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2호 현장이슈

구청이 만든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일자리우수기관 #지자체직영모델 #지역사회자산으로써노인일자리
구청에 있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노인일자리사업에는 다양한 수행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일찍이 노인일자리기관으로 설립된 시니어클럽이 전체 사업단의 46.5%를 차지하고 사업의 41%를 차지하지만, 대한노인회, 노인복지관도 약 15%씩을 담당하고 있다.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센터, 지역문화원 등 다양한 지역사회기관들과 함께 지자체가 설립하여 직영하고 있는 수행기관도 137개소로 전체의 10.5%를 차지한다. 2025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평가에서 대상을 받은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도 그중 하나다. 1호선 제물포역에서 내려 10분쯤 걸으면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이 있는데, 구청 부지 안쪽으로 들어가니 별도의 건물에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가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 초등학교로 쓰던 건물이라고 했다. 복도를 따라 일렬로 늘어선 방들이 작업장이고 교육장이고 그랬다. 천연비누 [자연담향]을 만드는 공방엔 일자리사업 참여자 다섯 분이 모여 행사에 쓸 열쇠고리를 제작하고 계셨다. 상시 60~70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장을 지나니 총 49명의 상근자가 두 개의 사무실에서 64개 사업단, 4,545명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었다. 바쁘게 일하는 사무실을 나와 달콤한 향기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서 출입문 두 개를 통과하니 우리밀 수제쿠키 [쿠키지] 사업장을 있었다. 살짝 엿보니 전신 위생복을 착용한 참여자들이 주문받은 쿠키를 굽고 계셨다.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은 2023년부터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김태화 센터장님, 2008년 기관 설립 때부터 일해 온 ‘살아있는 역사’ 신희정 부장님을 모시고 진행하였다.
지자체 직영모델은 무엇이 다른가
센터장 업무실의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 현황판이었다. 현재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4,526명의 절반에 가까운 2,108명이 대기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다양한 사업단의 이름과 참여인원 그리고 담당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실, 이렇게 게시해놓고 일하지 않으면 그 많은 사업과 담당자를 기억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렇게 일자리의 유형과 특성, 그 사업에 참여하는 다양한 역량과 선호를 가진 참여자, 또 사업단을 통해 만들어지는 유무형의 생산품과 서비스가 다채롭다는 것은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면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는 무엇이 특별할까? 지자체가 설립하고 직영하고 있는 ‘지자체 직영 모델’이기에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은 무엇이 있을까?
김태화 센터장은 지자체 직영모델이 “우리 구청에서 직접 설립하여 일자리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현장에서 필요한 복지나 고독사 예방 등의 문제까지 접목하여 수행하는 것을 역할”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고 밝혔다. 다른 노인일자리 수행기관과 다르게 미추홀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요청하는 일들을 노인일자리와 결합하여 수행하는 것이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가 갖는 차별성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추콜실버센터] 사업단이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단절된 위기가구를 찾아 지원하려는 구청의 요청으로 이 사업단이 사업단을 구성하고 전화상담을 진행할 참여자를 모집하자, 지원자는 당초 예상했던 참여자 수의 두 배를 넘었다. 상담업무를 경험한 전직 교사 등을 주로 선발했다. 그렇게 24명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로 ‘콜센터’가 만들어지자 구청에서는 이분들이 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해주었고 지역방송인 남인천방송도 위기가구 발굴사업을 홍보하여 측면에서 지원했다. [미추콜실버센터]는 1인 가구 실태조사, 고독사예방사업, 지자체 사업의 정책모니터링 등의 사업을 해왔다. 전화 상담을 통해 지원이 필요한 지역민을 찾아내 다양한 지원사업과 연결하기도 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6-7개월 동안 2만 통에 가까운 전화상담 업무를 통해 지자체 공무원들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직영이지만 일자리사업 참여자가 공무원이 아니기에 전화상담을 통해 알게 되는 개인정보를 민감하게 다루고 보호해야 하는 것도 센터가 책임져야 한다. 처음엔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하는 주민도 있어서 이젠 지자체로부터 전화상담이나 실태조사를 해야 하는 주민들의 명단을 받아 일을 할 때는 먼저 구청에서 문자로 알리고 그 다음에 [미추홀실버센터]가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구청과 호흡을 맞춰서 일을 하니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도 표적화하여 모집하기도 한다. 폐지수입노인 200명의 명단을 받아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직접 문의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직영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에 대한 미추홀구청의 관심은 비단 구청 옆에 자리를 잡게 하고, 지자체의 다양한 사업의 수요조사와 실태파악에 활용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가 2021년부터 3년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평가에서 대상을 받고, 그 이듬해엔 최우수상, 그리고 2025년엔 또다시 대상을 받은 이유를 설명하던 신희정 부장은 “무엇보다 매년 500개씩 일자리가 늘어나다 보니 전국에서 단일기관으로는 제일 많은 참여자를 가지게 된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일자리 규모를 늘리는 데 지자체가 앞장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런 사업량을 확대한다고 저절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4명에서 출발하여 현재 49명이 일하는 기관이 될 때까지 부단히 사업단을 관리하고 신규 사업 아이템도 끊임없이 발굴해오고 시도하고 정착시켰던 과정이 올해로 어언 19년째에 이른 것이다.
우리 기관의 세 가지 대표사업을 꼽으면
수많은 사업단 가운데 대표사업, 자랑할 만한 사업을 꼽아달라고 하니 주저없이 ‘지브라운까페’라고 했다. “이 사업 같은 경우는 어르신들이 일단 외부로 나가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요. 저희가 이 사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 식음료 관리 교육,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CS교육 같은 것을 준비해서 실시하고 나면 매장별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십니다. 카페지만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셔서 사랑방처럼 이야기하고 회의도 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지요.”
일곱 번째 매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카페 지브라운]은 출발부터 구청에서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해주어 임대료 걱정없이 카페사업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구청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고 카페가 필요하면 그 공간에 [카페 지브라운]이 입점하여 매장을 늘려가게 되는 것이다. 한 카페당 많게는 12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벽면에 사업단 명단을 보니 [카페 지브라운] 도화점, 청운대점, 주안점, 용현점, 미추홀점이라고 쓰여 있었다, 바로 작년 2025년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공동체사업 공모전에 응모하여 받은 6천만원으로 도화점 오픈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시니어카페는 이제 미추홀구 곳곳에서 주민들과 만나는 시니어의 공간을 만들어나갈 뿐 아니라 HACCP 인증을 받은 우리밀 수제쿠키 쿠지지 의 판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꼽는 대표사업은 [독서지도사]와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다. 독서지도사는 지역 내 초등학교들과 연계하여 한 학기 동안 책 한 권을 정하여 한 학기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처음 학교에 제안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했는데 그게 성공적이라서 학급 수를 확대했다고 했다. 주로 1-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학교에 따라서는 5학년 대상의 학급이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독서지도사로 참여하는 분들은 주로 전직 교사들이 많다고 했다. 학생들을 가르쳐온 수 십년간의 경력을 바탕으로 책을 매개로 한 새로운 교육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어린이집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지어서 하는 사업이다. 문화적 관심과 역량이 높은 이 사업 참가자들은 창작을 토대로 인형극도 하고 다큐멘타리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는 등 미리 계획하지 않은 새로운 문화 활동들을 창의적이고 자발적으로 펼쳐나가는 사업단이라고 했다.
세 번째 사업은 공익형에서 시작한 [녹색도시사업단]을 소개했다. 2023년부터 시작한 사업인데 이 역시 구청에서 투자하여 학교 주변에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이끼 판넬을 설치했는데 규칙적으로 이끼 판넬에 스프레이로 물을 주고 관리하는 업무가 녹색도시사업단에 속한 참여자들의 일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김태화 센터장님이 ESG(환경·사회·협치) 교육을 받아 컨설팅 자격증을 받고 이를 기관 운영에 적용할 뿐 아니라 사업모델에도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제로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는 구청과 함께 ESG 경영 선포식을 진행하고 종이컵 등 일회용품 쓰지 않기 위해 모든 컵을 다회용으로 바꿨다고 했다. [녹색도시사업단]이 관리한다는 이끼판넬은 다행히 인터뷰를 진행한 공간에도 설치되어 있어 실물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노인일자리를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보는
2023년 구청장으로부터 2년 임기 계약직 4급 공무원으로 임명을 받았던 김태화 센터장은 노인장기요양 현장에서 오래 일해왔고 사회복지를 공부했기에 노인복지현장과 노인 당사자에 높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지팡이나 운동기구 같은 것들을 직접 사용해보고 어르신들에게 정말 맞는지, 편안한지 그 결과를 관련 업체에 전달해주는 [시니어 사용성 평가단]이라는 사업단을 구상한 것도 노인 당사자들의 의견이 사회 곳곳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에 임명되고 와서 받은 첫인상은 너무 일이 많고, 직원들이 힘들게 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한 일 중 하나가 구청에 강력하게 요구해서 직원을 한 명 늘린 거다. 아무래도 조직에 대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고용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줄 수 있는 게 센터장으로서 희망이라고 했다. 모든 직원들을 그렇게 해줄 수 없는 구조적인 상황에서는 “제가 죄인”이라며 그래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49명이 일하는 직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1박 2일 연수 한번 가는 예산도 없는 것도 기가 막혀 겨우겨우 마련해서 올 4월에는 드디어 강화도로 전 직원이 워크숍을 간다고 했다. 가서는 사무실을 벗어난 새로운 환경에서 숨도 돌리고 새로운 일자리 아이디어를 집중적으로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태화 센터장은 ESG 경영 교육과정까지 들은 터라 조직문화를 바꾸어보고자 여러 시도를 해왔다. 직원들이 편안해야 사업 성과도 나고, 조직이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상명하달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의사결정을 하여 조직문화를 개선했다는 기업체를 방문하여 배우기도 하고, 배운 대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를 하기도 했다. 사실, 워크숍을 갔으면 좋겠다는 것도 그 의견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었다.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조직문화개선 지원사업에도 신청하여 다같이 조직문화개선을 위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교육을 통해 조직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를 서로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김태화 센터장은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 직원들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결국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만나 일하게 되는 노인일자리 참여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연결될 것임을 믿는다고 했다. 미추홀구 주민이기도 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면서 역량을 발휘하고 삶에서 원동력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노인과 노인일자리를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산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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