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인턴십 사업: 보건복지부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중 하나로, 만 60세 이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여 신규 및 계속 고용을 유도하는 사업
봄날의 햇살 ‘시니어인턴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정명산업은 3년 전부터 인력 부족을 체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올려도 한 명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루 등 목제 인테리어 자재를 가공하는 대양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근무할 인력이 필요한데 지원하는 사람들은 두세 번 일하는 단기 근로를 원했다. 그러던 중 두 기업은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통해 각각 박용준 씨와 김정호 씨를 만났다.
박용준 씨는 35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울산광역시청, 울산광역시 동구청 등에서 행정업무 담당했던 그는 만 60세가 되어 정든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 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박용준 씨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35년간 쌓아온 행정업무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체력과 건강을 가지고 있는데 일을 할 수 없다는 상황이 답답하던 차에 운 좋게 동구시니어클럽의 행정업무 보조 모집 공모를 보게 됐다.
박용준 씨는 시니어인턴십 사업에 참여해 정명산업에서 근무하기 전 동구시니어클럽에서 근무하며 행정업무를 보조했다. 그는 만 60세 이상자를 위한 일자리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해왔던 업무와는 정반대의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는 노인일자리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어떤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어필했다. 박용준 씨는 그렇게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만났다.
“평생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만 보고 일해 왔는데 직접 생산 업무를 해보니 너무 재밌습니다.”
정명산업에서 자동차 타이어 휠의 밸런스를 맞추는 등 자동차 부품 제조를 지원하는 일은 박용준 씨에겐 즐겁기만 하다. 일에 대한 욕심도 생기면서 황당한 해프닝도 겪었다. 공장에는 타이어를 실은 차가 들어와 지정된 레일에 정차한 후 타이어를 내리는 과정이 있는데, 이 레일은 저녁 11시 40분에 멈춘다. 그 시간에 맞춰 타이어를 내리고 갈 수 있도록 시간과 차량을 관리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한 차라도 더 타이어를 내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빠듯하게 차량을 들여보내다 결국 마지막 차량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저녁 11시 40분이 넘어 레일이 멈춘 것이다. 레일 위에서는 차의 시동을 걸 수 없어 차가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해, 몇 시간을 고생하다 본사에 연락해 겨우 차량을 내보냈다. 박용준 씨는 “그때는 요령이 없어서 그랬지 뭡니까”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김정호 씨는 동화기업에서 28년을 근무하다 은퇴했다. 그는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어디서 일자리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중 협력사였던 대양기업의 권유로 대양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그는 시니어인턴십이라는 사업을 이때 처음 알았다.
“요즘 친구들은 똑똑해요. 이해도가 높아서 하나를 알려줘도 열을 안다니까요.”
김정호 씨는 대양기업에서 목재를 가공하는 기계설비 정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동료에게 알려주거나 설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그의 노하우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설비 부품을 변경하여 불량률을 “0”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화학 공장은 45톤이 넘는 자재를 공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량의 물이 들어가거나 다른 화학제품이 섞이면 불량품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한 시기에 자꾸만 불량품이 나왔다. 김정호 씨는 어디에 물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설비의 노즐을 점검했다. 아니나 다를까 노즐 패킹이 노후돼서 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노후가 되더라도 물이 스며들지 않는 타입으로 노즐 패킹을 변경했고, 그 뒤로부터는 불량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정호 씨는 “이 일은 하루아침에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간단한 것도 경력과 경험이 없으면 금방 따라오지 못해요. 제 노하우를 젊은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보람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정호 씨는 시니어인턴십 사업은 일거양득이라 말한다.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고, 자신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되니 너무 좋은 사업입니다”라면서 말이다.
시니어 에너지, 시너지!
시니어인턴십 사업이 비단 시니어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용준 씨와 김정호 씨를 고용하고 있는 정명산업과 대양기업은 시니어인턴십을 통해 적합한 인력 알선, 인력 채용, 지원금이라는 일석삼조를 이뤘다고 말한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리면 10여 명이 구직을 신청하지만, 채용까지는 연계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니어인턴십 사업에 참여하니 수행기관에서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소개해 줘 기업에 맞는 인력을 원활히 채용하고 있다. 대양기업 지미애 부장은 “구인·구직 사이트의 공고를 보고 오시는 분들보다 우리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퇴사율이 낮아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시니, 업무에 대한 적극성도 더 높으시죠”라며 미소 지었다.
시니어를 채용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명산업 황보환 대표는 시니어의 신체적 건강이 청년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시니어를 채용하고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업무적인 체력이나 일하는 능력이 청년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 69세인 시니어가 있었어요.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일을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자기는 아직 체력이 돼서 더 일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일을 그만하시게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년이 어딨습니까. 일을 잘하시니까 힘이 닿는 데까지 하시라 했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시니어들은 꾸준하시고 꼼꼼하시고 노하우도 있어요. 거기다 책임감 있게 일을 해주니 기업에 큰 도움이 되죠.”
시니어의 채용은 기업의 인력 해소와 더불어 업무처리에도 큰 도움이 됐다. 작은 일 하나라도 먼저 나서서 해주려는 시니어들 덕분이다. 대양기업이 김정호 씨에게 입사를 제안한 것도 업무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서다. 지미애 부장은 “화학 공장의 설비 문제를 발견한 것도 김 선생님 덕분이었어요. 직원들이 왜 자꾸 불량이 나오는지 고민하다 김 선생님한테 여쭤보니까 내 일처럼 나서서 확인해 주신 덕분이죠”라며 고마운 감정을 전했다.
정명산업 역시 박용준 씨뿐만 아니라 다른 시니어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명산업은 늘 인력이 부족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시니어를 채용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력이 안정되니 업무도 자연스레 추진됐다. 황보환 대표는 “시니어들이 회사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해 주시고, 더 해주시려고 하는 책임감 덕분에 회사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죠”라며 연신 감사함을 표했다.
“시니어인턴십 사업, 억수로 만족합니다!”
지미애 부장은 시니어인턴십 사업으로 업무가 재밌어졌다고 말한다. 제작량, 불량률, 수입액 등 실적을 정리하여 상사에게 보고할 때 ‘일을 잘하는 직원’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업 지원금으로 수입도 더 늘어나니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과의 소통 기회도 늘었다. 그는 “사업에 필요한 서류를 시니어분과 같이 떼러 갈 때가 있어요. 저는 평소 행정업무를 담당해서 생산 분야 직원과는 만날 기회가 적죠. 서류를 떼러 가면서 시니어분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생기니 재밌고 좋아요”라며, 시니어와의 소통은 업무 환경을 더욱 안전하게 개선할 좋은 기회라고도 덧붙였다.
두 기업은 주변에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안내하기도 한다. 황보환 대표는 “주변에 기업을 운영하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좋은 사업이 있다’며 시니어인턴십 사업을 홍보하고 있어요. 실제로 시니어인턴십 사업에 참여한 기업도 있다니까요?”라며 웃어 보였다.
시니어인턴십 사업의 만족도는 두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니어 고용기업의 만족도는 86.4%로 나타났으며, 그중 68%가 현재 고용 중인 시니어의 고용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사유로 ‘인력난 해소’(38.4%)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시니어인턴십 사업이 기업의 안정적 인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 시대!
시니어 고용,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
2023년 3월 고용동향에서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보다 45만 2천 명 늘어난 585만 8천 명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3년 이래로 가장 높게 집계된 것이다. 청년층의 인구가 감소하여 그 자리를 노인이 대신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일하고 싶은 노인’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가운데 장래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은 68.5%로 10년 전(60.0%)에 비해 8.5%p 늘었다.
단순히 ‘일하고 싶은’ 마음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베이비부머의 유입으로 노년층의 역량도 높아지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13.8%로 713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집단이다. 이들은 2020년 기점으로 2028년까지 매년 62~92만 명이 고령인구로 진입하고 있으며, IT 기기 활용에도 능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체 노인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대졸자가 2040년에는 33%, 2051년에는 50%, 2070년에는 70%가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점차 감소해 2022년 약 3,668만 명에서 2030년에는 3,331만 명으로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력 부족과 기술 단절 등 성장 동력을 약화할 수 있어 점차 노인 인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하듯 기업의 수요에 따라 시니어인턴십 사업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사업 목표량은 5.5만 개로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1년(3천 개) 보다 목표량이 약 180배나 늘었으며, 2022년(4.5만 개) 보다 약 1.2배 늘었다. 시니어들은 제조업·운수업·보건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 중이다.
앞서 언급한 정명산업과 대양기업도 시니어인턴십 사업으로 인력난을 해결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업과 건설업 등 최근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는 업계에서 인력 수급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시니어인턴십 제도를 적극 활용 중이다.
올해 시니어인턴십 사업은 다양한 직무를 개발하고 장기취업률을 위한 기반 조성에 힘쓰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에 기여하고 계속 일하고자 하는 시니어의 수요를 반영한 시니어인턴십 등 민간형 일자리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참고문헌
• 김문정 외(2023). 「민간형 노인일자리 지속가능성 강화 방안」.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김수린 외(2020). 「신노년세대를 위한 노인일자리사업 개편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2023). 「3월 고용동향」.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2022).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