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사회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2011년 19.8%에서 2021년 8.4%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23년에는 10.6%로 약간 증가하였으나, 지난 10여 년 간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2019년 대비 2021년의 급격한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주요 요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전통적 대면방식의 자원봉사활동 참여가 전반적으로 제한되었으며, 특히 봉사활동의 대학입시 미반영에 따라 10대의 봉사활동 참여율이 2019년 76.1%에서 2021년 23.3%로 대폭 하락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 및 대학생 대상 자발적인 봉사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65세 이상 노인자원봉사는 지난 10여 년 간 코로나19 시기와 무관하게 전 세대 중 가장 낮다. 과거 우리나라 노인들은 주로 자원봉사의 대상으로서 여겨졌으며, 자원봉사의 주체로서 인식되지 않았다(김형수 외, 2023). 2011년 노인자원봉사 참여율은 5.5%로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2021년까지 10년 내내 6%대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2023년에는 7.4%의 참여율을 나타내, 지난 10년 기간 중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와 같이 노인자원봉사자 참여율이 낮은 것은 노인의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 저조 및 기관 인프라의 부족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노인의 건강 및 경제수준이 여유롭지 못한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모선희, 2023).

자원봉사 영역은 매우 포괄적이며, 대게 활동 장소, 활동 대상, 활동 내용을 기준으로 분류된다. 통계청 사회조사는 자원봉사자의 활동 내용(역할)을 기준으로 자료를 제시하고 있는데, 2023년 가장 큰 비중을 보인 자원봉사활동 분야는 ‘생활편의 지원’(32.5%)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환경보호’ 19.5%, ‘문화행사’ 14.5%, ‘주거환경’ 13.4% 등의 순이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청소년 자원봉사의 경우 환경보호(43.2%), 20대는 ‘교육’(20.4%), 30대, 40대, 50대, 60세 이상은 모두 ‘생활편의 지원’ 영역이 가장 높았다. 65세 이상 노인자원봉사는‘생활편의 지원’(38.6%), ‘주거환경’(20.7%), ‘상담’(12.9%), 등이 주된 활동분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자원봉사는 다양한 활동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대별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

자원봉사활동이 위축되는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자원봉사 정책 전반의 변화를 가속화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원봉사의 모집, 연계, 활동 등 전 과정이 디지털화 되고,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은 자원봉사 참여자와 수혜자의 서비스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자원봉사 참여가 감소함에 따라, 새로운 방식의 자원봉사 정책에 대한 논의가 제기됐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와 MZ 세대 등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한 자원봉사활동 개발의 필요성이 주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회성, 단기 참여 형태의 자원봉사활동 참여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온라인 기반 가상의 자원봉사활동, 소셜 미디어를 통한 참여도 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봉사활동 참여 동기는 자선, 사회참여, 자기개발 등 더욱 개인을 중심으로 한층 더 다변화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의 자기주도성이 강화되고 있다.

영국은 자원봉사 활동방식 및 자원봉사 관리조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일정 수준의 자원봉사자 규모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인구학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개인의 참여방식은 점차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 개별적으로 여유시간이 생기면 짧게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마이크로 자원봉사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 조직 관리에 있어서 관료적 행정 주의를 탈피하고, 온라인 및 비대면 방식의 유연한 지원방식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가구를 위한 안부확인 자원봉사(check-in-and-chat volunteers), 생필품 등을 전달하는 지역사회 대응 자원봉사(community response volunteers) 등은 시민 주도로 조직된 것이다(Carlsen et al., 2021).

영국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도 새로운 방식의 자원봉사활동 수요에 따라 단기간 맞춤형 자원봉사활동 기회를 확대해 봉사자들을 유인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참여 유지를 위한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자원봉사를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주는 투자적 차원으로 접근하며,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 봉사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온라인 접근성과 관련하여, 자원봉사 영역에도 디지털 격차가 발생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Biddle & Gray 2021).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이전부터 마이크로 자원봉사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활동이 모색된 바 있으며, 이미 온라인 방식의 자원봉사 운영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활동 자체가 가상공간으로 이동하는 전환을 가져왔으며(노법래 외, 2022), 이러한 디지털 대전환과 더불어 심화된 인구고령화는 자원봉사 정책에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의 장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전되고, 노년기 삶이 질어지면서 노인들의 사회참여(social participation)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일과 사회활동을 원하는 노인에게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일자리사업’)을, 봉사활동을 희망하는 노인에게 노인자원봉사활동을, 그리고 노년기 여가활동 활성화를 위해 노인복지관, 경로당, 평생학습 등 여가선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참여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 교류와 관련된 일정한 규칙이나 형태를 띤 활동(Palmore, 1981)으로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사회참여는 이처럼 직업활동, 자원봉사, 평생교육, 여가선용 등 노인의 욕구 달성을 위한 개인 또는 집단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며, 노년기 개인적 측면, 사회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본 고에서는 노년기 다양한 사회참여 영역 중,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업으로서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자원봉사사업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표 3>은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과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일자리사업’) 내 공익활동 및 사회서비스형 유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노인일자리사업 운영안내에 따르면, 공익활동은 ‘노인이 자기만족과 성취감 향상 및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위해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며, 사회서비스형은 ‘노인의 경력과 활동역량을 활용하여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이다. 한편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은 노인의 경륜을 사회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노인자원봉사를 활성화하여 노인의 적극적인 사회참여 및 노인의 인적자원 활용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용적 측면에서 볼 때, 공익활동과 사회서비스형 사업의 목적은 자원봉사활동의 목적과 중첩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사회서비스형의 경우 근로자로서의 속성을 지닌다는 측면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봉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상과 지위를 강화하는 최근의 자원봉사 정책방향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노인일자리사업과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논란은 제기될 수 있다. 자원봉사의 광의적 개념에서 보면, (민간형은 제외하더라도) 노인일자리사업은 자원봉사에 포함되는 개념으로서 논의가 가능하다.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자원봉사의 관계에 대한 논란은 최근에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노인일자리사업 도입 당시, 향후 노인일자리사업이 확대되면 기존의 노인자원봉사활동과 중첩되어 노인자원봉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관련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혼란을 야기할 것(허준수 외, 2005)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우려는 노인일자리사업이 자원봉사 현장의 혼란을 넘어 노인자원봉사를 위축 또는 잠식시켰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노인일자리사업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기존 자원봉사로 참여하던 노인들을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유도하여 급여를 받고 참여하는 형태로 전환(정진경 외, 2009)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노인자원봉사의 위축 내지는 저조한 상황은 노인일자리사업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자원봉사 자체의 속성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원봉사는 1)공익을 추구하고, 2)자발적으로 참여하며, 3)경제적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4)누구나 참여하여 자원봉사자 이상의 지위를 추구하지 않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른바 과거의 “착한 자원봉사자”가 사라지고 자원봉사의 의미와 영향이 무엇인지를 묻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동의할 수 있는 일만 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이 늘고 있다(이강현, 2009). 시대적 요구에 의해 전통적 자원봉사의 속성에 대한 도전 받으며, 자원봉사는 스스로 모순적인 요구에 당면해 있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의 자원봉사를 보다 활성화하고, 자원봉사자의 참여 유인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자원봉사의 고유한 속성에 도전하는 지점을 가지게 되며, 다른 정책과의 연계성에 있어서 중첩되는 지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노년기 사회참여를 위한 중요한 매개적 의미를 지닌다. 노인일자리사업이 노인일자리사업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노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마련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자원봉사의 연계는 필연적이다. 허준수 외(2005)는 노인일자리사업 시행 초기에 자원봉사와의 연계 모형을 제시한 바 있다. 1)통합형은 노인자원봉사와 노인일자리사업 정책 대상 노인을 완전히 통합하여 모집, 교육 및 훈련, 배치가 이루어지는 것이며, 2)분리통합형은 각각의 사업대상을 모집해 교육・훈련 및 배치를 일원화하는 형태이다. 마지막으로 3)분리형은 각각의 별도의 주체가 모집, 교육, 배치를 실시하는 것이다. 공공형 및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사업의 세부 사업단 특성에 따라 세 가지 형태의 연계모형을 적절히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둔 급격한 고령화 진전에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노인복지 정책기반은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주로 소득보장 정책, 돌봄 정책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바, 고령화 대응 정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사회참여 정책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노년기의 주체적 사회참여는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인권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사회적 편견, 차별, 그리고 주변인으로서의 소외된 대상으로 여생을 영위하는 노년기에 있어서, 사회참여 문제는 다른 세대보다 더 인권의 문제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인권적 측면에서 노년기의 사회참여는 일상생활을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타 세대와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의 형성과 이행에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여 스스로 개발하는 기회를 갖는 것을 포함한다. UN의 노인에 관한 원칙 내 참여의 원칙에서는 ‘노인은 사회에 통합되어야 하며,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젊은 세대와 공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지역사회 봉사를 위한 기회를 찾고 개발해야 하며, 흥미와 노력에 맞는 자원봉사자로서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전시키기 위한 기회를 추구해야 하며, 사회의 교육적, 문화적, 정신적, 여가에 관한 자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대상에 대한 시혜적 관점을 넘어, 사회적 배제에서 주체적 사회참여의 존재로, 노인 인권 보장을 위한 노인일자리사업과 노인자원봉사의 적극적인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