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통계청, 2023).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전환을 넘어 노동력 공급, 가족 구조, 복지 재정, 지역사회 운영 방식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 구조 역시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세대 간 갈등이 한국 사회의 주요 균열 지점 중 하나로 재부상하고 있는데(황선재, 2022), 각종 조사에서 세대 갈등이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중 하나이며 세대 간 갈등 인식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한국행정연구원, 2023).
세대 갈등은 개인의 태도나 가치관 차이에서 기인하는 문화적 갈등으로 종종 오해받지만, 많은 연구는 이를 구조적 갈등으로 규정한다. 즉, 세대 간 경험과 기회 구조가 전혀 다른 궤적을 밟아왔기 때문에 갈등이 자연 발생적으로 확대된 것이며, 세대 갈등은 단순한 세대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시대의 자산 구조, 노동시장 경험, 복지제도, 미디어 환경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세대별로 상이한 기회 구조와 사회적 경험을 만들며, 특히 한국처럼 단기간에 급격한 사회·경제·인구 구조 변동을 경험한 국가에서는 세대 간 기대, 우선순위, 정당성 인식 등의 차이가 보다 빠른 속도와 강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기존 연구와 정책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어떠한 구조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어 왔는지를 분석하고, 초고령사회 한국의 세대 상생을 위한 핵심 과제를 제시한다.
한국 사회 세대 갈등의 주요 지점들
한국 사회 세대 갈등의 첫 번째 주요 지점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와 세대 간 기회 불균형이다. 한국의 자산 구조는 부동산 중심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세대 간 경제적 불평등을 형성한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이다. 2000년대 이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은 기성세대에게는 자산 증식을 통한 경제적 안전망 확보의 기회였지만, 청년세대에게는 부동산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구조를 형성했다. 국토연구원(2022)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평균 부동산 보유액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30대 이하 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소득·자산 격차가 아니라 기회 구조의 비대칭을 의미한다. 한 세대에서는 경제적 기회가 반복적으로 누적되는 반면, 다른 세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 및 노동시장 구조의 경직화로 인해 기회가 반복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청년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느끼는 이유도 이러한 구조적 맥락과 연결된다.
둘째, 노동시장의 이중화와 세대 경험의 단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이중구조가 뚜렷해졌고, 이는 세대별 노동 경험의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1980~90년대 초 노동시장에 진입한 기성세대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연공 중심의 노동환경을 경험했지만, 2000년대 중·후반기 이후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세대는 정규직 진입 경쟁 심화, 단기 계약직 확산, 플랫폼 노동 증가 등 불안정 노동을 주로 경험했다. 이성균 외(2020)는 이러한 노동시장 경험의 차이를 세대적 생애경로의 분기라고 분석하며, 노동의 불안정성이 자산 축적, 가족 형성, 주거 안정성 등 사회 전반의 경험 차이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즉,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은 단일 영역의 차이가 아니라 세대별 생애경로 전반에 걸친 장기적 차별성을 내포하게 된다.
셋째, 복지제도의 세대 간 형평성 논쟁이다. 세대 갈등은 복지 재정과 관련해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1980~90년대 경제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현세대의 위험구조와 정합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층은 현행 연금·주거·교육·보육제도가 기성세대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반대로 고령층은 실제 연금 수령액이 충분하지 않고, 노년기 돌봄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정한 세대라고 인식하고 있다. Tyler와 Blader(2003)는 이러한 정책 인식의 차이를 ‘절차적 공정성(Perceived procedural fairness)’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은 ‘누가 어떤 혜택을 받는가’보다 ‘정책이 얼마나 공정하게 설계되었는가’에 대한 세대 간 형평성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황선재, 2022).

마지막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분절화와 세대 혐오, 세대 정치화 문제이다. 최근 관련 연구는 한국의 세대 갈등이 단순 구조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세대 정체성의 재구성이 큰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청년세대는 커뮤니티·SNS 기반의 정보 환경에 노출되는 반면, 노년층은 TV·신문을 중심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있으며, 특히 알고리즘 기반 미디어가 세대 간 갈등을 과장하고 인식의 분절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회적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다를 수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세대 혐오 표현, 집단적 정체성 부각은 세대 갈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대 상생을 위한 시대적 과제
상기 논의와 같이 세대 갈등이 단순한 세대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의 사회구조적 경험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세대 상생을 위한 총체적 고민 역시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회정책을 세대 간 균형에 맞게 재설계하는 일이다. 지금의 복지제도가 특정 세대에게만 과도한 부담이나 혜택을 부여한다면 세대 갈등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연금제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청년층은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고, 고령층은 현재 연금 수준이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따라서 연금개혁은 한 세대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세대 간 지속가능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기여율·수급 연령의 점진적 조정, 기초연금 사각지대 해소, 저소득 고령층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청년층의 기회 구조를 확충하는 정책 또한 세대 간 형평성뿐 아니라 국가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청년층의 주거·고용·교육·가족형성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저출생, 노동력 부족, 복지재정 압박 등 초고령사회의 모든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 주거비 경감, 노동시장 이행 지원, 교육비 부담 완화, 부모 돌봄·출산 지원 확대 등은 특정 세대를 위한 ‘혜택’이 아니라 전체 세대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해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정책은 세대 간 대립을 줄이고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세대 간 관계는 제로섬이 아니라 선순환 구조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세대 간 실질적 상호작용 증진을 위한 고민이 요구된다. 오늘날 청년층과 고령층이 생활하는 공간·커뮤니티·일자리·문화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적·사회적 분절은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과 거리감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지역사회는 세대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환경을 회복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세대 통합형 일자리와 지역 커뮤니티 기반 상호작용 확대일 것이다. 고령층의 경험과 청년층의 기술 역량이 결합되는 협력형 일자리 모델, 지역 서비스 분야에서 세대 혼합형 일자리 운영, 고령층-청년층 상호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등은 이미 여러 국가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지역 커뮤니티 역시 세대 통합 공간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의 노인복지관, 청년센터 등은 세대별로 분리된 공간 중심의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도서관, 문화센터, 생활 SOC 공간 등을 세대 혼합형 공공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공공 돌봄 영역에서 세대 협업을 확대하면 지역 돌봄의 질이 높아지고 세대 상호 이해도 증진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대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내러티브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세대 갈등은 실제보다 과장된 형태로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왜곡된 이미지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재구성은 갈등 해결이 아니라 갈등 고착에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세대 간 갈등을 대립 관계로 이해하는 프레임을 벗어나, 세대 간 이해관계가 상호의존적이라는 메시지를 확산할 필요성이 있다. 청년층의 경제적 기반은 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고, 고령층의 건강·돌봄 안정성은 청년과 중장년층의 부담을 줄인다. 즉, 세대 간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상생의 구조라 할 수 있는데, 미디어는 세대 혐오를 조장하는 자극적 프레임을 지양하고, 세대 협력 사례를 적극적으로 조명해야 한다. 또한 교육기관과 지자체는 세대 이해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세대 간 공감·소통 능력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으며, 문화·예술·미디어 영역에서도 세대 연대를 주제로 한 서사 생산을 지원함으로써 긍정적 사회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사회 한국: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해
‘변한 것은 세대가 아니라 시대’라는 말이 있다. 초고령사회로의 이행은 한국 사회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이며, 그 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은 일종의 전환기적 긴장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단지 세대 간의 감정적 골이 깊어지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가 감당하는 부담과 경험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한 채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게 된다면, 공동체의 통합과 미래를 위한 합의 형성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세대 갈등의 문제는 단순한 사회적 불화나 의견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과 원칙을 가지고 고령사회를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동반한다.

상술한 세대 갈등의 구조적 원인들을 살펴보면, 자산·노동·복지·지역사회·문화·정치 등 다양한 영역이 서로 얽혀 있는 복합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해결 또한 어느 한 영역의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련 정책은 세대 간 부담과 혜택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하고, 지역사회는 세대 간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생활환경으로 바뀌어야 하며, 동시에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는 세대를 갈라놓는 경쟁적·대립적 서사 대신, 서로의 삶과 필요와 책임을 이해하려는 연대의 서사를 정착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 세대 갈등의 완화는 단발성 정책이나 캠페인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책·사회·문화의 전 영역이 동시에 변화해야 가능한 구조적 과제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는 세대 간 관계가 경쟁이 아니라 상호 의존의 구조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의 기회 구조가 약화되면 고령층 복지 재정의 기반이 흔들리고, 반대로 고령층의 돌봄과 건강이 안정될수록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겪는 돌봄 부담이 줄어들어 긍정적 파급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 즉, 어느 한 세대의 안정과 발전은 다른 세대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 때, 세대 갈등은 자연스럽게 완화되고, 새로운 유형의 세대 연대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논의들은 결국 한국 사회가 앞으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세대 간 책임·권리·지원의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구조 속에서 모든 세대가 존엄과 안정성을 갖는 사회를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초고령사회 한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적 비전일 것이다. 이 새로운 사회적 계약은 단지 정부의 정책 변화만이 아니라, 세대 간 이해와 상호 존중, 새로운 연대 감각, 그리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려는 공동의 의지를 필요로 한다. 결국 세대 갈등을 넘어서는 길은 세대 간 차이를 지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존 가능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 속에서 한국 사회는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령사회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미래 세대에게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 국토연구원. (2022). 자산 불평등도 결정요인 분석 연구. 국토연구원 워킹페이퍼.
• 이성균·신희주·김창환. (2020). 한국 사회 가구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연구 성과와 과제. 경제와사회 127: 60-94.
• 통계청. (2023).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 한국행정연구원. (2023).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 한국행정연구원.
• 황선재. (2022). 인구고령화와 세대갈등: 자원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형평. 사회과학연구 33(2): 149-172.
• Tyler, T. R., & Blader, S. L. (2003). The Group Engagement Model: Procedural Justice, Social Identity, and Cooperative Behavi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7(4): 349-361.
황선재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