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 한 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103만 명이 참여한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4조원이 투입되고, 전국 1천5백여 개 수행기관에서 1만 명 가까운 인력이 함께 추진하는 대규모 국정과제 사업이다. 2005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국정과제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고, 시기에 따라 공공일자리 또는 민간일자리가 강조되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사업규모가 사업 첫해 2만5천 명에서 금년 103만 명으로 20년간 41.2배 성장하면서 사업의 정체성도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였다. 사업목적도 사회참여 기회 제공과 보충적 소득보장이라는 두 개의 지향점을 갖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은 지자체보조와 민간보조 두 방식으로 모두 운영되며, 동일유형 사업에 두 방식이 혼용되는 경우도 있다. 지역단위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전달체계도 공공일자리는 시니어클럽 등 노인일자리전담기관 중심으로 운영되고, 민간일자리는 전문인력파견회사 등을 주축으로 운영된다. 일자리 유형은 더욱 다양해서 대유형만 7개가 있고, 유형별로 중유형과 소유형으로 분류하면, 현존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가지 대유형 중에 하나로 분류되는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은 매우 실험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우선 ‘사회서비스형’이라는 용어가 앞에 붙은 것은 대유형으로 분류되는 사회서비스형의 기준을 그대로 준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사회서비스형은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지원(월 76.2만 원/10개월)을 하는 반면, 선도모델은 월 76.2만 원/5개월 “이상”으로 하한선만 규정하고 있다. 사업영역은 환경, 안전, 돌봄 등으로 동일하다. 정부와 지지체가 예산을 부담하고 비영리기관이 참여자를 고용하는 사회서비스형과 달리, 선도모델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과 기업 등이 예산을 매칭하고 비영리기관 또는 기업이 직접 참여자를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확대를 위해 외부자원을 연계해서 추진하는 사업으로 다른 어떤 유형의 사업에 비해서도 지역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 큰 규모로 성장하면서 다양성이 확대되는 동시에 통일성도 강화된 측면이 있다. 지원기준, 지원내용, 지원방식 등은 수행기관의 행정부담 경감을 위해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이 방식으로 담기 어려운 지역의 다양한 사업들은 추진되기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 지역단위에서 다양한 자원을 연계해서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선도모델 사업은 금년 개소당 5천만 원 이내로 인프라 구축비용 지원도 시작되어 지역복지 강화를 위한 마중물로 많은 기업과 지자체가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이 지역단위에서 어떻게 구상되고 추진되는지 쌍용C&E 동해공장, 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음성군청/한국가스공사와 개발원 그리고 지역조직들이 협업한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멘트 생산기업인 쌍용C&E의 동해공장(이하 “동해공장”)이 위치해 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시멘트 공장으로 1968년 완공되었다. 쌍용C&E는 동해, 영월, 북평, 광양 등 총 4개소의 공장에서 연간 1,150만 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시멘트 수출의 절반 이상인 300~400만 톤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도 투자를 지속하여 폐열발전설비,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까지 업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업계 리딩컴퍼니이다.

그럼에도 사업장 특성상 먼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먼지가 날아가 마을 내에 있는 태양광 패널 등 곳곳에 쌓여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문제로 지속되었다. 동해공장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강원지역본부(이하 “개발원 강원본부”)는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손을 맞잡기로 하고 2022년 5월 30일 동해공장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사업수행은 삼화동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상생협의체가 맡기로 하였다. 이 조직은 동해공장의 지원으로 “㈜삼화”로 발전하면서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은 상태로, 지역복지의 거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해공장과 개발원 강원본부는 ㈜삼화에 각각 사회공헌기금과 노인일자리 사회서비스형 선도모델 예산을 지원하고, ㈜삼화는 마을 주민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5개월간 고용하기로 하였다. 마을 분들이 합심하여 추진한 첫 번째 사업은 ‘삼화동 환경정화 및 마을환경개선 활동사업’이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부터 청소하기 시작해서, 골목이나 길가, 도로변에 자라난 풀을 뽑고 자르는 예초작업도 실시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취약계층 세대 방역까지 실시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방문과 청소 활동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나 손길이 필요한 경로당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말동무가 되어드리기도 했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동해공장의 민원 발생 건수가 놀랍게도 월 평균 15회에서 2회로 대폭 감소되었고, 지역주민과의 갈등도 줄면서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동해공장의 우군이 되는 효과도 거두었다. 현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삼화 담당자는 “우리 경로당에 와달라고 요청하시는 곳도 있어요. 방문하면 음료수도 주시고 손잡아 주시는 어르신들도 있고요. 얼굴을 아는 익숙한 마을 분들이 직접 다니면서 활동하니까 동고동락하는 느낌이라고 더 좋아하시더라고요.”라면서 참여자 분도 마을 주민들도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라고 하였다. 특히, 동해공장은 참여자 연령과 활동 업무를 고려하여 무엇보다도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을 쓰고 노력하였다. 안전장비를 구입해 전달해 드리고, 안전비용을 책정해 추가로 지원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교육부분이었다. 미리 현장의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하며 개발원 강원본부와 함께 안전절차 표준을 세우고, 안전 절차서를 만들어서 집중 교육했다. 환경 정비작업을 할 때는 사다리를 어떻게 놓고 해야 하는지, 예초작업을 할 때는 안전보호구를 어떻게 착용하고 위험한 상황을 예방해야 하는지, 실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철저히 안내했다. 이처럼 이 사업은 동해공장의 주요 사회공헌사업으로 발전하면서 사업량도 상·하반기 각 25명씩 50명으로 확대되었고, 타 지역 공장에도 확대를 추진하는 등 지역복지 선도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분담하여 운영하는 사업이다. 국고보조 비율은 서울 30%, 지방 50%로, 올해 국고지원 총액은 2조 264억 원이며 지방비 1조 9,509억 원을 합쳐 총 3조 9,773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지자체보조 사업인 사업특성상, 아동시설 지원, 취약계층시설 지원 등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사업도 있지만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지자체별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협의체는 개발원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지역공공기관, 기타 유관기관들이 모여 노인일자리 및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을 활용한 지역복지 증진을 논의하는 회의체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대전충남지역본부(이하 “개발원 대전충남본부”)는 지역현안과 노인일자리 및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연계를 주제로 지역협의체를 운영하다 보니, 지속적인 폐기물 발생 증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개발원 대전충남본부는 ‘자원 재활용’을 아이템으로 제안, 협의 끝에 한국서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이 함께 세부적인 계획을 조율하여 지금의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거점지역은 발전사 관할인 보령, 태안, 서천지역으로 하고,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노인일자리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과 함께했다.

사업모델은 시니어클럽에 소속된 참여 어르신들이 지자체의 재활용 수거체계가 미비된 지역에 수거 및 세척, 건조 체계를 구축하고 재활용 기업에 배송하여 지역 환경개선, 자원 재활용, 일자리 창출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2022년에는 종이팩 재활용을 추진하였다. 종이팩은 양면에 비닐 코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일반 종이보다 공정을 더 거쳐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배출 단계에서 종이팩을 별도로 모을 수 있는 인프라가 취약하고, 선별 단계에서는 일반팩과 멸균팩을 구분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 때문에 2022년 기준 종이팩 재활용률은 13.7%에 불과했다.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품을 제대로 수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종이팩 수거함 설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수거함 크기와 위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썼다. 종이팩 배출이 많은 학교나 상가, 공공주택에 수거함을 설치하면서 재활용 홍보도 함께 진행했다. 수거된 종이팩을 분리하고 세척, 건조, 포장을 할 수 있는 작업장은 별도로 마련했다. 작업이 완료된 물품은 제지업체로 배송되고, 생산과정을 거쳐 재생휴지로 재탄생했다. 보령, 태안, 서천에서 총 52명이 활동하여 수거함 43개 설치, 종이팩 총 4,215kg 수거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자원 재활용 사업은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소득보전 효과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여전히 사회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의 뿌듯함이 큰 이유라고 한다. 자원 재활용 사업은 2023년도 이후부터 한국서부발전은 폐건전지 수거 사업으로 한국중부발전은 폐린넨 업사이클 사업으로 발걸음을 이어갔으며,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자원 재활용 사업의 시초가 되었다.

이 사업은 음성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음성시니어클럽,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세종충북지역본부(이하 “개발원 세종충북본부”)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일자리다. 민선8기 음성군의 주요 추진방향 중에 하나가 안전도시를 구축하고 군민복지를 위해 음성군의 특성을 반영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이하 “공사”)는 농촌가구 가스 안전점검이 시급한 현안이었다. 공사의 2022년 가스사고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스사고 발생 건수 중 LP가스에 의한 사고가 46.6%에 달한다. LP가스 사용이 많은 농촌가구의 경우 주택 노후화와 안전 취약시설이 많은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도 크다.

세 기관의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현안을 청취하면서 가스사용 가구의 지원대책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가스사용 가구 대부분이 노인부부 가구거나 결손가구라는 점에 착안하여 상시적 안전점검에 돌봄서비스까지 접목, 하나의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음성군은 사업모델 공동개발과 함께 예산 지원, 사업홍보를 위한 수혜 가정 발굴에 힘썼다. 공사는 가스누출 점검장비 지원은 물론 참여자 교육을 통해 시니어 안전점검가를 배출하는 중추역할을 하였다. 음성시니어클럽은 다년간 축적한 노인일자리사업 운영 노하우를 살려 직무 적합자 선정, 참여자 활동관리 등 현장중심 사업 운영에 힘을 보탰다. 2023년 한 해 동안 실시한 가스 안전점검 건수도 무려 6,763건에 달한다. 그중 5번은 가스누출, 막음조치 미비와 같은 중대 위험사항을 발견하여 빠르게 안전조치를 함으로써 더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돌봄 영역에서는 치매를 앓는 고령 어르신 등 위기가구 4곳을 발굴하여 지자체 복지서비스와 연결해 드리기도 했다. 또한 가스 안전점검 후속조치로 음성군에서는 취약계층 LP가스시설개선 사업비를 확보하고, 가스사고 위험 취약가구의 시설을 점차적으로 개선시켰다. 군민의 안전과 생활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하여 만들어진 사업다운 성과였다. 2024년에는 점검대상을 가스사용 가구에서 경로당이나 전통시장까지 확대하고 가스 안전점검뿐만 아니라 생활시설과 소방안전으로 넓힐 계획이다. 2023년 대비 2024년에는 투입예산도 약 260%로 증액하여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