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0호 통계리뷰

기대수명 통계지표의 의미와 한계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기대수명 #실제수명 #생명표
서론
장수욕, 즉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 욕구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기대수명’이라는 통계지표에 많은 관심을 둔다. 기대수명이라는 단어를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므로 기대수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대부분 주지하고 있다. 기대수명이란 간단하게 얘기해서 사람이 태어나서 평균적으로 몇 세까지 살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통계청이 2021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1년 시점의 기대수명은 남자의 경우 80.6세 그리고 여자의 경우 86.6세로 추정되었다. 1970년에는 기대수명이 남자는 58.7세 그리고 여자는 65.8세였는데 약 50년 동안 기대수명이 무려 20년 넘게 더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기대수명이 늘어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의학의 발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기대수명 통계지표는 새로운 정부 정책을 개발하거나 기존 정책을 수정할 때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령, 기대수명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감소하는 추세이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 의료비 지출 또한 매우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를 들어, 고령화가 심해지면 연금 수급자가 연금 납부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게 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연금재정이 고갈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처럼 기대수명이라는 통계지표는 건강보험제도나 연금보험제도와 같은 공적보험 제도 운영과 관련한 정책 의사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지표이다.
이처럼 기대수명은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여러 공공정책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통계지표이므로 기대수명 지표가 정확히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추정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지표가 과연 타당한 지표인지, 한계는 없는지 등 기대수명 지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호에서는 기대수명이라는 통계지표가 어떻게 추정되는지, 추정한 기대수명이 실제 수명을 잘 예측하는지를 분석하여 향후 기대수명을 활용한 정책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유의미한 함의를 도출하였다.
기대수명의 의미와 추정 방법
기대수명의 정확한 정의는 특정한 시점에 태어난 0세 아이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수명이다. 2021년 시점의 기대수명 추정값은 83.6세인데, 이 수치는 2021년 시점에 태어난 0세의 출생아는 평균적으로 83.6세까지 살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에 제시된 것은 우리나라와 OECD 국가(평균)의 5년 단위별(1970년부터 2020년까지) 기대수명 추정값이다. 그림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70년에 61세 수준이었는데 그 이후 꾸준히 증가하여 2020년 시점에는 기대수명이 무려 83세에 다다랐다. 둘째,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2000년 이후부터는 OECD 국가 평균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림 1〉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연도별 기대수명(5년 단위)
출처: KOSIS
이러한 기대수명은 과연 어떻게 추정하는 것일까? 기대수명은 기본적으로 사망통계를 활용해서 추정하게 된다. 〈그림 2〉에 제시된 2021년 생명표(life table)를 통해 기대수명이 도출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2020년에 태어난 아이(0세) 중 같은 해에 사망한 아이의 수를 계산하여 0세 사망률을 도출한다. 실제 0세 사망률은 0.238%로 도출되었다. 그다음으로 도출해야 하는 것은 2020년 시점에 1세인 아이(즉, 2019년에 태어난 아이)의 사망률이다. 실제 1세 사망률은 0.044%로 도출되었다. 이와 같이 2020년 시점에 0세, 1세, 2세, …, 100세까지의 사망률을 모두 도출하고 이 도출한 사망률을 2020년에 태어난 0세 아이에게 순차적으로 곱하여 2020년에 태어난 0세 아이의 ‘미래 시점의’ 연령별 생존자수를 계산한다.
〈그림 2〉 기대수명 추정 원리
예를 들어, 2020년에 태어난 0세 아이가 총 10만 명이라고 하자. 0세 사망률은 0.238%이므로 10만 명에 0.238%를 곱했을 때 도출되는 99,805명이 1세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1세 사망률은 0.044%이므로 이 수치를 1세까지 살아남은 인원인 99,805명에게 곱하게 되면 2020년에 태어난 0세 아이 중 2세까지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는 99,761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100세까지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원수를 계산하고 연령별 생존자 수를 모두 더하면 8,361,393명이 된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2020년에 태어난 아이 10만 명이 향후 생존하게 될 총 연도수이다. 마지막으로, 이 총 연도수(8,361,393)를 10만 명으로 나누면 약 83.6이 도출되는데, 이 수치가 바로 2020년에 태어난 아이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령을 의미한다.
기대수명 지표의 타당성 전제조건
앞선 예에서 2020년에 태어난 0세 아이의 기대수명을 추정할 때 2020년 시점의 다른 연령대의 사망률을 활용하였는데, 이를 통해 기대수명 지표가 타당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를 추론할 수 있다. 2020년 시점의 0세 아이의 기대수명을 계산할 때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것은 2020년에 태어난 아이의 향후 사망률이 2020년에 1세, 2세, …, 100세인 사람들의 사망률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가령, 2020년 시점의 80세 사망률은 실제 23%로 도출되었는데, 2020년에 태어난 아이가 80세가 되는 시점인 2100년에도 사망률이 약 23%일 것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과연 이 전제조건이 타당할까? 다시 말해, 2020년에 태어난 아이가 향후 과거에 태어난 사람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망하게 될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그렇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전쟁이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사망률에 큰 영향을 끼치는 외부 요인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기대수명을 추정할 때 가정하는 전제조건이 만족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고, 이러한 전제조건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기대수명 추정값이 실제수명과 다를 확률 또한 매우 클 것이다.
기대수명 vs. 실제수명
기대수명을 추정할 때 가정하는 전제조건이 실제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거에 추정한 기대수명이 실제수명과 유사한 수준이었는지를 분석해보면 된다. 가령, 1950년생의 기대수명은 21.3세로 추정되었는데, 1950년생의 기대수명 추정값이 1950년생의 실제수명과 얼마나 유사한 수준이었는지를 비교해보면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2050년 시점까지의 자료를 활용해야 하는데 현시점에서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즉, 기대수명의 타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 코호트별로 100년 정도 되는 기간의 사망률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 2023년인 현시점에서 기대수명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코호트는 1923년생이다. 하지만 1923년생의 기대수명의 타당성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70년부터 올바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1) .
그렇다고 한다면 기대수명 추정값이 타당한지 여부를 현시점에서는 절대 파악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기대수명의 타당성 여부를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그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보통 기대수명은 0세 시점의 기대수명을 가리키나 기대수명은 다른 연령 시점에서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0세 시점의 기대수명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별로 기대수명을 추정·발표하고 있다. 가령 우리나라는 1970년 시점에 0세인 아이의 기대수명뿐만 아니라 1970년 시점에 30세인 사람의 기대수명 또한 추정해서 발표하였다. 0세 시점의 기대수명과 30세 시점의 기대수명 중 좀 더 실제 수명과 유사할 확률이 높은 기대수명은 30세 시점의 기대수명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80세 시점의 기대수명은 실제수명과 매우 유사한 수준일 것은 자명하다.
〈그림 3〉에 제시된 결과는 1940년생부터 1951년생의 30세 시점의 기대수명과 70세 시점의 기대수명을 비교한 것이다. 1970년 생명표부터 2021년 생명표를 활용하면 이들 코호트의 30세 시점의 기대수명과 70세 시점의 기대수명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70세 시점의 기대수명은 실제수명과 유사할 확률이 높은데 만약 이 두 시점의 기대수명이 차이가 크게 난다면 0세 시점의 기대수명과 실제수명 간에는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림을 보면 1940년생의 30세 시점의 기대수명은 약 69세 정도로 추정되었는데 이 코호트의 70세 시점의 기대수명은 약 85세로 추정된 것을 알 수 있다. 70세 시점의 기대수명은 실제수명과 상당히 유사할 확률이 높은데 70세 시점의 기대수명이 30세 시점의 기대수명보다 무려 약 16년이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 코호트의 0세 시점의 기대수명과는 약 20년 정도 차이가 났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림 3〉 코호트별 기대수명(30세) vs. 기대수명(70세)
〈그림 4〉를 보면 이렇게 기대수명과 실제수명 간에 괴리가 최근 코호트일수록 평균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에 제시된 것은 〈그림 3〉에 제시된 두 시점 간 기대수명의 차이를 코호트별로 도출한 것이다. 그림에서 검은색 동그라미는 두 시점 간 기대수명의 차이 값이고 실선은 두 변수 간의 평균적인 관계식을 나타내는 추세선이다. 결과를 보면 두 시점 간 기대수명의 차이는 최근 코호트일수록 전반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0세 시점의 기대수명과 실제수명 간에는 16년 이상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기대수명과 실제수명 간의 괴리가 좀 더 최근 코호트를 대상으로 도출했을 때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호에서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1960년 코호트를 토대로 20세 시점과 60세 시점 간 기대수명 차이가 약 15.5년 정도로 추정되었는데 최근 코호트 또한 기대수명과 실제수명 간 괴리가 최소 13년 이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림 4〉 코호트별 두 시점 간 기대수명의 차이
결론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기대수명이라는 통계지표의 타당성은 이 지표의 전제조건, 즉 어떤 시점에 태어난 0세 아이의 향후 사망률 패턴이 같은 시점의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의 사망률 패턴과 유사할 것이라는 가정이 만족할 때만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이켜 보면 의학이 발전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사망에 미치는 수많은 외부적인 요인이 예측 불가능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조건이 만족할 확률은 낮다. 실제 자료에 기반하여 분석한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기대수명과 실제수명 간에는 최소 15년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따라서, 기대수명 통계지표를 활용하여 공공정책 관련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기대수명보다 사람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1) 기대수명 추정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명표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생명표를 1970년부터 구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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