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포티(Young Forty)’라는 단어가 온라인 밈(Meme)으로 퍼지며 세대 간 거리감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영포티는 40대가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과하게 따라한다는 조롱적 표현으로, 특정 세대를 비하하는 또 하나의 신조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꼰대’, ‘라떼’, ‘MZ 세대’와 같은 용어들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여기에 새로운 세대 조롱 표현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되지만, 반복될수록 특정 세대를 고정된 이미지로 묶는 편견의 언어로 변해간다는 점이다.
‘MZ 세대’, ‘영포티’...온라인 유행어가 세대 갈등 담론이 되는 순간
세대 명칭은 단순한 유머나 묘사를 넘어 세대를 바라보는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담론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볍게 소비되던 표현이 언론 보도를 거치며 세대 간 차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원래는 일상의 유행어에 불과했던 말들이 예상보다 큰 사회적 의미를 띠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대 명칭은 세대를 고정된 집단으로 규정하고, 실제보다 세대 간 차이를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언어적 장치로 기능한다(박재흥, 2009).
대표적으로 ‘MZ 세대’는 요즘 2030세대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워라밸 중시 등 긍정적 이미지로 소개되지만, 동시에 “권리만 주장한다”, “개인주의적이다”와 같은 부정적 해석이 덧붙기도 한다. 이러한 이름 붙이기는 다른 세대 명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기성세대의 권위적 태도를 지적하는 말로 ‘꼰대’가 널리 사용되고, 최근에는 40대를 겨냥한 ‘영포티’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세대 명칭이 특정 연령대를 규정하는 레이블(Label)로 사용되면서, 사실상 이제는 어떤 세대도 이런 호명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쉽게 그 세대 전체의 문제로 간주되고, 세대 간 구분도 더 촘촘하게 고정된다(안순태·이하나·정순둘, 2021).
이러한 범주화는 때때로 조직 내 상호작용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MZ 세대로 분류된 직원은 “어차피 나를 개인주의로 볼 거야”라는 생각을 내재화하며 회식이나 조직 활동을 기피하게 되고, 상사는 “요즘 세대는 예의가 없다”라는 기존 프레임을 강화하며 상대의 말과 행동을 과도하게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정체성 이론이 설명하듯(Tajfel & Turner, 2004), 집단 구분이 강조될수록 사람들은 타 집단을 단순화해 지각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특성을 방어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결국 이러한 언어적 분류는 실제보다 세대 간 차이를 과장하고, 상호 인식을 왜곡하여 협력과 소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Van Rossem, 2019).
세대 간 가치관 차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 “기성세대는 시대를 못 따라간다”와 같은 표현은 시대와 문화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문화적 감수성과 생활방식, 일을 대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갈등’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이 만들어낸 ‘문화적 이질감’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이가 갈등으로 오해되고, 세대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되는 데에는 미디어와 온라인 담론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세대 갈등을 다룬 뉴스 댓글에 등장한 실제 세대의 목소리
2025년 세대인식조사에 따르면(이동한, 2025),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4%에 달하며, 절반 이상이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갈등 인식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는 “미디어 및 정치권의 세대 갈등 부추김(4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세대 갈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실제 경험보다 온라인 담론 구조와 미디어 프레이밍에 의해 강화되는 측면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뉴스 댓글 분석 결과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안순태·이하나·정순둘(2022)의 연구에 따르면, 언론은 ‘MZ세대 vs 기성세대’라는 대립 구도를 반복하지만, 댓글에서는 “세대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개인의 문제일 뿐”, “언론이 갈등을 과장한다”, “현장에서 그렇게까지 충돌을 느끼지 않는다”라는 반응이 꾸준히 등장한다. “꼰대 문화는 특정 연령대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다”, “젊은 꼰대도 있다”라는 지적 역시 빈번하다. 물론 댓글이 전체 여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의 실제 경험이 미디어가 그리는 극단적 갈등과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인식이 실제 경험과 다르게 나타나는 데에는, 미디어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Fairclough, 1995). 온라인에서 등장한 단편적 사례나 가벼운 표현은 언론 보도를 거치며 세대 대립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재맥락화되고, 감정적·대립적 콘텐츠일수록 더 널리 확산되는 알고리즘과 결합해 특정 개인의 행동이 세대 전체의 특성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청년은 진보적, 기성세대는 보수적”과 같은 단순화된 이미지는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며, 세대 범주는 이미 일정한 이미지와 기대를 담은 채 소비된다. 결국 이러한 프레임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되며, 세대 갈등 인식을 실제보다 더 극단적으로 심화시키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세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
한국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은 실제 세대 간 적대라기보다, 모든 세대가 동시에 겪는 구조적 불안의 분배 문제에 가깝다. 그럼에도 세대 갈등이 과장되고 고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세대 간 직접적인 접촉과 교류가 줄어든 상황에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간접 정보가 타 세대를 이해하는 주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이 부족할수록 사람들은 미디어 이미지에 의존해 다른 세대를 판단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갈등 프레임을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책적 노력은 세대 간 대립 완화에 그치지 않고, 갈등을 만들어내는 정보환경과 소통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세대를 단일하고 고정된 집단으로 묶어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언어 사용을 줄이기 위한 미디어 언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언론은 특정 세대를 단순화하거나 감정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자제하고, 플랫폼 역시 세대 낙인을 조장하는 표현을 억제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 커뮤니케이션 역시 대립을 전제한 메시지 대신 사실 기반의 중립적 언어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정년 연장, 복지 재정, 주거 불안과 같은 문제는 특정 세대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공유하는 구조적 과제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하는 정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요구된다. 세대 간 경쟁을 부추기는 서사 대신, 문제의 구조적 원인과 해결을 위한 공동 책임을 설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세대 구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무엇보다 세대 간 대립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적 만남과 교류의 기회를 확장하는 정책 기반이 필수적이다. 교류가 부족할수록 사람들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간접적 이미지에 의존해 타 세대를 판단하게 되며, 이는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따라서 지역사회·공공기관·학교·직장에서 세대 공동 프로젝트, 상호 멘토링, 협업 기반 프로그램 등 실제 상호작용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직접적 경험에 기반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는 미디어 기반 오해를 줄이고 세대 연대의 토대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접근의 가능성은 이미 일부 연구 및 실천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개발된 CoGen 앱은 세대 간 대화를 촉진하는 도구로, 실제 사용 결과 정서적 친밀감과 상호 이해 증진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Chung, Lee, & Jung, 2025). 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세대 간 연결 전략이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세대 갈등을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다루기보다는, 다양한 삶의 조건과 가치가 공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갈등이 아닌 사회적 다양성의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 안순태, 이하나, & 정순둘. (2021).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 소셜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노년학, 41(4), 505–525.
• 안순태, 이하나, & 정순둘. (2022). 토픽 모델링 분석을 통해 살펴본 세대 갈등에 대한 온라인 댓글 여론의 반응: 세대 연대를 위한 미디어 역할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언론학보, 66(1), 89–126.
• 박재흥. (2009). 세대명칭과 세대갈등 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경제와사회, 10–34.
• 이동한. (2025). 2025 세대 인식조사: 세대갈등 및 다른 세대에 대한 인식, https://hrcopinion.co.kr/archives/32460
• Chung, S., Lee, H., & Jung, J. (2025). Design and Evaluation of a Mobile App for Intergenerational Communication: User-Centered Participatory Design and Experimental Mixed Methods Study. JMIR aging, 8, e75950.
• Fairclough, N. (1995). Critical discourse analysis: The critical study of language. Longman.
• Tajfel, H., & Turner, J. C. (2004). The social identity theory of intergroup behavior. In J. T. Jost & J. Sidanius (Eds.), Political psychology (pp. 276–293). Psychology Press.
• Van Rossem, A. H. (2019). Generations as social categories: An exploratory cognitive study of generational identity and generational stereotypes in a multigenerational workforce.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40(4), 434–455.
이하나
이화여자대학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