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8호 우리동네 노인일자리

우리 아이들과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다문화가정 자녀학습 도우미 사업단!

인터뷰: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 서지연 과장
노인역량활용사업 참여자 권은영, 이의조
진행: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부 김문정 부연구위원
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 원신원 차장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 #다문화가정자녀학습 #노인역량활용사업
다문화가정 자녀학습 도우미 지역 내 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방문학습 활동으로 주로 퇴직 교사 및 전 교육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노인역량활용 일자리
Q. 000 인구 수 1,191,768명, 000 가구 수 415,584명, 000 혼인 수 20,431건, 000 출생아 수 12,150명. 000에 공통으로 들어갈 단어는?
답은 바로 ‘다문화’이다. 다문화는 여러 뜻을 가질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문화’는 주로 귀화의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한 자 또는 외국인이 한국인(귀화자 포함) 배우자와 결혼한 결혼이민자와 관련된다.
어떠한 현상에 대해 말할 때 수치로 접근을 하면 좀더 이해가 쉽게 될 때가 있다. 1,191,768명은 2023년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 수로 광역시 인구 수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참고로 울산광역시 인구는 2024년 기준 1,098,049명이다.
415,584명은 2023년 우리나라 다문화가구 수, 20,431건은 2023년 다문화혼인 수로 전체 혼인 중 10.6% 차지, 12,150명은 다문화출생아 수로 당해 연도 태어난 출생아 중 5.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다문화인구, 다문화혼인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출생은 감소하고 있지만 다문화출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이때 다문화가정 자녀학습을 지원하는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있어 인천 부평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보았다.
2021년부터 다문화가정 자녀학습 도우미사업을 추진한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 서지연 과장과 권은영, 이의조 참여자들을 만났고,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수행기관과 참여자 대상 인터뷰 방식으로 지면에 담아보았다.
Q. 다양한 노인일자리 중 이 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서지연 과장 저희21년부터 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업무협약 체결 후 시작했는데요. 부평구 민간협력 네트워크에서 사례관리하고 여러 문제를 논의하면서 ‘이곳에는 다문화가정이 참 많구나.’ 이러한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것을 알고 추진한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천시 다문화가구원 80,587명 중 부평구에 거주하는 다문화가구원수가 올해 18,209명(22.5%)이나 되거든요.
Q. 다문화가정의 자녀학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을 의미하는 건가요?
• 서지연 과장 부모님 전체가 다 외국인이실 수 있겠지만 저희 센터 서비스 신청 조건은 부모님 한 분은 꼭 한국인이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두 분 모두 외국인이신 경우 외국인 지원 센터에 지원을 받으면 되고, 노인일자리 참여자분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Q. 다문화가정 자녀학습 도우미사업단에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가요? 또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나요?
• 서지연 과장 현재 열다섯 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 전직 교사 또는 교원 자격증을 소지하신 교습 경력이 풍부하신 분들입니다. 참여자와 대기자가 모두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남성분들도 소수지만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퇴직 이후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계셔서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라도 참여 의지가 높습니다. 주중 매일 2군데 다문화가정에 가셔서 초등학교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 기초 학습지도와 함께, 체육, 음악 등까지 가르치고 계십니다. 또 외국인 학부모님들이 어려워하는 학교 관련 사항(가정통신문, 숙제, 준비물 등)에 대한 안내도 하십니다. 부모와 학교 선생님 간 커뮤니케이션도 도와드리는 거죠.
Q.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에 가면 일자리가 다양한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 권은영 참여자 저는 사교육 현장에서 초, 중, 고 아이들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20년 동안 가르쳤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즐거움이 컸고, 아이들에게서 받는 에너지는 밝고 젊게 살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제 천직이라 생각했는데 하던 일을 접으면서 인생 2막에 뭘 할까 고민했는데 도저히 가르치는 것 말고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의 다문화가정 자녀학습 도우미사업을 알게 됐어요. 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해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참여할 수 있어 현재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이의조 참여자 저는 퇴직 전에는 초등학교 돌봄교실 특기적성 교사를 했고, 타지역에서 이쪽으로 이사를 와서 뭐를 좀 해볼까 하던 차에 집 앞에 노인일자리 참여자 모집 현수막을 보고 지원하게 됐습니다. 올해 벌써 노인일자리사업 참여한지 3년째가 되었네요.
Q. 학습지원 도우미 활동내용이 궁금합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계시는지요.
• 권은영 참여자 현재 초등학교 2, 3학년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하루 2명씩 주 5일 1시간씩 가르칩니다.
보통 2월 초에 학습 지도가 시작되는데 아무래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보니 ‘언어’가 가능한지를 가장 먼저 봅니다. 학부모님이 원하시는 과목에 대한 이전 학년 진단평가와 어휘력 등 짧은 탐색을 하고 교재 선택도 하고요. 우선 문제를 바르게 읽는 연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조사까지도 똑바로 읽게 합니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게 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 두 문제 그날 학습내용의 숙제를 줍니다. 학부모님이 원하시는 방향에 맞춰 종종 테스트도 하고요.
• 이의조 참여자 저도 초등학교 1학년, 5학년 하루 2명을 1시간씩 가르치고 있는데요. 교과 진도를 참고하여 숙제나 미진한 학과목 위주로 같이 문제집도 풀고, 국어 읽기 위주로 수업도 해서 한국어 교정 부분에 힘쓰고 있어요. 다문화가정 자녀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의사소통 문제인데, 한국어 능력이 낮으면 점점 학습격차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Q. 이 사업을 담당하면서 보람있었던 일, 좋았던 점 등이 궁금합니다.
• 서지연 과장 우선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십니다. 많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언어문제로 힘든데요, 더욱이 요즘은 수학 연산문제도 서술형 문제들이 많은데 그 단어 뜻도 알려주시거든요. 그럼 부모님도 한국어 공부도 자연히 되고, 아이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다른 아이들과 대화가 되니 소외되는 부분도 일정 부분 해소가 되거든요.
교육과 별개로 학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어르신들과 다문화가정 자녀 간 특별한 유대관계 형성도 되니까, 아이들이 옛 한국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점도 담당하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 권은영 참여자 작년에 가르쳤던 한 아이는 굉장히 예의 바르고 얌전했어요. 말도 조그맣게 하고 조심스러웠어요. 아이가 마음이 편안해야 학습효과도 있을 테니 라포 형성을 우선했어요. 그러면서 아이가 조금씩 목소리도 커지고 학교생활을 종알종알 얘기했지요.
어느 날 공부하던 중 게임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바닥에 앉아 카드를 뽑고 종을 치는 게임이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근데 선생님 무릎 안 아프세요?” 하고 묻는 거예요. 어린 아이가 그런 깊은 생각까지 하다니 너무 감격했죠.
“선생님 다리는 **이 가르치러 걸어 오고, 걸어 다녀서 더 튼튼해졌으니 그런 생각 안 해도 돼요”라고 말해 줬어요.
그때 잠깐의 시간 동안 ‘내가 이런 예쁜 아이를 가르치고 있구나’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고 감사했어요. 마지막 수업 날에 아이가 준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 ‘최고의 선생님’이라며 꾹꾹 눌러쓴 빨간 하트가 그려진 편지는 아직도 감동 그 자체로 남아 있습니다.
• 이의조 참여자 저도 아이들이 낯선 학교생활에 소극적인 태도였다가 적극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때, 한국어 실력이 나아져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질 때,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 어머니께서 감사 전화도 주셨을 때 등등 생각해 보니 보람찬 일이 많았네요.
좋았던 점을 꼽자면, 아이들 집에 가면 엄청 반갑게 나오면서 열렬한 환영을 해줍니다. 그렇게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면 ‘이거 안 하면 누가 나를 이만큼 반가워 해주려나’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또 1:1 매칭 수업을 하니 아이들 수준에 맞춰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네요.
Q. 오래 운영하시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을 텐데요.
• 서지연 과장 참여자분과 다문화가정 자녀 간 의사소통 문제나 학습 방식의 차이로 갑작스럽게 중단해서 다른 대기 가정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고요.
한 외국인 어머님이 참여자분들이 아이를 혼내는 게 아니냐라고 민원을 넣기도 하고, 또 집으로 가다 보니 가정불화 상황,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어 이런 일이 있으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연계도 하고, 적극적 협력을 받아 이러한 상황들을 비교적 원활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권은영 참여자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요. 처음에 외국인 어머님이 서비스 활용법에 대한 인지를 잘 못하시고 저는 집 앞에 다 왔는데 오늘은 수업 못 받는다거나 개인과외로 인식한다거나 그랬는데요. 이제는 수업에 출석 못 할 때 미리미리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 이의조 참여자 참여 첫해에 재혼가정의 양쪽 아이들이 서로 언어소통도 잘 안되고, 나이 차이도 있어서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이들이 안 좋은 일도 하고 그랬는데요. 그러한 부분은 제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SOS를 요청했죠. 꽤 시간이 흘러 그 가정의 어머님이 많이 안정되고 적응했다고 감사하다 전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당시에는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Q. 향후 사업추진을 할 기관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알려 주신다면요.
• 서지연 과장 초반에는 다문화가정들의 특성을 몰랐었는데, 첫째로 아이들이 보통 방학 중에 대부분 엄마 고향으로 한 달 정도 갔다 옵니다. 그래서 첫 해엔 여름방학기간에 참여자 교육을 진행했어요. 올해부터는 아이들 방학에 맞춰 방학기간을 일정 기간 두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무조건 한 분은 한국인으로 구성되어야 사업이 원활히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외국분이면 소통이 안 되어 수업이 힘들거든요.
Q. 노후의 시간이 긴데요. 노인일자리 참여 외에 일상의 루틴이 궁금합니다.
• 권은영 참여자 제가 학원을 운영할 때는 가르치는 것 외에 할 게 많았어요. 각종 행정처리, 세무신고 등 부담되었는데요. 지금은 아이들 주중에 가르치는 것 외엔 할 게 없으니 마음도 홀가분하고 시간도 많이 남아 좋아요. 운동도 하고, 잘 못하지만 컴퓨터 공부도 하다가 시계를 보면 곧 아이들 가르치러 갈 시간이 옵니다.
• 이의조 참여자 노인일자리 하기 전에는 규칙적인 생활이 좀 안 되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매일같이 가니 좋아요. 자동적으로 주중에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고, 주말에는 평일에 종이접기라든가 서점도 둘러보면서 아이들 가르칠 준비도 하고요.
Q. 노인일자리 참여하면서 어떤 점이 좋으실까요? 가족 등 주변 반응이 궁금합니다.
• 권은영 참여자 작년 첫 출근, 아이들을 가르치러 집을 나서면서 생동감 있던 제 자신이 기억납니다. 날씨가 추운 걸 느끼지도 못하고 참 발걸음이 가벼웠거든요.
수업 전날, 쌓기나무 상자를 일일이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제 딸이 하는 말이 “엄마는 이 일에 진심이구나.”라고 중얼거리더라고요.
이렇게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나이에도 식견도 넓어지고 편견은 없어지고 있어요. 제가 과거에 가르쳤던 수많은 아이들이나 지금 가르치는 다문화 아이들이나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또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열심히 배울 수 있어서 항상 즐거워요.
• 이의조 참여자 규칙적으로 매일 할 일이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한 긍정적 에너지가 나와서 좋습니다.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접하니까 해당 언어를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또 가족들과 의사소통도 훨씬 유연해지고 제가 활기 있으니까 가족들도 좋아합니다.
“두분에게 노인일자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노인일자리는 ‘운명’입니다.”
권은영 참여자에게 노인일자리는 ‘운명’이라고 미소를 띄우며 말씀하셨다. 오랜 기간 운영해 오던 학원을 접으면서 앞으로 뭘 할지 마음이 복잡했던 이 시기에 딱 들어맞은 일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삶의 활력’입니다.”
이의조 참여자는 퇴직 후 시간은 많았으나, 경제적으로는 좀 자유롭지 않았는데 이 일을 접하면서 많은 장점이 생겼다고 한다. 우선 경제적 도움도 되고, 소속감도 생기면서 일상생활이 규칙적으로 되었기 때문에 노인일자리는 ‘제2의 인생’, ‘삶의 활력’이라 말씀하셨다.
Q. 마지막으로 노인일자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 서지연 과장 주변에 노인인구도 많이 늘지만 아직 저희 기관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나 고민만 하지 마시고, 일하고 싶으신 분들은 저희 기관뿐만 아니라 고용센터 등 무조건 문을 두드려주세요.
• 권은영 참여자 저는 노인일자리를 하면서 소속감도 생기고, 재밌게 하고 있어요. 또한 사업 담당자님께도 감사드리고 있고요.
• 이의조 참여자 제 주변에도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머뭇거리는 분들도 많으신데, 우선 문을 두드리시면요 본인 적성에 맞는 분야가 다 나오니 걱정하지 마시고, 지원해 보세요.
점차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아동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어 교육의 어려움, 학력 격차 발생’ 등 아이들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절실한 때이다. 관련부처에서도 다문화 아동, 청소년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지만 학교 적응에 필수적인 한국어 강사 보급은 전국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그렇다면 퇴직 후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경력을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학교는 새 학기, 새로운 출발로 아이들과 부모님도 바쁘고 설레는 요즘이다. 아이들이 새로운 반, 친구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언어발달 및 학습 지원에 한 몫을 하는 이러한 노인일자리가 전국적으로 확대가 되길 바라본다. 노인일자리가 이 아이들이 십 년, 이십 년 뒤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주요한 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말이다.
참고문헌
• 통계청(2024). 2023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
• 행정안전부(2024). 주민등록인구현황. KOSIS국가통계포털(http://korsi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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