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3호 우리동네 노인일자리

“나는 이 출근길이 참 좋다”

인터뷰: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김병조 어르신
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
사진: 이현수 포토그래퍼
#노인일자리사업 #시니어북딜리버리 #사회서비스형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사업 노인의 경력과 역량을 활용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형. 교육시설학습 보조 지원이나 공공행정 업무지원,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업무 지원 등이 있다. 65세 이상(일부유형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7월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2023~2027)」에서 어르신들의 능동적이고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해 노인인구 10% 수준으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종합계획에 따르면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는 2023년 31% 대비 2027년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그중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2023년 9.6%에서 2027년 15% 이상으로 확대 운영된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신노년 세대의 경험·역량을 활용함과 동시에 사회 기여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취약계층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서비스의 대표사례로 뽑을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전국 4개 공무원노조에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토론회’를 열어 업무 증가, 인력 부족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공도서관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지식정보와 독서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차적인 정보서비스 시설이다. 아동부터 노인까지 지식과 문화에 대해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지역사회 서비스인 것이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중 ‘시니어 북 딜리버리’ 사업은 이러한 공공도서관의 운영을 지원하여 생애주기 문화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한 통의 문자가 내 인생의 제3막을 열어주었다
김병조 씨는 ‘시니어 북 딜리버리’ 사업에 참여하며 도봉문화정보도서관에서 대출된 도서를 서가에 정리하는 등 사서 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학부 시절 교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하여 20여 년간 초등학생을 가르쳤다. 더불어 독서 캠프를 운영하기도 하면서 독서 운동에 관심도 있었다.
은퇴 후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의 커리어와 관심사에 맞는 교육 관련 일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자리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 후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일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노년기 사회화 교육’에 참여하면서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나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자리에 스스로를 맞추며 도전하면서 시니어 전문회사인 ‘에버영코리아’에서 5년간 네이버 콘텐츠 모니터링 업무도 수행했다.
이후 도봉노인복지관에서 치매 예방 교육 관련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시니어 북 딜리버리’ 사업 참여자 모집 포스터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안녕하세요, 대한노인회 도봉구지회 취업지원센터입니다. ‘시니어 북 딜리버리’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는 20여 년간 교육학에 몸담고, 일자리에 스스로를 맞춰 모니터링과 강사 업무를 진행했던 그에게 기존의 관심사였던 독서 활동으로 머물게 되는 인생의 제3막을 열어주었다.
그래 저곳이다. 이곳이 이제 내가 1년 가까이 근무하게 될 나의 일터이다
김병조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선다. 출근을 할 때면 싱그러운 아침 해가 새롭고, 차갑게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도 새롭다. 그는 “평상시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의 한 일원이 되어 ‘일터’로 출근하게 되니 가볍게 흥분되고 작은 떨림조차 기분 좋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할 일이 있는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도 다른지, 무기력하게 시작하던 어제와는 같은 시간 다른 기분, 일이란 이렇게 사람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인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도서관에서 도서관 이용자에게 도서 대여 및 반납 서비스 등 전반적인 도서관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그는 도서의 대표적인 분류법인 ‘10진 분류법’에 따른 분야별 위치도 완벽히 파악하여 도서관 이용자가 원하는 책의 위치를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책을 찾아드린다. 그럴 때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작은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10진 분류법’을 동료나 이용자들에게 알려주며 더욱 쉽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할 때면 “출근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즐거움인데 업무 또한 적성에 맞으니 하루하루 행복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요즘 말하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같은 것)처럼 말이다.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김병조 씨에게 출근은 이제 자연스러운 루틴이 됐다. “다녀오세요”라는 아내의 출근 인사를 뒤로하고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마치 신혼시절처럼 말이다.
그는 노인일자리사업은 언제나 돌봄의 대상이라고만 여겨지던 노인이 사회에서 무언가 필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과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보건의료비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인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노인일자리를 하면서 ‘순발력’, ‘판단력’, ‘사고력’, ‘집중력’, ‘기억력’, ‘지남력’이라는 여섯 가지 영역이 길러지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이 여섯 가지 영역들이 길러지면서 노인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인 ‘치매’가 예방됨을 느꼈다. 도서 대여와 정리 업무만으로도 질병을 예방한다니, 노년의 삶의 질 제고에 탁월한 일자리인 것이다.
사회에서의 역할, 건강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정보와 문화 창출에 기여한다는 보람도 있다. 도서 대여와 정리 업무 등 도서관 운영지원은 노인일자리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약간의 전문성만 갖춘다면 업무 영역을 보다 넓힐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 출근부에 서명을 하고 근무처인 종합자료실로 향하면 코끝으로 책 냄새가 전해진다. “안녕하세요” 밝고 활기찬 사서의 인사가 가슴을 울린다. 그는 이 출근길이 참 좋다.
노인인구 천만시대, 일자리의 다양성 중요
노인인구 천만시대, 이제 노인의 삶은 예전과는 다르다. 신노년 세대(1955~1963년생)의 노년기 진입으로 노인인구 자체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노인집단 내 특성 역시 다양해졌다. 노동으로 오랜 시간 가족을 부양해온 신노년 세대는 기존 노년층보다 경제적인 능력이나 학력 수준은 높지만, 노후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높은 편이다. 특히, 학력 수준이 높고 디지털에 친숙한 편으로, 이들을 고용한 기업의 만족도는 86%를 상회한다.
노인집단 내 특성의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일자리 영역을 새롭게 찾고 확대해 나간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2023년 9.6%에서 2027년까지 15% 이상으로 늘릴 예정인 것이다.
돌봄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지역사회 안전을 확보가힉 위해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예정으로, <늘봄학교 돌봄 지원 – 초등학생의 등하교 전 아침, 저녁, 틈새 시간에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돌봄과 등·하교 안전관리를 지원>이나 <시니어 시설 안전 점검원 –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경로당과 같은 소규모 취약시설의 안전을 점검하고, 사후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의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노년기 자아실현, 모두가 행복한 노년기를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노인일자리사업의 발굴과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평소의 관심사를 일자리로 발전시킨 김병조 씨와의 인터뷰에서처럼 진정한 덕업일치의 시기가 눈앞에 있다.
참고문헌
• 김수린 외(2020), 「신노년세대를 위한 노인일자리사업 개편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2021), 「장래인구추계 2020~2070」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2022),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 보건복지부(2023),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2023~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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