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1호 권두언

공존하는 세대,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를 위하여

이인재 한신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 교수
#지속가능노인일자리 #세대상생플랫폼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1,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가 시작되면서 노년기 사회경제활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세대 간 공존, 상생을 실현하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라는 도전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노인일자리 정책은 노후 소득 보장과 사회적 관계망 유지라는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왔다. 한편 고령화의 속도와 노동시장 구조 변화는 우리 사회에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존의 노인일자리만으로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미래 노동시장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세대 간 이해와 협력이 전제될 때 비로소 노인일자리의 의미와 가치가 더욱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은 이미 사회 곳곳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청년 세대는 고용불안과 경쟁 심화로 인해 불안함을 표출하고 있고, 노년 세대는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경제적,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심화되고 세대 간 갈등은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세대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원의 부족보다는 상호 이해와 협력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노인일자리는 세대 간 상생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노인일자리는 세대 간 지식과 경험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장(場)으로 의미가 있다. 노인의 풍부한 경험과 축적된 전문성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필요한 자원이다. 청년 세대가 가진 디지털 역량과 창의성은 또 다른 방향에서 사회 혁신을 이끌 수 있다. 이 두 세대가 경쟁이 아닌 ‘협력’, ‘공생’의 구조로 연결될 때 세대 간 상생의 기반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면 상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회경제적 변화의 큰 흐름인 디지털 전환, AI 전환 속에서 노인일자리는 세대 균형을 재설계하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노인 세대에게는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고, 청년 세대에게는 사회적 돌봄과 공동체 지원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격차 해소와 지역 기반의 복지서비스는 세대 간 협력이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노인일자리는 디지털 교육, 지역사회 문제해결, 돌봄과 일상생활 서비스 분야 등에서 ‘세대 연대 기반의 공동참여 구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대 간 상생은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구조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통합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노인복지 확대 차원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적 전략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노인일자리가 세대 간 상생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방향에 대한 고민이 몇 가지 필요하다. 먼저 세대 간 ‘이해’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노인일자리의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대 간 강점과 필요를 반영한 일자리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지역 단위에서도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의 멘토-멘티의 개념에서 벗어나 파트너십을 지향하고 연령이 아닌 역량을 기준으로 일의 역할이 배분될 때 비로소 노인일자리를 통한 세대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연령이 아닌 역량에 따른 일자리 연계를 통해 노인일자리가 청년일자리를 빼앗거나 침해한다는 갈등 구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세대 간 연대와 협력’에서 시작된다.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노인일자리는 노인복지 정책 영역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호를 통해 세대 간 상생의 가치가 노인일자리의 설계와 실행 과정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실천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논의들이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함께 성장하고, 함께 책임지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인재
한신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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