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9호 통계리뷰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저출산 #혼외출산율 #완결출산율
서론
어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회현상을 정책적으로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정책문제로 설정하고 그러한 정책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을 타게팅하는 데 국가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려서 시급히 해소해야 하는 여러 사회현상 중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바로 저출산이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올바로 식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책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이 달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면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으로 아동수당과 같은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출산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출산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아동수당과 같은 정책을 통해서는 출산율을 올리기 힘들 것이다.
고령사회의 삶과 일 제8호(“완결출산율 지표를 토대로 분석한 우리나라의 출산율”)에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한 여성이 출산하는 자녀의 수가 줄어서이기보다 출산을 아예 경험하지 않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을 완결출산율이라는 지표를 분석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한 주된 이유는 출산 자체를 경험하지 않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출산율을 현재 수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이 많아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행된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 아직 자녀를 갖지 않은 가구가 아니라 자녀가 이미 있는 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대부분 출산 장려금인데, 이러한 장려금은 자녀를 가진 가구에만 지급되는 것이므로 자녀를 갖지 않는 가구에는 아무런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정책이다.
물론 자녀를 갖게 되면 장려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장려금 정책이 자녀를 갖고 있지 않은 가구가 자녀를 갖게 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출산 경험이 아예 없는 여성이 이러한 장려금 정책으로 인해 출산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출산을 경험하지 않는 원인이 만약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러한 장려금 정책이 아무리 많이 시행되어도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정책문제(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수 감소)의 요인을 식별하고 이러한 요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본 9호에서는 출산 자체를 경험하지 않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혼인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임을 보이고 향후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이 혼인율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피력하고자 한다.
출산을 전혀 경험하지 않는 여성의 수가 감소하는 이유
앞선 논의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성 높은 저출산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원인을 타당하게 식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을 경험할 확률이 혼인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그림 1〉에 제시된 2018년 기준 OECD 국가별 혼외 출산율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의 혼외 출산율은 거의 0%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는데 전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수치도 타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와 같이 혼외 출산율이 0%인 국가는 일본과 터키뿐이고 서구권 국가의 경우에는 혼외 출산율이 평균적으로 45%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나라 여성은 혼인하지 않으면 자녀를 가질 확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OECD 국가별 혼외 출산율
또한, 혼인을 하게 되면 출산하는 자녀 수도 대체출산율 수준(약 2명)에 근접할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을 완결출산율을 분석함으로써 알 수 있다. 〈그림 2〉는 지난 호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코호트별 완결출산율을 분해한 결과인데 이번 호에서는 좀 더 세부적으로 분해를 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그림에서 흰색 동그라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완결출산율을 추정한 것인데 이 결과는 지난 호에서 제시한 결과와 같다. 결과를 보면 1975년 여성 코호트 중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약 1.9명 정도의 자녀를 출산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에서 파랑색 동그라미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결혼한 여성을 대상으로 추정한 완결출산율이다.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한 여성의 완결출산율 또한 1.85명 수준으로 대체출산율에 근접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즉, 1975년 코호트까지는 결혼하게 되면 1.8명 이상의 자녀를 평균적으로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2〉하위 집단별 완결출산율
이상의 두 개의 결과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결혼하는 사람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실제 혼인율이 감소하는 패턴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면 두 변수 간에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는 것을 〈그림 3〉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림 3〉에서 가로축은 여성 코호트 연도를 나타내고 세로축은 비율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코호트별로 40세까지 혼인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을 추정한 결과가 흰색 동그라미이다. 파랑색 동그라미는 코호트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을 추정한 결과이다. 그림을 보면 혼인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이 변화하는 패턴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비율이 변화는 패턴이 매우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1965년 코호트부터 혼인을 경험하는 여성의 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데 동시에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비율 또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혼인 경험 비율 vs. 출산 경험 비율
혼인율이 높아지면 출산율도 오를까?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통해 1975년 코호트까지는 결혼하면 거의 두 명 정도의 자녀를 가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지금보다 오르게 되면 출산율이 오를까?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1975년 코호트까지는 결혼하면 자녀를 가졌다고 해서 그 이후 코호트에서도 이러한 패턴이 관측될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신할 수 없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출산행태에 미치는 여러 특성이 최근 코호트와 과거 코호트 간에 다를 수 있다. 만약 다르다고 한다면 최근 코호트에서는 혼인과 출산율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관측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현재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자녀를 갖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들의 혼인율이 제고되어도 출산율은 상승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바람직한 정책 포트폴리오가 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중요한 이론적 원리는
바로 어떤 현상을 야기시키는
“인과적” 원인을 타당하게 식별하여
정책문제를 올바로 정의하는 것이다."
우선 시군구별로 구축된 신혼부부 수와 출생아 수 자료를 활용하여 첫 번째 가설이 타당한지를 살펴보았다. 〈그림 4〉는 신혼부부 수 증가율과 출생아 수 증가율 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는지를 분석한 결과이다. 그림을 보면 시군구 단위에서 신혼부부 수 증가율이 증가할수록 출생아 수 증가율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두 변수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통계분석을 해본 결과 신혼부부 수 증가율이 1%p 증가할 때 출생아 수 증가율이 약 0.6%p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즉, 최근 자료에서도 혼인과 출산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관측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최근 코호트에서도 혼인과 출산 간의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4〉신혼부부 수 증가율 vs. 출생아 수 증가율
마지막으로 두 번째 가설이 타당한지를 분석한 결과를 〈그림 5〉에 제시하였다. 그림은 전국 700개 조사구 12,000가구 내 기혼여성과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는 정부의 공식 통계조사인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서 가져온 설문조사 결과이다. 우선 왼쪽에 있는 설문 결과를 보면 2015년과 2018년 기준 미혼인 여성과 남성의 경우 이상적인 자녀 수로 두 명 수준으로 응답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현재 미혼인 여성이나 남성 모두 자녀를 두 명 정도는 갖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른쪽에 있는 설문 결과는 현재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제시한 것을 성별로 제시한 것이다. 결과를 보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서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여성의 경우는 0.6% 남성의 경우는 1.8%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이유가 결혼하지 않고 있는 이유로 제시한 것 중에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결혼하지 않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녀를 갖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5〉이상적인 자녀 수·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결론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크게 두 가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출산하는 자녀 수가 줄어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출산 자체를 경험하는 여성이 감소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이 감소하는 주된 이유는 혼인율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둘째, 1975년 코호트까지는 혼인하게 되면 자녀를 평균적으로 1.8명 수준으로 가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패턴은 최근 코호트에서도 관측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제고되면 출산율 또한 증가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정책의 초점을 혼인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맞출 필요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은 여러 정책 수단들이 조합되어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정책 포트폴리오로 규정할 수 있다. 바람직한 정책 포트폴리오가 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중요한 이론적 원리는 바로 어떤 현상을 야기시키는 “인과적” 원인을 타당하게 식별하여 정책문제를 올바로 정의하는 것이다. 정책문제가 올바로 정의되지 않으면 정책 포트폴리오가 문제의 원인을 타게팅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율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정책 포트폴리오에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혼인율이 감소하는 인과적 원인을 식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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