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1호 동향

상호돌봄의 가치, 노노케어 사업의 성과와 정책 과제1)

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노인일자리사업 #노노케어 #상호돌봄
들어가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 노인돌봄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노인돌봄 공급은 시설 중심으로 치우쳐져 있다2).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일자리사업’)의 세부 사업 중 하나다. 지역에서 건강한 노인이 요보호 노인을 돌보는 활동은 초고령 시대에 ‘상호 돌봄’ 모델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라마다 지칭하는 용어와 개념은 약간씩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노노케어 사업과 유사한 정책들이 타 국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노인 가정의 와상 노인을 건강한 노인이 가정 방문하여 돌보는 ‘노노개호’ 사업을, 미국과 영국에서는 일상생활에 제한이 있는 노인에게 가사 보조, 쇼핑, 세금 납부, 병원 예약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돕는 노인동반자프로그램(senior companion program)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상호 의존적 존재다. 단지 돌봄이 필요한 의존의 시기와 범위만 다를 뿐이다. 이러한 인간의 의존적 속성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모두 ‘상호 돌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는 우리에게 상호 돌봄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더 나아가 돌봄의 중요한 가치인 관심, 반응, 존중을 바탕으로 한 ‘관계적 돌봄’ 측면에서 볼 때, 노노케어는 동년배 간 정서적 유대감을 이루며 진정한 ‘관계적 돌봄’을 실현한다. 본 고는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상호 돌봄을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하였다.
동년배 간의 협력적 돌봄 관계를 이루는 노노케어
노노케어 사업은 노인일자리사업 내 세부 사업 중 하나로서, ’05년 ‘노인간병사업’으로 시작하여 오늘날 ‘노노케어’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노케어 사업은 독거노인, 조손가정 노인, 거동 불편 노인, 경증 치매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돌봄 취약 노인의 가정에 방문해 일상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22년 기준 돌봄제공 노인 6.2만 명, 돌봄수급 노인 9.0만 명이 참여하였다. 최근 5년간 노노케어 사업 규모는 다소 감소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정방문 돌봄서비스 위축, 노노케어 참여 및 수혜 대상에 대한 수요 발굴ㆍ매칭 및 지역 내 돌봄서비스 간 연계의 어려움 등에 기인한다. 한편 노노케어 돌봄제공노인은 80% 이상이 여성 노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령은 ’21년 기준 평균 75.9세이며, 80세 이상 고령자 비중도 ’17년(19.2%) 대비 ’21년(31.7%) 약 1.7배 늘었다.
사회적 노화 이론 측면에서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은 다양한 함의를 지닌다. 사회적 노화 이론은 노년기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각 개인의 노년기 사회화와 삶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초점을 둔다. 많이 알려진 사회적 노화 이론은 분리 이론, 현대화이론, 교환이론, 활동이론 등이 있다. 사회적 노화 이론 중, 하위문화이론(subculture theory)은 노노케어 정책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이론 중 하나다.
하위문화이론에 따르면, 노인들은 이전에 경험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 그들의 문화를 발전해 나가는 것이 노화 적응에 긍정적이다. 하위문화이론 관점에 노노케어는 돌봄제공에서 있어서 어떠한 물질적 도움이나 신체 기능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년배로서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돌봄 제공자와 돌봄 수급자 간 위계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로서 돌봄 관계를 형성하며, 동년배 간 비슷한 경험을 나누고 의미를 찾는 회상 활동을 촉진할 수 있으며, 노화에 따른 신체・심리・사회적 기능 저하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효과적이다.
노노케어 돌봄제공・돌봄수급 노인 모두 외로움, 건강 등 개선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돌봄 제공자, 돌봄 수급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향후에도 계속해서 노노케어를 이용하고 싶다’는 의견은 각각 98.6%, 93.1%로 높다. 이처럼 노노케어 사업은 정책사자들로 하여금 높은 수요를 나타내며, 동년배 간 정서적 지지 측면에서 유용한 정책적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노노케어 이용 전후 변화에 대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았다.
먼저 노노케어 돌봄수급 노인 대상 조사 결과, ‘외로움, 우울 등 마음 상태 개선’(60.3%) 항목에서 가장 높게 긍정적 결과(약간 좋아졌다+매우 좋아졌다)를 보였다. 그다음으로 ‘청결 상태 등 생활환경의 개선’(58.7%), ‘정보를 얻거나 외출 시 도움 등 일상생활에 도움’(56.8%), ‘신체적 건강 상태 개선’(47.9%), ‘끼니 해결, 생필품 등 경제적인 도움’(33.8%)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노노케어 돌봄제공 노인의 경우, 노노케어 참여 전후 변화에 대해 모든 항목에서 90% 이상 높은 수준의 긍정적 변화 인식(약간 좋아졌다+매우 좋아졌다)을 보였다. 긍정적 인식이 가장 높았던 항목은 ‘경제적 보탬으로 이전에 쓸 수 없던 곳에 돈을 쓸 수 있게 되었다’(95.1%)며, 그 다음으로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다’(92.1%), ‘이전보다 여가를 활기차게 보내서 몸이 건강해졌다’(92.0%), ‘이전보다 외로움과 우울한 마음이 줄어들었다’(91.2%)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그림 1〉 노노케어 돌봄수급자의 이용 전후 변화
자료: 김가원 외(2022).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재작성.
〈그림 2〉 노노케어 돌봄제공자의 이용 전후 변화
자료: 김가원 외(2022).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재작성.
상호돌봄을 위한 노노케어 사업의 정책 과제
인류의 생존과 발달에 없어서는 안 될 ‘돌봄’은 오늘날 가족 등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의 책임 영역으로 강조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주된 가구 구조가 1인 가구 형태로 변화하는 등 향후 지역사회 노인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 고는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의 상호 돌봄 모델로서의 가치를 살펴보았으며, 향후 노노케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 대상 측면에서 ‘돌봄 생태계의 호혜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노케어 참여자 선발기준을 개편하고, 유사 돌봄서비스에 대한 중복허용 범위 등 운영방안을 구체화하며, 수요 기반의 돌봄서비스 매칭 전산화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 둘째, 직무·역할 측면에서 ‘돌봄 보장의 실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돌봄 서비스에 있어서 노인일자리사업의 명확한 직무 설정 및 활동 매뉴얼 마련, 직무 기반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교육콘텐츠 개발, 노인일자리 담당자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셋째, ‘돌봄 거버넌스의 통합성’이다. 즉 돌봄 수요 기반의 지역상생형 노인일자리사업 모델 개발, 돌봄과 노인일자리 정책의 효과적인 결합을 위한 광역·기초·읍면동 단위의 지역거버넌스 활성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노인일자리사업 운영의 안정화를 위한 지자체 조례 제정, 담당 인력의 고용 안정성 확보도 필요하다.
지난 5월 17일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3~’27)」에서는 상호돌봄으로서의 노노케어 내실화 방안이 제시됐다. 노인은 중・장년 다음으로 고독사가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로서,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돌봄 체계 구축을 통한 지원이 요구된다. 해당 자료에는 노인 대상 고독사 예방 지지체계 구축 방안으로서 ‘지역 내 노인들 간 상호돌봄을 통한 생계・정서 지원 등을 위해 노노케어 등 노인일자리사업 내실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간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은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영역에서 보충적, 보완적 역할로 기여해 왔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돌봄이 우리 사회의 필수 영역으로 더욱 강조되고, 노인 돌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향후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의 사회적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초고령사회의 상호돌봄 정책으로서, 노노케어는 돌봄제공 노인에게 보충적 소득 보전 및 사회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을, 돌봄수급 노인에게는 동년배와의 교류를 통한 소외감 감소 등 정서적 측면의 효과가 크다. 향후 초고령사회 대응 전략으로서 노인돌봄 정책과 노인일자리 정책의 보다 적극적인 연계・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림 3〉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를 위한 기본방향
자료: 김가원 외(2022).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재작성.
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
1) 본 고는 ‘김가원 외(2022).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를 수정, 보완한 것임.
2) OECD(2021)에 따르면, GDP 대비 LTC(Long-term Care Service) 지출은 OECD 평균 1.5%, 한국은 1.1%(2019년 기준)임. 그러나 65세 이상 인구 1천만 명 당 요양병원의 LTC 병(침상 수)는 OECD 평균 3.1개, 한국은 35.6개로 10배 이상 많음.
참고문헌
• 관계부처 합동(2023).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3~’27). 2023. 5. 17. 보도자료.
• 김가원·천재영·홍선미·강은나·이상우·채주석·유선치·선지원·김담이(2022).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보건복지부(2023). 2023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운영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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