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의 개관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신상 보호와 재산관리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민법 개정에 따라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제도 시행 후 지난 10년 동안 가정법원의 후견사건 수는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노령인구 증가와 더불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국내 가정법원 중 가장 많은 후견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서울가정법원의 후견사건 접수 건수는 2013년 336건에서 2021년 2,543건으로, 후견감독사건 진행 건수는 2013년 42건에서 2021년 4,195건으로 증가하였다.
한정치산제도 및 금치산제도는 한정치산자와 금치산자의 행위능력을 일률적으로 제한했던 것과 달리,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잔존능력과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주요 이념이다.
성년후견제도의 유형
성년후견제도는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분류된다. 법정후견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졌을 때 가정법원이 법률에 따라 직권으로 후견의 종류, 범위, 그리고 후견인을 정하는 것이고, 그 종류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임의후견제도는 후견계약이라고도 하며, 후견을 받을 사람(실무상 후견개시 되기 이전 후견개시 대상자를 사건본인이라고 하고 후견개시심판 확정 이후에는 피후견인이라고 칭한다.)이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정신적 제약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후견의 범위와 후견인을 정하는 것이다.
1)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사무 처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피성년후견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없고,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취소권과 법정대리권을 갖게 된다. 다만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이 가지는 법정대리권의 범위를 따로 정할 수 있다. 2) 한정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사무 처리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피한정후견인은 행위능력이 제한되고, 한정후견인은 피한정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권, 취소권 및 대리권을 가진다. 3) 특정후견은 일시적이거나 특정한 사무의 후원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특정후견의 심판이 있더라도 피특정후견인의 행위능력은 제한되지 않고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고, 특정후견인은 법원에서 정한 기간 또는 범위 내에서만 대리권을 가진다. 4) 임의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후견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므로 피임의후견인의 행위능력은 제한되지 않고, 임의후견인은 후견계약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대리권을 가진다.
후견개시심판 청구의 절차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후견개시심판의 청구권자이다. 청구권자가 사건본인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후견개시심판청구를 하면 가정법원은 청구권자, 관할, 기본서류, 후견인 결격사유, 후견인 후보자 사전 교육 이수 등을 검토한다. 가정법원은 심판청구서를 검토한 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정명령을 내려 보완하도록 한다. 또한 후견인 후보자의 결격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후견인 후보자의 범죄경력 및 신용 상태를 조회하고 사건본인의 부동산 보유현황에 대하여 사실조회를 한다.
만약 후견개시심판청구 당시 제출한 자료만으로 사건본인의 정신적 제약 유무나 정도가 소명되지 않는 경우에 가정법원은 사건본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촉탁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후견인을 선임하기 위해, 사건본인이 사망할 경우 상속인의 지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순위 추정상속인들에게 의견조회서를 보내거나 가사조사관을 통한 조사를 하거나 심문기일에 소환하여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후견인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에 더하여 후견인 후보자나 가족 분쟁 등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가사조사명령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정법원은 청구인, 사건본인, 후견인 후보자 등을 심문한 후 후견개시심판을 하게 된다.
민법은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기 위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체적 사안들을 정하고 있는데, 그 밖에도 가정법원은 민법 제938조 제2항에 따라 후견인이 가지는 법정대리권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특히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대리행위에 관하여 후견인이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후견개시 심판문에 후견인의 대리권의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기재하기도 한다. 실무적으로 법원은 사건본인 명의로 금전을 빌리는 행위, 의무만을 부담하는 행위, 부동산의 처분 또는 담보제공 행위, 상속포기 또는 상속재산분할협의, 소송행위 및 변호사 선임행위 등에 관하여서는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후견인의 대리권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후견인의 권한 범위는 후견의 유형과 각 사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후견인은 후견사무를 수행할 때 후견개시 심판문의 해당 내용을 잘 확인하여야 한다.
후견인 선임
가정법원이 후견개시 심판을 하고 후견인을 선임할 때는 피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하고, 그 밖에 피후견인의 건강, 생활 관계, 재산 상황, 후견인 후보자의 직업과 경험, 피후견인과의 이해관계 유무 등의 사정을 고려한다. 통상 피후견인의 선순위 추정상속인들이 후견개시 여부와 친족 중에서 누가 후견인이 될지에 대하여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는, 후견인 후보자가 결격사유가 없고 후견사무 수행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가정법원은 친족을 후견인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피후견인의 선순위 추정상속인들이 이해관계가 대립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라면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중립적인 지위에서 적정하고 객관적으로 후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한다. 전문가 후견인의 직업은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세무사, 회계사 등이 있고 자연인 후견인이 담당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법인 후견인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다.
후견감독실무 현황
민법은 감독기관으로 후견감독인과 가정법원을 정하고 있으나, 후견감독인은 임의 기관이고 실무상 선임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후견사건에서 가정법원이 감독 기능을 전적으로 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후견은 피후견인이 사망하거나 피후견인이 의사능력을 회복하여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의 원인이 소멸한 경우 그리고 특정후견의 경우 특정후견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만 종료된다. 가정법원은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되면 직권으로 후견감독사건을 개시하여 후견이 종료될 때까지 후견인이 후견사무를 적절하게 수행하는지 조사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후견인의 후견활동을 감독한다. 그렇기에 가정법원의 후견감독 사건과 후견감독 부수사건들(후견인 변경, 사임, 보수 수여, 후견인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처분명령, 피후견인의 격리에 대한 허가, 피후견인이 거주하는 부동산에 대한 매도 허가 등의 청구 사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가정법원은 후견개시심판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할 때 후견인의 대리권 및 동의권의 범위를 정하고, 후견인의 의무로 재산목록과 후견사무보고서 제출 기한과 방식도 함께 결정한다. 후견인은 대리권 범위 내에서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고, 법률에 따라 제한되는 사항과 심판문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기재된 사항은 법원에 허가 청구를 받아 피후견인을 대리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후견인이 제출한 재산목록과 후견사무보고서를 통해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수입 및 지출의 내역은 적절한지, 후견인의 횡령은 없는지 등을 검토한다. 그리고 신상 보호에 관하여서는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거주 상황, 건강 상태를 잘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방치나 학대 정황은 없는지 등을 검토한다. 가정법원은 위 내용을 검토한 후 부족한 부분의 보완을 명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보고하지 않는 후견인에 대해서는 심문기일을 지정하여 후속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후견인의 후견사무를 감독한다.
성년후견제도의 개선 과제
자기 결정권 존중, 잔존능력 활용, 정상화 등의 성년후견제도의 이념은 가정법원이 적절한 후견인을 선임하고,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의사를 고려하여 후견사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후견감독재판부의 충실한 후견감독이 이루어질 때 실현될 수 있다. 가정법원이 누적된 후견감독사건을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내실 있는 후견감독을 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인력 증가와 전문성 확보가 절실하다.
현재 가정법원은 급증한 사건 수에 비하여 인력이 부족하여 후견개시심판 결정 및 확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 사건본인의 친족이 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게 되는 경우는 사건본인의 친족이 사건본인의 부동산 처분, 예금 인출, 보험금 수령 등을 하려고 하거나 사건본인의 인감증명서를 발급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사건본인이 정신적 제약으로 인하여 스스로 재산을 낭비하거나 관리하지 못해 관계인으로부터 재산을 탈취당하여 재산 보호가 필요한 경우와 사건본인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 방법에 관하여 친족들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법원의 후견개시심판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만 후견인이 적시에 사무처리를 함으로써 피후견인의 재산과 신상을 보호할 수 있기에, 다툼이 없는 사건에서 심문기일을 생략하거나 정당한 항고 이유가 없음에도 확정을 지연시키기 위해 항고한 사건을 선별하여 빠르게 판단하는 등 후견개시 심판의 확정이 지연되지 않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편, 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후 청구인이 원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심판이 내려지면, 해당 심판의 확정 전에 청구인이 청구를 취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청구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청구 취하를 제한할 방법이 없어, 사건본인에게 후견인이 필요함에도 후견개시심판과 그 심리 전체가 무력화되어 사건본인의 권리보호에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법원이 중립성을 가진 전문가 후견인을 선임하는 결정을 하자, 청구인이 청구를 취하하여 사건본인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사건본인의 재산이 일탈된 사례가 많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법원이 청구 취하의 경위를 파악하여 취하를 허가하는 경우에만 그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방안 등 청구인의 부당한 청구 취하를 제한하기 위한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피후견인을 위한 후견제도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한 신상 보호와 재산관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정법원의 적절한 후견 감독이 필요하다. 후견인과 감독기관이 원활한 소통을 통하여 후견인이 적시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후견인이 임무 수행에 필요한 허가를 청구할 때 가정법원의 판단이 늦어져 후견인이 중요한 후견사무를 즉각 처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 또한 급증하는 후견개시사건 및 누적되는 후견 감독 사건에 비해 후견 감독 담당 인력이 부족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후견 감독 담당 인력 확충과 더불어 후견 감독 재판부를 증설하거나 후견 감독 전담 재판부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후견 사건 담당 법관, 조사관, 직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상당 기간 이상 근무가 보장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기관, 관공서 등 관계기관의 성년후견제도 및 감독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후견사무 처리 과정에서 금융기관마다 후견인의 업무처리를 위해 다른 서류를 요구하거나 일관성 없는 업무처리가 잦아 후견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원이 금융기관, 관공서 담당자들을 상대로 하는 후견제도에 관한 교육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주기적인 간담회, 통일된 매뉴얼 배포 등을 통해 후견인이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후견 사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송인규
법무법인 정원 대표변호사
참고문헌
• 김성우, 2016, 성년후견제도의 현황과 과제(서울가정법원 2016년 후견사건 실무 워크숍 자료).
• 법원행정처, 2021, 가정법원의 후견감독 시행방안에 관한 연구 .
• 사법정책연구원, 2017, 성년후견제도의 운영에 관한 연구.
• 서울가정법원, 2022, 제1회 한국후견대회 자료.
• 서울가정법원, 2018, 후견감독 실무편람.
• 장진영, 2022, 가정법원의 후견제도 운영현황(전문직 성년후견인 양성교육 자료집).
• 전현덕, 2022, 성년후견과 후견감독(서울지방변호사회 제8차 변호사 의무연수 자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