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8호 이슈

한국 노동이민정책 쟁점과 과제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이민정책 #지방소멸 #이민자유입정책
고령화와 외국인력 수요
최근 들어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인구구조나 출산율 추이를 볼 때 이민자 유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데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함정에 빠져 있다.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고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그 효과는 한참 뒤의 일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이민자 유입 확대는 인구나 생산, 소비 등에서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이다. 이러한 논의는 주로 생산 활동을 고려한 이민자 유입 및 활용정책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취업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력이란 한국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외국인 취업자를 의미한다. 국내 체류외국인의 취업활동을 체류자격으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거주비자, 재외동포와 같은 정주형 이민자로 이들의 대부분은 취업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둘째, 취업과 연계되는 체류자격자로 여기에는 유학, 기술연수, 일반연수, 주재, 구직비자 등이 있다. 가령, 유학생의 경우 주당 30시간 일을 할 수 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은 국내에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다. 셋째, 취업비자로 여기에는 전문인력 비자(E-1∼E-7), 계절근로(E-8),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비자(H-2), 선원취업(E-10), 지역특화비자(F2-R) 등이 있다. 이 외에 불법취업자가 있는데 이들의 유입경로는 다양하다. 법무부 출입국통계는 체류기간 초과자를 불법체류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들의 상당수는 취업활동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불법취업자에는 체류기간 초과자뿐만 아니라 단기 체류자로 입국하여 체류기간을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불법으로 취업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체류자도 있다. 이 중 취업활동 체류자격은 정부가 필요한 외국인 노동력의 활용분야 및 도입규모에 대한 정책개입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구 고령화와 관련하여 노동이민정책이 갖는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노인돌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돌봄분야 외국인 노동력의 확보 문제이다. 정부는 2024년 시범사업을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제도를 도입하였고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요양보호사 제도도 마련하였다. 향후 요양병원, 요양원, 재가돌봄, 지역사회 돌봄 체계 등 돌봄 생태계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와 더불어 돌봄분야의 외국인 노동력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전망이다.
둘째, 인구변동에 따른 내국인 신규노동공급의 감소, 베이버 부머들의 노동시장 퇴장에 따른 생산현장에서의 인력부족 현상은 단순인력뿐만 아니라 숙련인력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과정의 변화에 기인한 숙련수요의 변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지만 중고령 숙련인력의 고령화 및 퇴장에 따른 숙련수요 부족 문제를 위해서는 외국인 숙련인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일본의 특정기능 외국인력제도의 도입이나 대만의 중숙련 외국인력 제도의 도입은 이러한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숙련인력 수급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외국인력 유입의 영향과 관련하여 쟁점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내국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문제는 실증적인 분석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노동시장 보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쟁점 중의 하나는 산업안전, 노동강도, 작업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외국인 노동력과 고령인구들의 협업, 직무배치 및 조정을 통해 고령인구의 노동력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고령사회 해법으로 이민정책이 유효한가?
앞에서 고령화에 따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이민자 유입 및 활용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여기서 기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이민정책은 고령화를 낮출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해법은 긍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민자유입을 통해 고령화율을 낮출 수 있다는 논의도 있는데 어느 정도는 가능할 수 있겠으나 이민자도 고령화된다는 점, 그리고 고령자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젊은 이민자들의 유입을 대폭 확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고령화현상을 이민정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는 외국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이민자유입이 많은 선발이민국가들에서도 65세 인구 비중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고령화 문제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보다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구규모가 적은 지역일수록 고령화율이 높다. 지역별 고용조사를 통해 본 인구규모별 연령구조를 보면 생산가능인구 10만 명 이하의 지역의 경우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생산가능인구 5만 명 미만 지역은 전체 생산가능인구 중 55세 이상 인구 비중이 61.3%이며, 65세 이상 인구는 38.7%이다. 생산가능인구 5∼10만 명 이하 지역은 55세 이상 인구 비중이 51.1%이고 65세 이상 인구는 30.8%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우리가 잘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이 중 하나가 일자리 기회와 일자리의 격차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 간 임금격차가 크며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임금격차는 지역 간 이동에 따른 거래비용이 낮은 청년층 인구 유출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기초지역의 높은 고령자 비중은 비수도권 기초지역의 고령자의 안전망 문제, 그리고 소비지출의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선주민의 인구유출 및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이민자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으나 이민자도 선주민과 유사한 지리적 분포의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민자 인구의 지역별 분포는 선주민과 비교 시 어떠한가? <표 2>는 이민자 인구의 지역별 분포를 2010년과 2021년 두 시점을 대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표에서 보듯이 정주형 이민자가 전체 이민자 집단보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10만 명 미만인 지역에서는 오히려 정주형 이민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초시군구 지역의 인구유출 현상이 정주형 이민자에게도 투영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정주형 이민자를 좀 더 세분하여 살펴보면 유형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2021년 기준 정주형 이민자의 70.6%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재외동포는 78.2%, 국적취득자는 63.0%, 장기체류자(F2+F5)의 77.1%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정주형 이민자의 수도권 거주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노동이민정책 과제
이민정책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한번 선택한 정책결과는 돌이키기가 어렵고 그 영향이 중장기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이민자유입 및 활용정책은 중장기적 영향을 고려한 선제적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이민정책이 담아야 할 주제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민자 유입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업구조변화나 기술혁신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이민자 수요와 중장기 수요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단기, 중장기적인 이민자 수요를 고려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민자 유입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주자격 요건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순환형 이민자 유입정책과 정주형 이민정책이라는 틀을 견지하며 정주형 이민자에 대한 선발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외국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초기에는 노동이민을 통해 유입되는 인력이 다수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체류자격이 변경되고 이에 따른 가족결합을 통해 유입되는 이민자 규모가 더 많아지게 된다. 이미 우리 사회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족결합을 통해 정주하는 이민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사회통합 정책과 관련하여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기존의 우리나라 이민정책은 주로 유입정책에 초점이 맞춰졌고 사회통합 정책도 한국사회 적응지원이라는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민자들은 선주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 지위가 열악하기 때문에 이들의 사회통합을 위한 제도의 정비 및 재정투입은 불가피하다. 이민자 통합정책을 모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경제·사회·문화적 기여도, 한국 사회 정착 및 기여 의지, 한국사회 구성원과의 밀접 접촉도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합 정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층 유출문제, 지방소멸 문제는 한국사회가 갖는 양극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격차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이중구조의 아랫부분을 중심으로 이민자 수요가 증가하여 왔으며 상당수 이민자들이 격차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인구유출 문제가 이민자들에게도 투영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민자 유입이 국민경제와 지역사회의 생산과 소비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정책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 이민정책의 성공은 한국사회의 저출산 고령화를 야기하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에 달려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이규용 외(2023). 한국의 지역고용전략 : 도전과 과제, 한국노동연구원.
• 이규용 외(2024). 인구변동과 노동이민정책, 한국노동연구원.
• 이규용 외(2024).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이민정책연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이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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