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2호 이슈

고령사회와 금융착취

정운영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금융착취 #고령소비자
금융착취 증가추세, 대책 시급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소비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령소비자들이 다양한 금융 피해로 인해 노후자산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G20에서는 ‘금융피해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된 바 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2020년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제시하면서 고령소비자 금융피해 방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금융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령소비자의 피해 유형은 크게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사기, 금융착취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금융회사와 고령소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에 의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보이스피싱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금융사기 대책에 대한 방안은 비교적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가족이나 친지 및 지인에 의한 고령소비자 금융착취에 대한 법적, 제도적 체계는 현저히 미비한 실정이다.
한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연금에 의존하는 고령자 수가 많을수록 금융착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2021년 노인 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노인보호전문기관에 경제적 학대로 신고된 건수는 406건으로 매우 적게 나타났다(보건복지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2022). 그러나 실제 가족과 친지에 의한 금융착취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고령소비자 금융착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가 낮아 그로 인한 피해 신고율이 매우 저조하며 관련 제도도 마련되지 않아 처벌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착취 문제는 세계 공통의 문제로 미국의 경우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금융착취 피해 노인이 증가하여 2030년까지 5백만 건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18).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인적, 사회적으로 많은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착취가 무엇인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사후적으로 발생할 경우 각 주체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솔루션이 부재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연금 생활자가 급증하고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소비자 수가 증가할 것을 대비하여 고령소비자의 금융착취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림 1〉 Annual Occurrences of Senior Financial Exploitation
estimate based on June 2018 SEC Report and U.S. Census Bureau population data.
금융착취, 어디까지 볼 것인가?
금융착취에 대한 정의와 범주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금융착취, 영국과 일본은 금융 학대 또는 경제적 학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학대(Abuse), 금융착취(Exploitation)로 혼용하여 사용한다.
광의의 경제적 학대는 본인의 의사에 반(反)하는 경제적 착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 의무가 있거나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경제적 학대, 가까운 사람을 사칭하여 재산을 빼앗는 것, 보이스피싱, 방문판매, 텔레마케팅 등의 영역도 넓게 보아 모두 경제적 학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제시하는 경제적 학대의 유형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간(2015)에서 제시한 3가지 행위로 고령소비자의 △소득 및 재산, 임금을 가로채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행위, △고령소비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고령소비자의 재산 사용 또는 권리에 대한 결정을 통제하는 행위이다. 쉽게 말하면, 경제적 학대는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는 행위로서 고령소비자의 의사와 다르게 사용하고 법적 권리까지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출처: 정운영(2022) 고령자금융착취 예방과 실행방안, 2022시니어 금융소비자보호포럼, 2022.11.4. 발표자료
이에 비해 금융착취는 경제적 학대와 유사한 의미지만 고령소비자의 재산을 가족 또는 지인 등 다른 사람이 허락 없이 의도적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행위이며 그런 행위가 고령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금융착취가 재산 또는 내 돈 쓸 권리를 빼앗는 행위라면, 고령소비자의 법률 권리 등의 경제적 권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행위 모두를 경제적 학대라고 볼 수 있다.
금융착취로 볼 수 있는 행위로 재산의 이전, 사용, 증여, 처분 등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산상의 이익을 얻기 위한 은닉행위, 단순한 보유행위, 압력 행위, 시도행위 등 구체적인 착취의 행위에 대한 포함 여부는 국가마다 다르다. 따라서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금융착취에 대한 구체적 개념 정의가 더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착취, 왜 발생하는가?
금융착취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령화로 인한 심리적 위축, 인지장애로 인한 의사결정 어려움, 정보의 취약으로 인한 의존성 증가와 같은 고령소비자의 개인적 요인, 상속문화, 부모의 역할에 대한 사회관점, 부모 재산에 대한 자녀의 권리 인식, 고령자의 삶에 대한 존중과 인권의식의 부족 등 가족·사회문화적 요인, 노인금융피해예방을 위한 법 규정이 미비한 제도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령소비자들의 질병 등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불편을 겪게 되고 금융거래 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금융착취에 대한 위험 노출 가능성이 커지고, 부모의 재산이 내 재산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자녀들이 자신도 모르게 금융착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사회 전반적으로 금융착취가 무엇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문화 의식이 금융착취 피해를 간과하고 있다.
사례로 살펴본 금융착취 유형
사례 1: 자녀와 친인척에 의한 금융 착취 사례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는 80대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여 은행에 가는 것이 어려워지자, 딸이 통장관리와 현금인출을 도와주겠다고 했는데요. 어느 날 자동이체한 공과금이나 세금이 연체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은행에 가봤는데 어르신의 돈이 매달 자동이체로 자녀 통장으로 인출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금융착취일까요? 어르신 허락 없이 사용되었으므로 금융착취에 해당합니다.
노후 안정된 소득을 매달 받기 위해 내 명의의 집으로 주택연금을 받고 싶은데 아들 녀석이 ‘내가 물려받을 집인데 왜 아버지 맘대로 하세요?’ 하면서 못하게 합니다. 그래도 우리의 노후를 위해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계속 찾아와서 화를 내며 마음을 괴롭게 합니다.
이 경우 금융착취일까요? 네, 어르신의 뜻대로 자기의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 또한 금융착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친정 조카와 살고 있는 어르신은 과거 저축해 놓은 돈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조카가 최근 사업에 실패하면서 매월 100~200만 원 정도의 휴대폰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선 채널, 과거 가입한 과다한 보험료(월 150만 원 정도)를 나에게 내달라고 하는 바람에 심한 경제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례 2: 간병인에 의한 금융착취 사례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정성껏 돌보던 간병인에게 고맙고 신뢰감이 가서 장을 보는 생활비 등 통장관리 심부름이나 금융기관에 대신 가는 일들을 맡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 재산을 거의 다 가져간 사례입니다. 생활비 목적으로 준 통장인데 그 외 목적으로 사용한 간병인은 금융착취라고 볼 수 있을까요?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자녀가 항의했지만, 간병인은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쓴 돈’이라 반박합니다. 이때 통장과 인감을 내어준 게 문제가 됩니다. 은행 예금거래 약관은 통장과 인감이 있고 비밀번호가 맞으면 돈을 지급하게 돼 있어 은행에 항의조차 못 하고 결국 돈을 돌려받을 길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 외에도 금융착취의 대표적인 행위는 다음과 같다.
• 자녀가 피해 노인 명의로 들어오는 노령연금, 주거급여 및 재난지원금 등 동의 없이 사용하는 행위
• 자녀의 사업 실패로 인한 사채 및 카드 빚 대납행위
• 피해 노인의 명의로 된 아들의 핸드폰 요금 대납행위
• 자녀가 피해 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행위
• 자녀의 공공주택 월세 체납을 갚아주는 행위
• 자녀가 피해 노인의 기초생활수급비를 착취하는 행위
• 피해 노인에게 찾아와 지속해서 돈을 요구하면서 행패를 부리는 행위
• 피해 노인의 신분증을 도용하여 신용카드사용 또는 통장 재발급을 통해 금전을 갈취하는 행위 등
금융착취 피해자의 특성
금융착취를 당하는 피해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가진 자산이 많거나 특별한 상황에 처할 경우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생활수급비 등 금액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으며 여성(72.7%)이 남성(27.3%)보다 월등히 높고 특히 혼자되신 어머님들,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한 노인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0~89세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금융착취를 가하는 사람의 특징을 살펴본 결과, 피해 노인에게 경제적 의존도가 높고, 경제적으로 무능하며, 폭력성이 높고,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과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이다. 가해자는 아들(60.4%), 딸(10.8%), 배우자(9.4%), 가족이 아닌 타인(5.8%) 순으로 나타났다.
〈그림 2〉 금융착취, 어떤 노인이 당하나
자료: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금융착취 예방과 실행방안을 위한 주체별 역할
고령소비자가 금융착취를 당하는 경우 정신적 절망감, 질환, 자살 등을 동반함으로써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아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돌봄 재원이 없는 경우 국가가 이를 보호해야 하므로 금융착취를 예방하지 않으면 국가 사회적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영국의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기금 조사(2013)에 따르면 노인의 경제적 착취나 학대 피해로 인해 국가가 노인을 위해 추가로 지출하는 요양비 지출액은 연간 약 4억 5천만 파운드(약 6,750억 원 상당)에 달한다고 밝혔다(Gilbert 외, 2013). 금융착취를 예방하고 사후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개인 차원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금융착취 예방과 실행방안을 위한 주체별 역할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금융당국은 금융착취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법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금융착취와 관련된 내용이 서로 다른 다양한 법률 속에서 다루어지고, 그 다양한 법률 간 연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제시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개정을 통해 금융착취를 예방하고 실행하기 위한 근거 법률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노인복지법과 형법 외에 민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 및 경제와 관련하여 여러 법률, 가령 서명 위조나 명의도용, 부당 인출, 신용정보 및 개인정보보호 등 소비자 보호 혹은 금융 취약계층 보호와 관련된 규정들이 관련되므로 고령자금융 피해 방지를 위한 가칭 ‘고령자금융착취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금융기관이 고령소비자의 금융착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복지시설, 요양병원 및 종합병원, 장기 요양기관에 해당하는 사람의 자격취득 과정이나 보수교육 과정에 노인학대 예방 및 신고 의무와 관련된 교육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금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금융착취 거래가 금융기관을 통해 발생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적극적 개입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고령소비자 신탁 서비스 등 금융착취 예방을 위한 상품 개발 및 서비스 제공, 금융착취 예방을 위한 금융인 역량 강화, 신고 의무 발생과 거래의 거절·지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이 포함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개발, 이를 위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정기적 교육 수여, 성과지표 반영 등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령소비자 금융착취를 방지하려면 고령소비자의 금융 지식 함양 등이 필요한데 고령소비자가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기는 어렵다. 고령소비자 금융착취 피해를 당한 경우 신속히 피해 여부를 발견하고 더 이상 피해가 지속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금융착취 방지를 위해 고령소비자 관련 민간 단체의 대응 활동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착취에 대한 대응수준은 광의의 노인학대 차원에서 정보 및 상담, 노인보호전문기관 중심으로 하는 교육 제공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금융 관련 문제개입은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금융착취 영역은 금융소비자관련 민간 분야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고령금융소비자 스스로 금융착취에 대해 인식하고 예방하기 위한 교육 및 상담에 적극 참여하여 미래 노후생활 안전감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금융착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한 자신의 통장관리는 스스로 하고 관리가 어려우면 자식이라도 믿지만 말고 본인이 직접 정기적으로 자신의 통장 명세을 살펴봐야 한다. 특히 건강이 나빠지거나 병원 또는 요양원에 입원해야 할 경우 등을 대비하여 각종 대금이 은행에서 자동이체로 결제되도록 설정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은행에 일정 금액(예 100만 원)을 설정하고 설정 금액 이상 인출되면 거래가 정지되거나 사전에 등록된 보호자에게 통보되는 금융권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장수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금융착취’,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금융착취 예방과 사후 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태체계론적 관점에서 법적, 기술적, 금융 복지적 사회문화·심리적 측면의 융합적 마인드와 협력으로 비전과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정운영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참고문헌
• 금융위원회(2020),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
• 보건복지부·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2022), 『2021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 보건복지부·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2022), 『경제적 학대 대응체계 마련모색 발표집』.
• 세계보건기구(WHO), abuse-of-older-people(https://www.who.int/news-room/fact- sheets/detail/ abuse-of-older-people), 2020.
• 정운영(2022), “고령소비자 금융착취 예방과 실행방안”, 『시니어금융소비자보호포럼 발표집』, 16-33.
• 정운영, 김성숙(2023). 고령소비자의 금융착취 방치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적 제언, 금융소비자연구, 13(1), 5-38.
• UK FINANCE(2018). Financial Abuse Code of Practice.
• UN(2022).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Summary of Results-,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Population Division, United Nations New York.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Elder Financial Exploitation: Why it is a concern, what regulators are doing about it, and looking ahead What FINRA Stats Tell Us About Elder Abuse Claims By Joel Everest, 2018.
• Gilbert, A., Stanley, D., Penhale, B., & Gilhooly, M. (2013). Elder financial abuse in England: a policy analysis perspective related to social care and banking. The Journal of Adult Protection, 15(3), 153-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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