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0호 우리동네 노인일자리

“노인일자리로 마음까지 돌봐요” 건강지킴이 활동 현장을 가다

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
인터뷰 및 사진 제공: 전주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노인일자리사업 #건강지킴이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노인일자리사업 중 ‘취약계층돌봄서비스’(사회서비스형)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예방 활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서비스 이용자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는 주기적으로 서비스 이용자를 방문해 건강 및 안부 확인, 식생활 관리, 치매 예방 등의 활동을 제공한다. 사업단 마다 다르지만 참여자들은 보통 주5일 하루 3시간씩 2∼3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확인하고 서비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방문 진료, 집수리 등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데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취약계층돌봄서비스’!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돌본다는 활동 현장을 찾았다.
오전 9시,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전주의료사협)에서 통합돌봄 서포터즈 건강지킴이로 활동 중인 정경애(66세) 건강지킴이가 전주시 A 할머니 댁 초인종을 누른다.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정경애 씨가 환하게 웃는다.
정경애 씨는 제일 먼저 발열부터 확인 후, 함께 활동하는 동료와 2인 1조로 집안 곳곳의 방역을 시작한다.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다. 방역관리가 끝난 후 이제는 몸을 움직일 시간이다. ‘건강실천송’과 함께 ‘건강박수’와 개개인에게 맞춘 스트레칭 및 체조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더한다. 처음에는 쑥스럽다고 잘 따라 하지 않으시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건강지킴보다 더 큰 박수 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고 한다. 박수와 함께 간단한 율동을 하고, 게임도 한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생활에 활력을 주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정경애 씨는 건강 키트가 준비되지 못한 어르신께 혈압·혈당 등을 스스로 측정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 드린다. 혈압과 혈당만 주기적으로 관리해도 상당수의 위험 질환 예방이 가능하다.
“어르신, 저번에 알려드린 대로 혈압과 혈당을 한번 직접 확인해보시겠어요?”
정경애 씨가 차근차근 어르신께 혈압, 혈당 기기 조작법을 알려드린다. 직접 해보도록 권하는 이유는 기기를 조작하면서 자신의 건강에 조금 더 관심을 두게 해드리기 위해서다.
정경애 씨는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지 주거 환경은 괜찮은지 살핀다. 어르신의 몸 상태가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없는지 꼼꼼히 기록한다.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살펴 필요할 경우 병원과 연계하는 등의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지역사회의 건강 돌봄을 받을 수 있다.
활동 시간이 금방 지나, 정경애 씨가 집에 갈 시간이 되자 어르신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어르신 또 올게요.”
어르신은 정경애 씨가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해 주신다.
정경애 씨는 오랜 기간 남편의 사업을 도우며 주부로서도 최선을 다해 살았다. 막둥이였던 작은 아들까지 대학에 입학하자 가족에게 손이 가는 일이 없었다. 삶의 허전함이 몰려왔다. 평소 봉사에 뜻이 깊어 여러 활동을 했다. 봉사를 위해 미술치료 등 여러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열심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며 전주의료사협과 연이 닿아 건강지킴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건강지킴이의 방문으로 삶의 희망을 찾았어요.”
정경애 씨는 70대 후반에 뇌졸중으로 삶의 모든 희망을 내려놓았던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방문했을 때 어르신은 건강지킴이의 방문을 탐탁스럽지 않게 여기셨다. 매일 같이 찾아가 어르신을 설득했다. 어르신의 마음의 문이 열리자 다음 관문은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도록 하는 것이었다. 끊임없이 권유했다. 마침내 어르신은 마음의 빗장을 거두었다.
수개월 동안 어르신의 댁에 방문해 건강 상태, 식단 등을 챙겼다. 몇 개월이 지나자 정경애 씨가 느낄 정도로 어르신의 몸 상태가 호전되었다.
어느 날, 활동을 마무리하고 어르신 댁을 나서는 정경애 씨에게 어르신 본인이 손수 만드신 밑반찬을 손에 쥐어 주셨다. 몇 년 만에 만드는 반찬이라고 하셨다. 노인복지관에서 하는 요가와 컴퓨터 프로그램도 신청하셨단다. 정경애 건강지킴이는 활동에 큰 보람을 느꼈다.
“건강지킴이 활동으로 전보다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어요.”
정경애 건강지킴이는 전보다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 활동하니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게 된다. 교육 등을 통해 건강 상식도 많이 생겼다,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어, 건강 관련 공부도 많이 하다 보니 전보다 몸에 에너지가 넘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또 다른 건강지킴이 박예순(78세) 씨는 이용자 어르신과 신나게 트로트를 부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건강지킴이 활동을 시작한 박예순 건강지킴이.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퇴직 후 여행 등을 다니며 마음껏 휴식을 즐겼지만 결국은 무료하고 집에 있으니 짜증이 많아지더라고요. 역시 무언가 활동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박예순 씨는 우연한 기회에 노인일자리사업인 건강지킴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건강지킴이 활동은 현재 박예순 씨의 삶에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행복도가 올라간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박예순 씨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용자 어르신들에게 건강에 대해 알려드리려면 자신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예순 씨는 솔선수범해서 운동과 건강관리를 전보다 더 열심히 한다.
박예순 씨는 독거노인이었던 한 어르신이 인상 깊다. 몸이 불편하니 삶의 의지도 없던 어르신이 어느 날 건강지킴이가 부르는 ‘건강실천송’을 따라 부르시고 손바닥이 벌겋게 될 정도로 건강 박수를 따라 치시는데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활동을 마치고 대문을 나서는데 밥 사 먹으라며 돈을 쥐여 주셨다. 한사코 만류하시는 어르신의 손에 돈을 돌려 드리면서 건강지킴이를 향한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정경애, 박예순 씨가 활동하는 통합돌봄 서포터즈 건강지킴이는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전주의료사협)이 운영한다. 올해 전주의료사협에서 활동하는 건강지킴이는 131명으로, 전주시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전주시는 2019년 노인 분야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로 지정되었다. ‘정든 집에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자’는 비전 아래 지역의 여러 자원을 투입하였다. 어르신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의료 △건강관리 △요양 △돌봄 등 다양한 생활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1월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기본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19년 4월 16개 지자체를 선정하여 2년간의 선도 사업을 추진하였다. 2022년까지 통합돌봄의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2024년까지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여 전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자인 초고령사회(25년)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 보편적인 서비스로 모든 지자체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보건복지부, 2020.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자체 추진 가이드북」, 2020.).
사업은 지역사회 단위로 서비스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다양한 지역 주체의 참여와 협력을 요구하는 만큼 노인 역시 지역사회의 자산으로서 돌봄 서비스의 이용자 및 제공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김수린 외, 2020).
통합돌봄 서포터즈 건강지킴이는 다양한 통합돌봄 서비스 중 가정에 방문해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은 지역의 통합돌봄 사업과 노인일자리사업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이다.
통합돌봄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전주의료사협에서는 사업의 효과를 3가지로 얘기한다. 건강증진 활동과 교육에 참여하면서 노인 스스로 건강에 대해 알아가며 건강을 관리하도록 하는 ‘건강한 권리’가 첫 번째다. 이용자 어르신들은 건강지킴이를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건강이 나의 권리라고 인식하는 순간, 삶에는 활력이 돈다. ‘사회적 비용 감소’도 큰 효과다. 건강지킴이와 이용자가 서로 돌봄을 통해 늘어가는 부양 부담을 해소하고 의료비 지출도 감소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회복’이다. 참여자의 사회적 기여 활동으로 노후 삶의 자존감이 향상되고 이용자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전주의료사협의 고선미 전무는 “건강지킴이는 어르신이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며, “전주의료사협은 건강지킴이와 건강 주치의가 주기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방문하여 지역 사회의 ‘건강-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선미 전무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건강지킴이와 이용자 어르신들의 감동적인 사연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우울증이 심했던 이용자 어르신이 삶의 의지를 갖게 되기도 하고, 건강지킴이도 활동을 통해 활력을 얻어 건강해졌다는 분들이 많다.
건강지킴이를 비롯한 통합돌봄의 효과는 실제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전주시 통합돌봄 대상자의 의료비 효과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주시가 지난 2021년 추진한 통합돌봄사업으로 인해 대상자들의 의료비와 입원율이 각각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전주시 완산구의 경우 통합돌봄 사업으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1인당 총입원비가 6개월 동안 약 106만 원 정도 절감됐으며, 입원율은 시행 전보다 연간 약 12% 정도 감소했다. 또한 연구진은 전주시 75세 이상 고령자 모두에게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연간 건강보험 부담 의료비 절감액이 약 104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사업 초반에는 문전박대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가정 방문이라는 것이 어색하시고 부담이 될 수 있죠. 이제는 건강지킴이분들이 오는 날만을 기다린다고 하십니다.”
고선미 전무는 “건강지킴이는 건강관리, 생활 관리, 건강정보 공유, 방역 관리, 정서 관리까지 이용자 어르신의 건강 관련 전반적인 측면을 돌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 건강과 마음까지 돌본다.”라며, “건강지킴이로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어 매우 뜻깊다.”라고 말했다.
전주시에서 시작된 ‘통합돌봄서포터즈 건강지킴이’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노인일자리사업 신규 아이템으로 선정되었다. ‘취약계층돌봄서비스’란 사업명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54개의 사업단에서 1,806명이 참여 중이다.
그 간 노인일자리사업은 급증하는 노인돌봄 수요에 대응하여 지역사회에 돌봄이 필요한 영역에서 보충적, 보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은 참여 노인에게 보충적 소득 보전, 사회 참여를 통한 신체·심리·사회적 건강 증진 등 효과가 있다. 또한 돌봄을 받는 노인에게는 동년배와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고독감, 소외감을 해소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은 급증하는 노인돌봄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노년기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을 제시하여 노년기 복합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노인복지 모델로서 유용한 가치를 지닌다(김가원 외, 2022).
참고문헌
• 보건복지부(2020). 「지역사회 통합돌봄 자체 추진 가이드북」, 보건복지부.
• 김수린 외(2020). 지역사회 통합돌봄 도입에 따른 노인돌봄과 노인일자리사업 연계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김가원 외(2022).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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