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0호 동향

노인복지 현장의 웰다잉 실천
창동어르신복지관 사례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
#창동어르신복지관 #죽음교육 #웰다잉봉사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의 의미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6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2023년 2월 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163만 명으로 존엄한 죽음,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문서 중 하나이다. 19세 이상 성인이 자신의 임종기에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생전에 작성하는 의료적 문서이다. 환자의 주체적 선택인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실천적 문서이며, 임종기 의학적 의사결정 시 의사의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 행위에 중요한 근거자료인 법적 문서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삶의 끝자락을 보낼 때,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럽고 외롭게 떠나는 것(병원 고립사)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과 더불어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해하고 감사를 표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연명치료 중단, 연장의 문제를 넘어 연명치료를 둘러싼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의료진과 이를 지원하는 의료정책, 또 사회문화적 갈등 구조를 중재 조정하여 합일적인 정책을 이루어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임종기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표현하는 실천적 행위로서 의료적 결정을 넘어 의식의 계몽과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대전제는 죽음에 대한 자각과 인식에서 시작된다. 즉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죽음을 수용하고, 삶을 정리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가지며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며, 임종기 의료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성찰의 도구이며 죽음 교육의 소재로 사용된다.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운동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개방된 자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열린 의사소통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웰다잉 문화운동이 활성화된다.
노인복지관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운영의 의미
「연명의료결정법」 4차 개정(2021.12.21)으로 2022년 5월부터 노인복지관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하 등록기관)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2월 현재 창동어르신복지관을 포함해서 전국 52개 노인복지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등록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점차 증가할 것이다. 전국 400여 개의 노인복지관이 등록기관을 운영하게 된다면 고령층 인구의 접근성이 강화되고, 지역적 불균형이 해소되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률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된다.
그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만 작성하면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관련 교육 시 꼭 짚어보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는 죽음을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문화(죽음 금기 문화), 낮은 죽음의 질, 호스피스와 같은 생애 말 돌봄 지원체계의 미비, 「연명의료결정법」 자체의 한계와 법이 적용되는 의료기관의 부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또한 임종기 연명의료결정 등 이행현황을 보면, 4가지 이행 방법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4.3%로 그 적용률이 매우 미비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인복지관은 등록기관 운영을 통해서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노인복지관은 의향서 안내와 등록을 돕는 등록기관의 고유 역할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건강한 죽음 문화, 즉 웰다잉문 화 조성 및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노인일자리사업 연계 상담사 양성 및 지원
등록기관을 운영, 관리하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하 관리기관)에서는 2021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과 연계하여 상담사를 양성하고, 등록기관 수요처에 파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은 상담사를 모집, 채용, 교육, 관리, 수요처 파견의 역할을 담당하고, 관리기관은 상담사 교육지원과 등록기관 수요처 연결을 주로 담당한다. 관리기관에서는 2021년 36명, 2022년 103명, 2023년 500명의 노인일자리 상담사를 비영리기관, 보건소, 노인복지관 등록기관에 파견하였으며, 그중 노인복지관 등록기관에는 2023년 11개소 61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노인일자리사업 연계 상담사 지원사업은 등록기관에 안정적인 상담사 인력을 지원하고 찾아가는 상담 등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노(老)-노(老) 상담 즉 동년배 상담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에게는 만족도가 높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반면에 등록기관 수요처에서 제기되는 상담사 파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원봉사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보수로 신념과 긍지를 가지고 참여했던 봉사자들은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과의 근무조건에 따른 위화감이 크고, 자원봉사자로서 죽음에 대한 이해와 상담 기술을 가지고 주체적,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반면 파견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는 수동적이며 죽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사는 ‘등록기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등록기관을 대표하여 내담자를 맞이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단순한 정보전달에서부터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성찰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연민과 공감과 경청의 자세, 「연명의료결정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지식, 죽음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한 웰다잉문화 조성의 필요에 대한 인식, 역할에 대한 사명감 등이 요구된다.
향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를 활용한 상담사 지원사업은 더욱 확대되고, 본 지원사업 참여 여부가 향후 노인복지관 등록기관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라건대 상담사 역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상담사의 교육과 역량 강화의 중대성이 고려되길 바란다. 그리고 상담사의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교육과 훈련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청된다.
창동어르신복지관 웰다잉 실천 사례
1) ‘선배시민웰다잉봉사단’
서울시 도봉구 창3동에 위치한 창동어르신복지관에서는 2022년 5월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운영하게 되면서 어르신들로 구성된 ‘선배시민웰다잉봉사단(이하 웰다잉봉사단)’을 구성했다. 웰다잉봉사단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 지원하는 선배 시민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서 의향서 등록 상담과 웰다잉 문화운동을 주 활동으로 하며, 2022년 10명, 2023년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웰다잉봉사단은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캠페인 및 등록 상담을 진행한다. 봉사단 가운데 일부는 외부 테라스에서 지나가는 분들에게 안내문을 제공하고 OX퀴즈 맞추기 등을 통해 「연명의료결정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알린다. 또 일부는 의향서 등록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접수 상담을 하며 관련 설명을 한다. 그리고 일부는 강당 내 마련된 상담창구에서 태블릿PC를 활용하여 등록 상담을 진행한다.
사전에 상담을 신청한 사람과 당일 외부에서 홍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로 하루에 20명에서 30명 정도가 등록 상담을 받는다. 등록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신청자들은 자신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동기와 ‘죽음과 죽어감, 상실(사별)’과 관련된 아픈 사연들을 풀어내고, 상담자는 그 말에 경청하고 공감하며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임종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현실을 알리고, 미리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성찰하고 결단하고 준비하도록 안내하며, 「연명의료결정법」과 의향서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태블릿PC를 활용하여 등록 상담을 진행한다. 등록 상담을 받고 돌아가는 이들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웰다잉봉사단원들은 국립연명의료관리관에서 의향서 상담사 교육을 이수하고, 기관에서 진행하는 상담사 보수교육을 받는다. 또한 기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죽음교육에 참여하여 지속적인 성찰과 배움과 나눔과 실천의 기회를 제공받는다. 점차 주체적인 활동가로 성장하며, 지역사회에서 웰다잉 전파자로, 더 나아가 웰다잉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죽음교육과 웰다잉 문화운동
죽음에 대한 인식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의향서 작성 하나로 존엄한 죽음이 준비되지 않는다. 웰다잉을 실천하도록 돕는 죽음교육(Death Education)1)이 필요한 이유이다.
자료 제공: 창동어르신복지관
창동어르신복지관에서는 대상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죽음 교육을 진행한다. 첫째는 어르신 당사자의 자아 통합을 돕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죽음준비교육 〈아름다운 황혼〉, 사회적 관계망 강화를 통한 사별 슬픔 치유프로그램 〈다시 시작하는 우리〉 등이 있다. 둘째는 기관장을 포함하여 실무자, 선배시민웰다잉봉사단 등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의향서 상담원 양성 교육, 죽음교육상담가 양성교육 등이 있다. 끝으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캠페인, 도봉구웰다잉카페 〈메멘토모리〉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세 가지 교육과정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죽음과 상실에 대한 성찰과 치유로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의 죽음의 현실과 ‘죽음과 죽어감, 상실(사별)’과 관련된 공부를 토대로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행위로 표출된다.
창동어르신복지관의 죽음교육은 건강한 죽음문화, 즉 웰다잉 문화조성운동을 지향한다. 웰다잉 문화운동은 ‘죽음을 자유롭게 말하는 문화’, ‘존엄한 죽음을 성찰하는 문화’, ‘건강한 애도를 지원하는 문화’로 구체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존엄하고 인간답게 살고 죽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선배 시민의 아름다운 유산 남기기
웰다잉에 대한 고민은 오늘을 행복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죽음학(Thanatology)의 핵심 명제 중 하나이다. 죽음을 미래의 사건으로 연기하지 않고 ‘오늘’로 가져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단하게 하는 힘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사랑의 문서이다. 자신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며, 임종기 의료 처치를 결정하지 않음으로써 가족에게 주어질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고, 임종자의 뜻을 받들고자 하는 남겨진 이들의 사랑의 문서이다. 따라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남은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웰다잉과 관련된 사랑의 실천은 의향서 외에도 장기기증, 유언과 상속, 장례와 장묘, 사전장례의향서 등 많다. 지역사회에 웰다잉 문화를 확산하고, 다양한 봉사와 나눔의 활동을 통해서 노년의 삶 자체가 유산이 되도록 돕는 ‘선배 시민의 아름다운 유산 남기기’ 운동이 전개되길 희망한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
1) 죽음 교육의 목표는 자신을 포함해서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 또는 제3자가 상실이나 죽음에 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 이를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지혜를 배움으로써, 가치관과 세계관을 정립하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 교육은 죽음을 통해서 삶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돕는 삶의 교육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이해를 넘어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동체의 연대와 통합을 지향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죽음 교육은 어린아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상실과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와 특성, 생애 단계별 인지적 특성에 따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죽음 교육의 공교육화)
참고문헌
•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2022),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5주년,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 박미연(2018), 존엄한 죽음,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능성, 한국싸나톨로지학회 학술대회.
• 박미연(2019), 사별노인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통한 슬픔치유 프로그램 〈다시 시작하는 우리〉, 제9회 한국죽음교육학회 학술대회.
• 박미연(2022), 사회복지실천의 지향성: 죽음복지와 건강한 애도, 한국사회복지실천연구학회 춘계 워크샵.
• 박미연 등, 「삶의 성찰 죽음에게 묻다」 가리온.
• 박미연 등, 「죽음학 교본 Thanatology handboor」 한국싸나톨로지협회.
• 임병식, 신경원 저 「죽음교육 교본」 가리온.
• 창동노인복지센터(2017), 제1차 도봉구 웰다잉문화조성을 위한 토론회.
• 창동어르신복지관(2022), ‘노인복지관의 사전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운영의 의미와 역할’, 제2차 웰다잉문화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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