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9호 동향

노인일자리의 지역별 분배 현황 및 쟁점

조준행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정책지원실장
#지역배분방식 #수요공급 #격차완화
들어가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라는 정책의 창이 열린 지 20년이 지난 2024년 12월 어느 날 비로소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超高齡社會, Super-aged Society)에 진입하였다. 인구구조의 커다란 변화와 더불어 최근 정치 환경도 급변함에 따라 2025년은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던 노인일자리사업을 차분히 뒤돌아봄으로써, 그간 관성에 젖어 대수롭지 않게 여긴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본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현재 지역별 사업량 결정구조의 적합 여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논의가 필요한 과제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사업량이 정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
1단계 : 중기 정책방향 설정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23~’27)1)은 초고령사회와 신노년 세대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노인인구 10% 수준의 노인일자리 규모를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안정적으로 제공하여 수요에 대응하고, 역량활용·민간형 일자리는 전체 노인일자리의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방향을 가지고 있다.
2단계 : 연간 총사업량 확정
중기 정책방향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는 익년도의 사업유형별 증감 수준을 반영한 총사업량 규모 초안(5∽6월)을 정하고, 이를 토대로 기획재정부와 정책환경 및 재정여건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 정부안(9월)이 확정된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소관 상임위 등의 예산 심사 과정을 통해 해당 연도의 총사업량 규모가 최종 확정(12월)되게 된다. ’24년 12월 2일 자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5년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은 2조 1,847억 원(국비 기준)으로 전년보다 6.8만 개를 확대한 109.8만 개(노인인구 비율 10.4%)로 확정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사업유형별로 살펴보면 공익활동은 전년 대비 3.8만 개 증가한 69.2만 개로 정해졌고, 역량활용(구 사회서비스형) 및 민간형 일자리는 40.6만 개(전체 사업량의 37%)로 전년 대비 3만 개 증가하였다.
3단계 : 시도별 사업량 분배
시도별 사업량 배정 과정은 예산구조의 특성2)상 두 축으로 나뉜다. 우선, 지자체경상보조사업(공익활동, 역량활용, 공동체사업단 등)의 경우 시도별 기초 배정 사업량은 지자체 수요조사(50%), 최근 3년간 실적(10%), 기초연금수급자 수 또는 60세 이상 노인인구 수(20%), 도시-농어촌 비율(20%)을 적용해 구해진다.3) 사업량 배정에 가장 높은 영향을 주는 지자체 수요조사는 수행기관4), 시군구, 시도 등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기초가 되는 수행기관의 경우, 다음 연도 일자리사업에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인 수 및 기관의 인프라 등을 고려한 차년도 사업유형별 희망 사업량을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시군구는 관내 수행기관에서 제출한 사업별 희망 사업량을 조정할 수 있다. 시도는 마찬가지로 추가수요 및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시군구에서 제출한 사업별 희망 사업량 조정 절차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익년도 최종 수요조사 결과를 제출(5월)한다.5) 시도별 수요조사 이외에 한 가지 특이한 점으로는 최근 지역 내 도시-농어촌 비율이 기초 배정량 결정 기준에 신규로 활용되었다. 이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 역량활용 및 공동체사업단 유형 대신 공익활동 물량을 추가 배정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이렇게 결정된 시도별 기초사업량 산출 이후, 추가적인 조정절차를 거치게 된다. 주로 전년 대비 사업량 감소 시도 및 수요조사 대비 배정 사업량이 미달되는 시도 등에 대해 추가 배정하는 조정을 거침으로써 최종 시도 사업량 배정이 확정된다.
한편, 지자체경상보조사업이 아닌 시니어인턴십 등과 같은 민간경상보조사업의 경우,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시도의 별도 수요조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지역 내 노인고용률 및 지역 내 총생산(GRDP)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잠재수요 및 공급여력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추진 주체(한국노인인력개발원)가 시도별로 사업량을 할당하는 절차를 따르고 있다.
위에 제시된 <그림 1>은 ’25년 시도별 사업량 배정 결과와 관련하여 크게 3가지 정보를 담고 있다. 첫째, 시도별로 노인인구(65+) 대비 일부(공익활동+역량활용+공동체사업단) 사업유형을 통해 제공되는 노인일자리의 공급비율(전국 평균 8.9%)을 알 수 있다. 지역별 절대 노인인구 규모가 다름을 감안하더라도 서울(5.1%), 경기(5.4%)에 비해 전북(19.4%)이나 강원(17.8%)의 일자리 공급비율이 3배가량 높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시도별 사업량 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수요조사 결과이다. 전북(44만)과 노인인구가 비슷한 충남(47만)과 전남(48만)의 경우, 수요조사를 통해 신청한 사업량 규모가 전북에 비해 60~66% 수준에 불과하다(<표 1> 참조). 강원(38만)과 비슷한 충북(35만)을 비교해도 강원이 충북에 비해 1.7배 높은 수요조사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전체 사업량의 10%가 선 배정되는 서울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인인구를 가진 경기(227만, 전체 노인의 22.1%)도 노인일자리 공급비율이 5.4%에 불과하다. 이 또한 경기의 수요 신청량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시도별로 확정된 공급 사업량 대비 실제로 참여 신청 후 참여하지 못하고 대기수요로 남아있는 규모(’25년 3월 말 기준)가 지역별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우선, 전국 평균 대기수요 비율은 26.6%로 100명의 신청자 중에서 20명가량은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시도의 수요조사 결과와 실제 노인의 일자리 참여욕구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공급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전북, 강원, 광주가 수요조사와의 간극이 그나마 적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대구, 부산, 경기, 울산, 대전 지역에서는 30%가 넘는 대기수요를 보여 간극이 비교적 크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공하고 있는 정보는 현재 기준 대기수요를 ‘0’으로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배정되었어야 할 이상적 규모(완전공급률로 표현함)를 알려주고 있다. 전국 평균 기준으로는 최종 공급규모가 8.9%(917천 개) 대비 2.4%p 높은 11.3%(1천 개)는 되었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역 단위로 살펴볼 경우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구가 3.5%p로 가장 큰 격차를 보여준다. 다만, 특이하게도 전북은 높은 공급비율(19.4%)과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수요 비율(17.6%)에도 불구하고 대구 다음으로 큰 3.4%p의 격차를 보이고 있어, 공급량 모수가 유사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논의가 필요한 과제들
첫째, 시도별로 실질적인 수요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도가 수행기관 및 시군구의 의견을 받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수요조사 결과 대비 실제로 참여를 신청한 현황을 비교한 결과(<그림 2>), 모든 시도의 수요조사 값이 과소신청(약 244천 명)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경기가 5.5만 명으로 편차 규모가 가장 크고, 경기를 포함한 5개 시도(부산, 서울, 전남, 경북)가 각 2만 명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추측하건대, 현재의 수요조사는 지역 내 정책을 필요로 하는 노인의 실질적 수요가 파악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현장 수행기관의 사업역량 또는 지방정부의 재정여건(혹은 지자체장의 의지) 등에 의해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법에 근거해 5년마다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음에 따라, 각 지역에서는 특정 주기의 노인 대상 실질적 수요조사를 통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충족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참여 노인들로 구성된 수요조사 사업단을 구성해 운영하는 방식도 논의해 볼만하다. 또한, 가능하다면 시니어인턴십 및 취업알선 등 민간경상보조사업의 배분기준 수립 시에도 개선된 수요조사 결과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자리 참여수요를 받아줄 적정 수행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
’15년 대비 3배(37만→110만)의 사업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간 수행기관 수 증가는 7.6%(1,228개→1,322개)에 불과했다(<그림 3>). 심지어 일부 시도는 오히려 수행기관이 감소했다. 물론, 시군구의 직접사업 감소로 인한 결과이겠으나 어쨌건 기관의 사업량에 대한 부담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게 한결같은 현장의 목소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적실한 수요조사가 진행되더라도 그 요구수요를 흡수할 현장 인프라 확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성과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게 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지자체의 수행 인프라 확충에 대한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셋째, 先 총사업량 결정 및 後 시도별 배분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방식을 유지할 경우 해마다 증가하는 총사업량 규모를 국민들이 공감하도록 설득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근거가 부족할 경우 지속성도 담보될 수 없다. 따라서, 지역별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총사업량 규모가 결정되도록 하는 ‘Bottom up’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들 기억하다시피 ’22년 공익활동 6만 개 축소를 담은 정부안 제출 후 갑론을박 끝에 국회에서 원상회복되었던 사회적 혼란을 다시 겪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마지막으로, 지자체경상보조사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비율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서울 30%, 나머지 시도는 50%로 동일하다(<표 2>). 이럴 경우 지역별 특성에 따라 재정여건과 참여수요 간 간극이 클 경우 결국 수요보다는 어쩔 수 없이 재정여건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정자립도는 열악하지만 수요는 넘치는 지역에 대해 보조금 비율을 높이는 대신 그 반대의 경우 낮춤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에 따르면 122개 사업에 대한 국가의 기준보조율을 특정한 정률 또는 정액방식으로 명시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 개별 사업명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대신 “122호 그밖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에 이해관계가 있고 보조금의 교부가 필요한 사업”에 속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수립한 예산안 편성지침에 대상사업 명칭과 기준보조율을 분명하게 밝히거나, 매년 예산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재정당국과 협의만 이루어진다면 별도의 시행령 개정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편,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시도와 시군구의 부담비율이 지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시도는 시군구의 부담 없이 매칭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있는 반면, 일부 시도는 시군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지역이 처한 재정상황에 따른 선택의 결과이겠지만, 자칫 한쪽으로의 쏠림이 과도한 부담을 유발해 실제 수요 대비 과소 신청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이어지거나 반대의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치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의 기회를 개발·보급하고, 노인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등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노인일자리법(약칭)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의 내용으로, 그 중심에는 언제나 노인이 있어야 마땅하다. 본 글은 수요와 공급의 관점에서 과연 노인이 중심에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공급의 원천은 수요다. 하지만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수요는 수행기관의 수요이자 지자체의 수요일 뿐, 노인의 수요라 하기엔 불충분하다. 머리를 맞대고 노인의 수요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무부처는 그렇게 찾아진 노인의 수요를 존중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Top-Down 방식의 사업량 결정구조에서는 공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요를 존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재정당국은 예산배분 구조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별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최소화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우리들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1)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있음
2) 노인일자리 사업유형은 지방비가 매칭(서울 70%, 기타 50%)되는 지자체경상보조사업(공익활동, 역량활용, 공동체사업단 등 ’25년 기준 전체 사업량의 85.8%를 차지)과 전액 국비로만 추진되는 민간경상보조사업(시니어인턴십 등)으로 구분됨
3) 다만, 서울의 경우 사업유형별 총사업량의 10%를 일괄 적용하여 선반영함
4) ’25년 3월 기준 전국적으로 총 1,322개의 수행기관이 존재
5) ’25년 시도별 사업량 배정을 위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확정 공급 대비 95.5% 수준으로 확인
참고문헌
• 행정안전부(2024). 주민등록인구현황.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2015 노인일자리 통계동향.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인일자리 정보시스템 DB.
• 한국노인인려개발원. 내부자료.
조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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