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9호 현장이슈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

오현균 서울강서시니어클럽 관장
#질적성장 #처우개선 #고용안정성보장
들어가며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고, 노인빈곤과 자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은 어르신들의 활기찬 노년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며, 2025년 기준 약 2조1,847억원이 투입되는 노인복지정책의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노인에게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 사회적 관계 형성, 고독감 해소 등 다양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노인일자리담당자(이하 담당자)는 노인일자리사업 운영을 위한 상근인력으로 실질적인 사업 수행의 핵심 주체이며, 참여자 모집 및 선발, 교육 및 활동 관리, 활동비 지급 및 실적 관리, 신규 노인일자리 프로그램 개발, 상담 및 민원처리 등 사업의 전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담당자는 노인일자리사업 추진의 실질적인 동력이며, 노인일자리정책의 성과는 현장 담당자의 역량과 노력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사업의 중요성과 사업량 증가 속도에 비해 담당자에 대한 처우개선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 사업의 질적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며, 노인일자리 현장 다수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이에 현장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일원으로서 어르신과 담당자 모두가 행복한 노인일자리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소망을 담아 담당자 처우개선의 필요성과 두 가지 제도변화를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노인일자리담당자의 현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연구(노인일자리담당자 근로여건 실태조사, 2024)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노인일자리담당자는 6,520명으로 담당자 1인당 약 142.3명의 어르신을 담당하고 있어 과도한 업무량, 낮은 임금과 복리후생, 과도한 역할과 책임, 경력에 대한 보상 등의 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고용불안과 관련하여 현재 소속기관의 재직 의사에 대해 ‘재계약 및 은퇴까지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65%인 반면 실제 무기계약직 및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6.4%에 불과해 처우는 열악하지만, 노인일자리사업에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근무하고 싶어도 제도적인 한계로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담당자의 열악한 처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노인일자리 유형 중 노인역량활용사업 참여자의 시급보다 담당자의 시급이 적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을 통해 중·단기적인 담당자의 고용안정성 확보, 업무부담 경감을 위한 배치기준 완화, 인건비 및 처우개선비 인상 등을 계획하고 시행해 왔으나, 그 계획조차 현장의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미약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결과(이행)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이나 예산을 수립하면서 사업량 확대에 많은 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이고, 담당자의 처우개선과 관련된 부분은 계획서의 맨 끝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나 예산에 있어서도 후순위 고려 대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복지 분야에 처음 도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치가 아니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었다.
열정만 가득한 채로 몇 개월을 숨 가쁘게 일해왔다.
일이 능숙해질수록 ‘노인일자리 담당자’의 처우나 불합리함이 눈에 보였다. 슬펐던 것은 전국의 적지 않은 수의 노인일자리 담당자가 이러한 불합리함과 열악한 처우를 버텨내고 있다는 현실이다.
1년 단위 계약직, 최저임금, 수당체계 존재X, 막대한 업무량…일을 하면 할수록 사회복지 분야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어갔다.
업무량에 지쳐 노인분들을 뒷전에 두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볼 때면 회의감이 들었다.
이윽고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고 싶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어느 노인일자리담당자의 퇴사일기 중
노인일자리담당자 처우개선의 필요성
그간 담당자 처우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논의들을 담당자 개인의 복지 차원을 넘어 정책 차원에서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향상을 위함이다. 고용안정을 통한 종사자의 업무역량 강화는 순차적으로 노인일자리서비스의 질적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참여자들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역사회 자원과의 효과적 연계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며, 갈등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숙련된 담당자가 많아질수록 노인일자리서비스의 질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둘째, 담당자의 전문성 향상을 통한 정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담당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업무역량을 개발하거나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렵고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저하시킬 수밖에 없으며 퇴사로 인해 새로운 담당자가 투입될 때마다 사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반면, 고용이 안정되면 담당자는 근무경험과 전문지식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셋째, 수행기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현재 이직으로 인한 신규 인력 채용 및 교육에 대한 행정력과 비용이 소모되는데, 이러한 비효율성을 줄이고 조직 내 노하우 축적 및 연속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져 전반적인 조직의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노인일자리담당자 처우개선을 위한 대안 1
: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확대
노인일자리사업은 대한민국의 노후보장 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으로 정착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며 2004년 2만 5천개 일자리로 시작된 후 올해 109만 8천개 일자리로 확대되었는데, 진보와 보수를 떠나 그 어떤 정부도 사업의 규모를 축소한 적 없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사업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선 국면에서도 주요한 정당의 후보들은 공약을 통해 임기 중 노인일자리 확대를 약속하고 있어 담당자의 지속적인 확대는 예견되는 사항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량 증가에 비례하는 수준의 담당자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유형의 복잡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배치기준을 마련함은 물론 노인일자리지원 기관에 배정된 담당자의 일정 비율을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보건복지부가 담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권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고용의 주체인 기관과 법인의 입장에서는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이 고용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노인일자리지원 기관의 위탁운영이 보편적으로 5년인 점을 감안하면, 기관이나 법인의 입장에서 고용의 책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사업에 대한 지도·감독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앙정부의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확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와 현장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울러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인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정규직 및 무기계약직 전환 로드맵 수립이 필요한데,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일부를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매년 일정 비율의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노인일자리담당자 처우개선을 위한 대안 2
: 노인일자리담당자 임금테이블 마련과 호봉제 도입
2024년 기준 노인일자리담당자의 기본급은 월 2,061천원으로 이는 2024년 사회복지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노무, 운전기사, 청소 고용직 등 관리직’의 최저기준(2,061천원)과 동일한 수준이며, ‘사회복지사’ 최저기준(2,140천원)의 96.3%에 해당한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유사 직종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며, 담당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이직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업무의 강도와 책임감에 비해 낮은 보수는 장기적인 근무를 어렵게 만들며, 숙련된 인력의 유출을 야기하여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저해하고 있다.
낮은 임금은 담당자들의 직무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이는 결국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노인일자리사업이 지속가능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담당자에 대한 구조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담당자들의 급여는 해마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담당자의 일에 대한 의미 상실과 의욕 감소로 이어져 결국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력이 계속해서 퇴사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선 담당자의 합리적인 보수 체계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연차 및 경력에 따른 호봉 상승을 통해 경력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담당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호봉제 도입의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예산 문제이다. 노인일자리담당자의 임금 상승과 수당 확대는 이에 따른 재정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가며
22년간의 노인일자리사업 역사 속에서 담당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노인일자리사업의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난해 말 발간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20년사’에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성장과정을 형성기-발전기-확립기-질적 전환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성장을 맨 앞에서 이끌어 온 담당자의 처우는 아직도 ‘형성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이들에게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와 임금격차, 근속연수와 무관한 보상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이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추진해 온 노인일자리는 이제 “양적 성장”를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하며, 그 출발점은 현장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수행하는 담당자의 처우개선(고용안정과 적정한 보상체계 등)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 직종의 처우개선 문제가 아니라, 노인일자리정책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를 강화하는 일이다.
6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고용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비정규직 공정수당이 민간으로 확대되도록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개선 차원에서 담당자의 처우개선 문제에도 변화의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 김가원 외(2024). 노인일자리 담당자 근로여건 실태조사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김가원(2024).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시행 20년(2004-2024)의 성과와 발전과제. KORDI ISSUE PAPER 제2024-07호.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오현균
서울강서시니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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