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는 어르신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새로운 직무를 발굴하고, 어르신의 역량을 전문적인 역할로 확장하는 것 역시 노인일자리가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다. 어르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만날 때, 노인일자리의 새로운 가능성도 시작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운영 지원 사업은 이러한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교육을 이수한 참여 어르신들은 지역 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과 등록, 제도 안내와 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내방 상담뿐 아니라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주민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운영 지원 사업은 어르신의 역량을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와 연결해 새로운 직무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2026년 노인적합형 신직무 우수모델 대상을 수상했다. 전문교육을 바탕으로 어르신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는 점에서, 노인일자리의 직무 영역을 넓히고 어르신의 역량이 새로운 사회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호 ‘우리동네 노인일자리’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운영 지원 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협업 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담당자와 현장에서 활동 중인 목동어르신복지관의 참여자들을 만났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상담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경험과 역량이 어떻게 새로운 전문 직무로 이어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운영 지원은 어떤 사업인가요?
• 변희정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상담해 주는 사업입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무의미한 치료는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인데요, 혹시 나중에 나에게도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사전에 자신의 연명의료에 대한 의향을 남기는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이 의향서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이수한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작성할 수 있는 서식인데요, 이 상담을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께서 하고 계십니다.
Q. 현재 전국에 몇 분 정도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계시나요?
• 변희정 지금 현재 전국 15개 시도에서 925명의 어르신들께서 참여하고 계시고요, 약 100개소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상담도 진행 중입니다.
Q. 참여자분들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김경숙 이전에 재가노인복지센터 운영도 했고, 제가 노인이 되고 보니 노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자연스럽게 노인일자리를 검색해 봤고, 집 근처 복지관의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김기한 저는 은퇴 후 복지관에서 활동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자격증도 취득을 하고 교육도 받고 있었는데, 목동어르신복지관에서 낸 노인일자리 공고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근무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이전에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경험은 있으신가요?
• 김경숙 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 운영 지원 사업으로 일하는 것이 첫 노인일자리이고, 3년 차입니다.
• 김기한 저도 노인일자리 사업이 처음이고, 현재 3년 차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두 분은 어떤 형태로 근무하고 계시나요?
• 김경숙 각 기관에서 2인 1조로 오전 팀과 오후 팀으로 나누어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 출장 근무도 하고 있는데요, 경로당에 방문해서 상담하고 접수도 받고 있습니다. 또 지역 교회에서 방문 요청이 있을 때가 있어서 상담을 진행할 때도 있습니다.
• 김기한 또 지역 내에 행사가 있을 때 제도를 홍보하기도 하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가정으로 찾아가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Q.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김경숙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부부와 자녀분이 함께 찾아오셨는데 그분들이 기억이 납니다.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어떻게 오셨냐고 여쭤봤더니 아버님이 아프셔서 찾아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긴 치료를 받으시면서 가족으로서 지켜보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본인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다고 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 좋은 제도에 대해 설명드렸는데 접수하고 가시면서 정말 고맙다고, 꼭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고 말씀해 주셔서 자부심도 느끼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Q.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면서 좋으셨던 점이 무엇인가요?
• 김경숙 일단 지역사회의 한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좋고요, 일을 하면서 동료와 복지관의 직원분들, 다른 어르신들과도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굉장히 좋습니다. 또 외부 활동을 하다 보면 삶에 활력도 생기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 김기한 저는 젊어서 쌓았던 역량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남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마지막 죽음을 편안하고 존엄하게 마감할 수 있는 웰다잉 문화에 제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Q. 현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 진행 중인 참여자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 변희정 권역별로 직무교육을 6시간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시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전산으로 등록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내용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얻은 주요 성과는 어떤 게 있을까요?
• 변희정 제도적으로 주요한 성과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가장 큰 성과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상담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동년배 상담을 통해서 어르신들께서 충분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누는 과정에서 제도를 이해하는 점에 있어서 행정적으로 단순히 작성하는 서식보다는 더 의미 있게 작성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찾아가는 상담이 활성화되었다는 점인데요. 연명의료결정제도에는 내방 상담 중심이라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었는데 어르신들께서 직접 경로당, 교회, 지역 행사 등을 찾아다니시면서 제도를 홍보해 주시고 상담해 주시기 때문에 유의미한 성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Q. 해당 사업이 2026년 노인적합형 신직무 우수모델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변희정 우선 저희 사업만큼 완벽한 사업이 또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자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전국에서 진심으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참여해 주시고, 제도를 이끌어 나가 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어르신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조금 더 편하고, 더 안전하게 이 사업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또 어르신들의 역량이 다시 한번 지역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도 열심히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 김경숙 저에게 노인일자리는 ‘감사’입니다. 제가 요새 잘 웃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 김기한 저에게 노인일자리는 ‘인생 이모작’입니다. 제가 가진 것들을 은퇴 이후에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보람을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시니어들과 앞으로의 참여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김경숙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서로 격려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거든요. 또 혼자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일자리가 있다면 도전해 보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삶의 활력도 생기고, 건강도 챙기고, 좋은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도전해 보세요.
• 김기한 노인일자리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노년을 더욱 활기차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추천하고 싶습니다. 모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노년을 젊게 사는 비결은 첫 번째 건강관리이고, 두 번째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밖으로 나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말씀에 동감하면서 주저하지 마시고 참여하셔서 보람되고 건전한 노후를 보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