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6호 이슈

사회적경제조직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ESG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사회적경제 #ESG #환경 #사회
ESG, 상식이 되다
기업에게 있어 변하지 않던 지상과제는 이익 창출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바뀌고 있다. ‘E, S, G’라는 알파벳 3개가 기업과 공공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매출, 이익과 같은 재무적인 가치 이외에 ESG, 즉 환경과 사회 그리고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및 프로세스인 거버넌스와 같은 비재무적인 가치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과 협력하는 중견, 중소 협력업체는 물론 사회사업을 하는 비영리 단체의 ESG 공부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나아가 ESG를 가르치는 대학도 그 수가 늘고 있고, ESG 관련 공모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ESG라는 단어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상식이 되었다.
ESG 중 가장 오해가 많았던 사회(S)
ESG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뜻하는 영어단어의 앞 글자를 딴 용어이다. 이때 환경(E)에 해당하는 요소는 기후변화, 자원고갈, 물, 공해 등이고, 거버넌스(G) 항목은 뇌물 및 부패, 경영진 보상, 이사회의 다양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 사회(S)는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ESG 경영이 자리를 잡던 초기에는 많은 기업 ESG 경영, 특히 사회(S) 측면의 활동을 강화한다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홍보를 하던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사회(S)라는 단어가 사용되다 보니, ESG 중 S는 ‘사회공헌’이 떠올랐을 테다.
하지만 이는 ESG에 대한 오해로부터 시작되었다. ESG에서 사회(S)는 일반적인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ESG 경영을 추진하는 조직 자체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S(사회)의 요소는 근로자의 인권과 안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이 해당하며 나아가서는 공급망 전체의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라 할 수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에 대한 개념은 계속해서 확장되어 이제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활동도 ESG 경영활동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었다.
"이제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바뀌고 있다.
‘E, S, G’라는 알파벳 3개가
기업과 공공에게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사회적경제를 만나는 ESG 경영
사회적경제 조직은 일반적으로 소셜벤처를 포함하여 (예비)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그리고 자활기업이 해당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의 구성원이 주인이 되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자조적 성격의 집합체로,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기업 육성법(2007년), 협동조합기본법(2012년) 등 관련 법안을 근거로 국가적, 지자체별, 기업 등 많은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ESG 경영이 힘을 얻으며 사회적경제 조직도 중요한 민간과 공공의 파트너로서 함께 참여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ESG 경영이 힘을 얻으며
사회적경제 조직도
중요한 민간과 공공의 파트너로서
함께 참여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GS그룹도 ESG 경영에 속도를 내는 기업 중 한 곳이다. 각 계열사의 최고환경책임자로 구성된 ‘친환경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협의체는 ESG 분과, 환경 분과, 친환경 신사업 분과 등 3개의 분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ESG 분과는 각 사의 ESG 경영과 사회공헌, 동반성장 및 지속가능경영 분야 등에서 계열사 간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정책을 수립, 사회적 책임과 투명경영 달성을 도모하는 목적을 갖는다. 특히 GS그룹은 S 영역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 및 장학 사업으로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소외계층에 도움을 전하며, 예술의 힘으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는 등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GS그룹이 가진 기술력과 인프라를 사용한다는 ESG 방향성을 바탕으로 계열사별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GS리테일의 모습이 눈에 띈다. GS리테일은 ESG 경영 관점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중 하나인 자활조직의 자립 지원에 열심을 갖는 기업 중 하나이다. GS리테일은 ‘GS25 내일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편의점 브랜드인 ‘GS25’라는 명칭에 ‘내일스토어’라는 단어가 추가되어 있는데, 이는 GS리테일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사회공헌형 편의점이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대기업형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도 ‘GS더프레시 내일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스토어 역시 저소득 자활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자활 슈퍼마켓으로 2020년 경기도 일산에 1호점을 시작으로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내일스토어는 ‘내 일(My Job)을 통해 만드는 행복한 내일(Tomorrow)’이라는 의미로 자활사업 참여근로자 대상으로 근로 기회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활사업 대상자들이 용기를 얻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슈퍼마켓의 경우 편의점보다 근무 인원이 많아 더 많은 지역사회 자활사업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일자리 창출 이외에 GS리테일은 자활기업이 운영하는 내일스토어에 보증금, 인테리어비, 발주지원금 등 개설 투자비용을 지원하고 교육을 통해 운영역량을 강화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 결과 ‘GS25 내일스토어’를 통해 편의점에서 해당 사업 운영 경험을 살린 자활사업 참여자 중 일부는 슈퍼마켓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등 자활사업 지원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ESG 경영에 가장 힘을 쏟는 그룹 중 한곳이 SK가 아닐까 싶다. SK주식회사의 경우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 감사위원회, 인사위원회, 거버넌스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ESG 위원회의 경우 ESG 관점의 중, 장기 성장전략과 경영계획을 사전 심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운영의 효율과 효과를 위해 시스템 기반의 운영을 하고 있는데 경제적 가치의 경우 ASK(Analytics SK) 시스템을 활용하여 재무실적, 글로벌 사업정보, 시장정보 등을 관리하고 있으며, 사회적 가치는 SVMS(Social Value Management System)으로 ESG 경영 수준 및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계량화하여 측정 및 관리하고 있다.
SK그룹의 ESG 경영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협업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은 2011년 8월, 법무부와 함께 출소자들의 자활 기회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행복한뉴라이트 재단’을 설립하여, ‘행복한 커피향기’, ‘행복 클리닝센터’ 등의 프로그램으로 출소자의 취업 교육 및 일자리 창출을 돕고 있다. ‘행복한뉴라이프 재단’은 ‘출소자’의 한 번의 범죄가 생활고로 이어지고 다시 재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이 재단은 출소자들의 기술교육이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문 인력에 대한 요구가 높은 ‘세탁, 제과, 바리스타’와 같은 전문교육 및 실제 사업장 운영을 통한 실무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ESG 관점의 사회적경제 협력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잎과
열매보다도 사회적경제 조직과
우리 사회의 뿌리를
단단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중 ‘행복한 커피향기’는 바리스타 전문교육을 받은 출소자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행복 클리닝센터’는 출소자 고용형 세탁공장으로 세탁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K C&C는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천시 취약계층 성장을 지원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기반 창업은 물론, 사회적 약자 고용창출 발굴 및 성장 지원, 사천시 관내 자활기업 활성화를 위한 협력 및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선 회오리 세차사업으로 사천지역자활센터의 세차사업 활성화를 돕고, 세차 전문가 양성을 하고 있다. 또한 SK C&C와 함께 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사천 본사 우주센터 내 주차장을 활용해 고정식 친환경 회오리 세차서비스 공간을 조성하여 자활조직의 지원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한화그룹도 ESG 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다. 한화는 고객, 주주,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및 지역사회와 함께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성장을 추구한다는 지속가능경영 실천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원칙과 제도를 도입하고, ESG 측면에서 건전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중 한화리조트는 강원광역자활센터, 속초반야지역자활센터와 함께 속초 한화리조트에 상생협력관(ESG 상생스토어)을 열고 자활사업 종사자들의 소득 향상과 자활기업의 안정적인 독립을 돕고 있다. 또한 한화디펜스는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와 함께 폐자원을 수집하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리어카(안전 나르미카) 제작 및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도로교통공단도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ESG 항목 중 사회영역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로상의 교통안전을 테마로 저소득층 어르신의 복지를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발굴하여 운영했다.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교통사고 다발지점에 취약계층의 어르신이 ‘교통안전지킴이’로 활동하도록 했고, 코로나19 등을 감안하여 언택트 방식으로 어르신들이 교통방송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ESG와 사회적경제의 접점은 지자체에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광역 및 권역 지자체들은 사회적경제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 중요해진 ESG 화두와 더불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상북도의 경우, 지역 내 사회적경제 기업을 육성하고 사회 전반에 사회적 가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강소형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분야에 ESG 경영철학을 도입했다. 실제 성과창출을 위해 올해는 ‘ESG 청년 일자리’, ‘우수 사회적기업 일자리 창출 사업’, ‘취약계층의 소득보전을 위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 대상과 규모를 명확히 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ESG를 만나 뿌리가 깊어지는 사회적경제
지금까지 정부나 기업은 여러 정책과 프로그램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이 꽃을 피우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일부는 열매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일회성 지원 또는 단기적 관점의 협력은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외부의 지원이 끊기면 사회적경제 조직도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적경제 조직의 외부의존도를 높여 자생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ESG 관점의 사회적경제 협력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잎과 열매보다도 사회적경제 조직과 우리 사회의 뿌리를 단단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ESG 개념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조직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가 된 ESG 경영은, 각 기업과 공공이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지 까지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앞에 예를 든 GS리테일의 ‘내일스토어’처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진정성과 전문성을 갖고 사회적경제 조직과 협력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면 이를 통해 만들어진 튼튼한 뿌리가 기반이 되어 우리가 꿈꾸는 옳은 세상이 조금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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