평소와 다른 점이 없는지 살피는 일이 대부분이다.
윤 팀장은 오히려 특별한 위기 상황이 없는 것이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밑반찬을 전달하러 간 참여자가 밑반찬을 받던 어르신의 집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던 사례를 들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하던 어르신의 상황을 참여자가 담당자에게 알렸고, 이후 주거환경 개선 지원으로 연결됐다.
참여자가 전문적인 돌봄이나 사례관리를 대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생활 속의 작은 변화를 한 번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참여 인원과 활동 시간, 배달 가구 수처럼 숫자로 기록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두 담당자가 이야기하면서 여러 번 되짚은 것은 같은 참여자가 한 집을 몇 달씩 찾아가면서 생기는 변화였다. 윤 팀장의 “1월보다 12월이 되면 좀 친해진다”는 말은 그런 변화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날에는 별다른 사건이 없다. 음식이 도착하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별일이 없음을 확인한 뒤 다음 집으로 이동한다. 그 평범한 반복 자체가 이 일자리에서 확인되는 공익의 모습이다.
하지만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의미만 강조해서는 현장의 다른 면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노인의 집을 찾아가는 참여자 역시 고령자다.
찾아가는 건강밥상의 2025년 자체 조사에서 참여자의 31%는 이동 거리를 어려움으로 꼽았고 11%는 체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기관은 활동 구역과 이동 동선을 조정하고, 혹서기 물품과 우비 등을 제공하며 교통안전·혹서기 안전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행복나눔이에서는 한 참여자가 대략 다섯 가구의 반찬을 맡는다. 명절이나 특식이 있는 날에는 음식량이 늘어나면서 무게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기관은 이런 의견을 반영해 접이식 카트를 마련하고, 참여자의 거주지와 이동 범위를 고려해 담당 가구를 정하고 있다. 사업계획에서도 참여자의 이동 가능 범위와 수요자의 특성을 고려해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정을 맡는 것이 실무자의 역할이다. 누구를 어디에 배치할지, 참여자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 음식을 받는 어르신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수요처와 어떻게 협의할지까지 살펴야 한다.
윤이나 팀장은 복지관에서 일할 때보다 시니어클럽에 와서 “약간 행정가의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참여자 선발과 배치, 수요처 조정, 예산과 활동 관리 등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공동체사업단을 맡으면 매출과 고객, 상품과 서비스, 홍보와 인사 같은 비즈니스적 판단까지 더해진다.
시니어클럽 실무에는 참여자의 상황과 관계를 살피는 복지의 시선과 일자리가 실제로 지속될 수 있도록 사업을 조직하고 조정하는 운영 감각이 함께 필요하다.
정해진 활동일과 맡은 역할이 있다는 것은 참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몫을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음식을 전하기 위해 만났지만, 정해진 날 같은 집을 다시 찾아가면서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반복되는 방문 속에서 참여자도, 음식을 받는 사람도 서로에게 익숙한 지역의 사람이 되어간다.
부천시니어클럽의 두 노노케어 사업에서 참여자는 활동비를 얻고,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며 지역 안에서 자신의 몫을 갖는다. 두 사업의 현장은 노인일자리의 역할을 소득이나 사회참여, 어느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참고문헌
• 2026년 독거노인도시락배달사업 사업계획서. 부천시니어클럽 자체자료
• 2026년 행복나눔이 사업계획서. 부천시니어클럽 자체자료
최은숙
서정대학교
사회복지상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