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2호 권두언

100세 장수 시대, 노년기 디지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한정란 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디지털금융교육 #금융문해능력 #디지털금융환경
우리는 지금 웬만하면 누구나 60세나 80세가 아니라 100세를 바라볼 수 있는 100세 장수 시대에 살고 있다. 100세 시대의 도래는 인생의 1/3 동안 학습하고 1/3 동안 일하며 나머지 1/3 동안 여가를 누리던 과거 생애 분절적이었던 라이프스타일의 종식을 의미한다. 더 이상 30년 정도의 학습이나 준비만으로 남은 70년의 삶에 대처할 수도 없고, 30년 정도 일하고 저축한 것을 가지고 남은 40년을 살아낼 수도 없다. 바야흐로 전 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배우고 지속적으로 일하며 동시에 틈틈이 여가를 즐겨야 하는 이른바 생애 통합적인 삶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이 길어진 것에 비례하여 삶의 구조나 구체적인 내용 자체도 더 복잡하게 변하였다. 노년기는 노화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변화에 대한 적응뿐 아니라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 변화에 따른 지식정보 및 기술의 혁신에도 적응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시기이다. 특히 과거와 비교하여 오늘날 100세 장수 시대의 노인들에게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노년의 과업들이 요구된다. 더 오래 살아가야 하므로 더욱 철저히 건강을 관리해야 하고, 더 오래 생존해 있는 자기 부모와 아직 독립하지 않은 자녀들에 대한 부양 부담도 더 오랫동안 져야 하며, 가속화되는 사회변화와 기술혁신에 적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역량이라 할 수 있는 ‘문해(literacy)’의 개념 역시 과거에는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문자 외에 다양한 소통의 수단들이 생겨나면서, 오늘날은 ‘문자적 문해’를 넘어 ‘디지털 문해’, ‘정보 문해’, ‘미디어 문해’ 등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다양한 능력으로서의 문해로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특히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금융 문해(financial literacy)’이다.
금융 문해란 금융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서 올바른 금융 지식, 금융 태도, 금융 행위를 갖춤으로써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금융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의미한다. 현 노인 세대는 무조건 안 쓰고 저축하는 것이 올바른 금융 생활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농작물이나 가축 등의 ‘물품화폐 시대’와 금, 은, 동 등의 ‘금속화폐 시대’를 지나 은행권이나 주화 등의 ‘명목화폐 시대’에서 성장하고 생활했던 현 노인 세대는 근검절약과 저축을 통하여 실물 화폐의 가치를 보존하거나 증대시켜 나가는 금융 생활방식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전자화폐 시대 및 디지털 금융 시대의 개막과 함께 새로운 금융 문해인 ‘디지털 금융 문해’가 중요해졌다.
전자화폐시대의 합리적이고 슬기로운 금융 생활을 위해서는 과거 명목화폐 시대의 논리가 아닌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는 디지털 금융 문해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디지털 문해에 취약한 노인 세대의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 금융에서의 격차로까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노년층에 대한 디지털 문해교육과 더불어 디지털 금융 문해교육은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퇴직으로 소득 자체가 감소하고 급여소득보다는 연금소득 및 자산소득에 주로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노년층에게 있어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금융 생활은 더욱 중요하다.
노인에 대한 디지털 금융 문해교육은 단순히 스마트뱅킹 교육이나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교육에 그쳐서는 안 되며, 디지털 금융 시대의 기본적 가치와 논리, 디지털 금융에 필요한 태도, 기술, 지식 등을 포괄해야 한다. 노인 디지털 금융 교육은 새로운 디지털 금융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기술, 기능은 물론이고, 디지털 금융이 사회와 노년기 삶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금융생활 실천에 필요한 올바른 태도 및 가치관, 그리고 디지털 금융 활동에 필요한 기본예절과 매너에 관한 교육까지 훨씬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세대 간 디지털 금융 격차를 해소하고 노년의 합리적인 디지털 금융 생활을 위해서는 노인들 스스로의 디지털 금융 문해력을 제고하는 것 외에도 외부 환경 및 기술, 제도 등의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금융환경을 보다 고령 친화적으로 개선하여 노인들이 더 쉽게 디지털 금융에 접근하고 디지털 금융방식을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금융 기기 등의 하드웨어나 스마트뱅킹의 구성이나 관련 앱의 메뉴 구성 및 조작 방식 같은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균형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들도 디지털 금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기기나 데이터 요금 등에 대한 지원이나 공공 와이파이 등의 통신환경 개선 등의 사회적 지원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노년기 디지털 금융교육 및 고령 친화적인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으로 노인과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100세 장수 시대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한정란
한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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