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1호 이슈

세대 간 상생을 위한 해외 일자리 정책 동향 : 독일을 중심으로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세대간일자리대체론 #상생형고용구조
독일의 세대 간 고용률·실업률의 유사 행보
고령자의 일자리는 청년의 일자리와 대체관계에 있는가 아니면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가. 정년이 65세로 연장되어 고령자가 일자리에 오래 머물게 되면 이에 상응하여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이 고령자부터 승계할 일자리의 숫자가 줄어 청년실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단지 한국이 안고 있는 고민만이 아니다. 해외의 여러 국가들도 같은 고민을 해왔다. 독일도 1990년대 이후 정년 연장이 제안될 때마다 세대 간 일자리대체론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06년 독일은 고령 고용에서 유럽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2007년 정년을 67세로 연장한 후 2012년 실질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했다. 동시에 독일에 청년고용률 또한 유럽연합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22년 독일의 55~64세 고용률은 73%에 도달했다. 유럽연합의 동일 연령층 고용률은 평균 62%였다. 유럽에서 에스토니아(74%)와 스웨덴(77%)만 독일보다 더 높은 고용률을 기록했다. 그 사이 15~24세 독일 청년들의 고용률(47%)도 유럽에서 스위스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55~64세 고령자의 숫자는 2019년 1,216.4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고령자 실업률은 2007년 10.34%, 2008년 8.45%, 2009년 7.97%, 2011년 6.42%, 2012년 5.85%로 떨어졌다. 그리고 2019년에는 2.7%로 낮아졌다. 15~25세 미만 청년 인구는 2019년 840.9만 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청년실업률은 2005년 약 75만 명, 15.16%까지 상승한 후 이후 빠르게 줄었다. 2019년 독일에서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청년층의 실업률은 2차대전 이후 어느 때 보다 적었다. 2023년과 2024년 15~24세 고용률은 50.85%, 51.18% 실업률은 11.2%, 11.5%이다. 55~64세의 경우 고용률이 74.5%, 75.2%, 실업률은 4.7%, 4.6%이다. 독일의 고령층과 청년층은 고용률에서 동반 상승을 실업률은 동반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세대 간 일자리 대체
1990년대 기대 수명의 증가와 70년대 이후 지속된 저출산이 독일 연금제도의 재정적 생존 가능성을 위협함에 따라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1996년 독일은 통일 이후 늘어난 연금수급자의 숫자로 연금재정이 압박을 받고, 세대 간 계약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유럽통합 과정에 돌봐야 하는 재정건전성 압력에 직면했다. 2001년과 2004년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공적 연금에 대한 노령 의존성을 줄이고 사적연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2007년 연금보험 기여자의 숫자를 늘리고 수급자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으로 67세 정년연장이 단행되었다. 연금수령 연령은 2012년부터 시작하여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7세로 상향 조정된다.
이와 관련되어 필요한 연구도 수행되었다. Sackmann(1997)은 세대 간 일자리 대체론을 가설로 고령 근로자의 정년이 앞당겨져 고령 경제활동인구가 적어지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있는 청년실업이 줄어드는지 실증분석을 했다. 1978~1990년 IAB 피고용자샘플자료(IAB-Beschaftigtenstichprobe)가 연구대상이었다. 분석에 사용된 모형은 ‘Piecewise constant exponential model’로 종속 변수는 ‘경력 시작자의 노동시장위험’이다. 주요 독립변수로는 특정 연도의 특정 직업에서 연도별 평균 퇴직 시기를 선택했다. 추정의 결과 퇴직이 늦어져 평균 근로연수가 1년 연장되면 젊은 숙련인력의 실업위험이 2% 감소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이는 오차허용범위 10%에서 유의성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퇴직과 낮은 청년실업의 관계는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Sackmann(1997)은 고령자와 청년층의 일자리 대체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2006년 이후, 전체 취업률과 동반하여 여성취업률, 청년 및 고령자 취업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낮아졌다. 실업률이 10%를 상회하던 2003~2006년 사이 제기되었던 세대 간 일자리 갈등론은 2006년 이후 실업률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독일 노동시장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정년연장의 실질적인 효력이 발휘되기 시작한 2014년 Eichhorst et al.(2014)는 고령자의 정년이 연장되어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지면 청년실업률이 증가한다는 가설로 유럽연합 국가들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는 고령자의 높은 고용률이 청년실업률을 높여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세대 간 일자리 대체이론을 확인해 주지 못했다. 이와 반대로 <그림>과 같이 청년층과 고령층의 실업률과 고용률이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고령고용증가 청년실업감소
젊은이들을 실업으로 몰아넣지 않고 고령자들이 고용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Christl, Kucsera and Lorenz (2015)는 1960~2013년 유럽연합 20개 회원국의 OECD 연간 데이터로 패널자료를 회귀분석을 하였다. 모형의 주요 변수는 고령자의 취업률로 청년층의 취업률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다. 분석의 결과, 고령층의 취업률이 1% 포인트 높아지면 오히려 청년층의 실업률은 1.5%p 감소했다. 또 실질 국내총생산과 경제성장율이 높아지면 5% 오차허용범위에서 유의하게 청년실업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고령층의 고용증가가 청년층의 실업을 오히려 감소시킨 원인은 고령자의 고용률이 높을수록 이들의 구매력이 높아져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여기에서 파생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되었다. 독일의 경우 2006년 이후 경기가 상승하여 전체적으로 노동수요가 증가하고 고령층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내수가 증가, 다시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에서 고령층의 고용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일자리 대체가 아니라 세대 간 정의를 위한 기업차원 세미나
독일에서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와 정책은 어떤 것이 시도되었는가? 통일 이후 독일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6년 고령자 파트타임제라는 부분퇴직제도를 도입하여 노동시장에서 고령 노동자의 노동공급을 줄이고자 했다. 1996년 도입된 고령자 파트타임제는 고령자가 파트타임으로 부분퇴직을 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 그 자리를 실업자나 훈련을 막 종료한 청년, 소기업의 경우 훈련생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권장한다. 연방고용청은 이 경우 최대 6년 동안 사용자에게 고용보조금을 제공했다. 1999년 고령자 파트타임제를 사용하던 근로자 12만 8천 명이 부분퇴직을 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고 2만 5천 일자리가 연방고용청의 일자리 대체지원을 받아 실업자와 청소년이 신규 고용되었다. 2007년 53만 8천 명이 부분퇴직을 하고 10만 5천 자리가 연방고용청의 일자리 대체지원을 받아 실업자 또는 청소년으로 채워졌다. 일자리 대체에 소요된 예산은 고령자 파트타임 일자리 1개당 1999년 4,400유로였다. 2007년에는 이 액수가 13,333유로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다시 채워지는 대체 비율은 2000년 43.2%에서 2007년에는 34.2%로 감소되었다. 비용은 높아지고 일자리 대체율은 낮아졌다.
고령자 파트타임제의 문제점도 지적되기 시작했다. 기업이 고령자 파트타임제로 확보한 연방고용청의 지원금을 고령자의 고용을 계승하기보다 어차피 고용이 필요한 신규인력의 채용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연방고용청에서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고용이 발생했을 신규채용에 연방고용청이 지원을 하는 꼴이 되었다. 고령자 파트타임제는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보다는 주요하게 기업이 노동시장의 잉여인력을 조기정년퇴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지원했다. 2009년 정부는 이 제도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세대 간 정의는 세대 간의 물질적 자원, 삶의 기회 및 삶의 질에서 분배의 공정성을 의미한다. 구직활동에서의 고령자 차별 및 청년실업 문제도 세대 간 정의에 주요한 이슈가 된다. 지난 2007년 독일 노총의 협력 연구장학기관인 한스뵈클러재단(Hans-Boeckler-Stiftung)은 기업의 세대 간 정의와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 내 세대정책과 세대정의(Generationenpolitik und Generationengerechtigkeit im Betrieb)’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직장평의회와 인사담당부서가 세대 간 정의를 판단하는 데 적용할 세대 간 정의 평가기준을 개발했다(Strauss, Lichte and Monnighoff, 2007). 2009년 도르트문트사회연구센터(Dortmund Social Research Center)는 ‘기업에서 세대정책과 세대 간 정의’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세대 간 정의를 구현하는데 사업장 평의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사업장 내의 세대 간 정의를 위해 재직자훈련 프로그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Strauss and Lichte, 2009). 사업장 내 세대 간 정의는 세대 간의 ‘기브 앤 테이크’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성세대는 경험적 지식을 전수하고, 젊은 세대는 최신 기술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상호협력의 기초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이끌고 젊은 세대는 유연하게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협력관계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세대 간 정의의 범주에는 임금-성과 비율, 근무조건, 승진기회 등에도 적용된다. 독일 기업에서 세대 간 정의란 청년층과 고령층이 함께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와 책임을 분배하고, 세대 간 협력과 상생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문화를 의미한다. 기업 내에서 청년과 고령자가 모두 직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규칙을 마련하고 단순히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촉진하여 조직 전체의 역량을 강화 하여 세대를 초월한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일에서는 이를 위한 다양한 기업 차원의 세미나가 민간과 공공의 주도로 광범하게 확산되어 있다.
독일은 기업 차원에서 세대 간 상생을 촉진하기 위해 고령자 파트타임제와 세대 간 정의 구축을 위한 사내 세미나를 운영했다. 그러나 고령자 파트타임제는 청년층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기술과 업무 혁신을 반영해 함께 창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면서 실패로 이어졌다. 반면, 세대 간 정의를 기반으로 한 협력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며 상생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층과 고령층을 하나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세대가 협력한다면 상생의 기반을 확장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해 서로 윈윈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 Christl, M., Kucsera, D., and Lorenz, H. (2015). Jung, älter, arbeitslos? Wie Ältere länger in Beschäftigung gehalten werden können, ohne die Jungen in die Arbeitslosigkeit zu treiben, Studie, 2, Agenda Austria, Vereinigung für wissenschaftlichen Dialog und gesellschaftliche Erneuerung, https://www.agenda-austria.at/publikationen/jung-aelter-arbeitslos/.
• Eichhorst, W., Boeri, T., De Coen, A., Galasso, V., Kendzia, M.J. and Steiber, N. (2014). How to Combine the Entry of Young People in the Labour Market with the Retention of Older Workers?, IZA Journal of European Labor Studies, 3(19). •Sackmann, R. (1997). Der Einfluß von Verrentungsprozessen und Mobilitätsprozessen auf die Arbeitsmarktrisiken von Berufseinsteigern, Mitteilungen aus der Arbeitsmarkt- und Berufsforschung, 3, 675-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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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auss, J., Lichte, R., Tech, D. and Mönnighoff, L. (2007). Jung und Alt im Betrieb gerecht werden. Einführung - Pressedebatten - Praxis-Hinweise – Glossar, https://www.boeckler.de/pdf_fof/96489.pdf.
• Statistisches Bundesamt(Destatis). (2021). Bevölkerung, Erwerbstätige, Erwerbslose, Erwerbspersonen, Nichterwerbspersonen: Deutschland, Jahre. (bis 2019). Altersgruppen, https://www-genesis.destatis.de/genesis/online?operation=previous&levelindex=1&step=1&titel=Ergebnis&levelid=1631352876800&acceptscookies=false#abreadcrumb
• Wanger S. (2009). Altersteilzeit: Beliebt, aber nicht zukunftsgerecht. IAB Kurzbericht 8. IAB, Nuremberg.
• Hellwagner, T. and Weber, E. (2024). Zoomer versus Boomer: Der vermeintliche Generationenkonflikt am Arbeitsmarkt. In: A. Thoms, S. Dettmers, G. Wilke, F. Kienbaum, M. Oehl & H. Schwiezer(Hrsg.). (2024). Zukunft im Widerspruch. Wie Deutschland sich jetzt neu erfinden muss, p. 183-189.
• 정미경. (2021). 독일의 세대 간 일자리 관계 및 정책, 지은정 외 『세대 간 일자리 대체관계 및 상생을 위한 정책방향』, 기본연구 2021 05, 한국고용정보원, 103-156
• 정미경. (2023). 독일의 고령자 고용정책과 채취업지원서비스, 지은정 외 『재취업지원서비스의 실태와 개선방향』, 기본사업 2023-070, 한국고용정보원, 205-294.
• 정미경 · 안세화. (2023). 독일의 노동시장 취약계층(청년과 고령자)의 세대 간 일자리 연대. 경상논총, 41(1), 8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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