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7호 권두언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법 제정 시급성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사회활동 #노인일자리 #노후소득보장
복지국가의 기본임무 중의 하나는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서 OECD 평균의 2.8배 수준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OECD국가 중 가장 높다는 것은 국격의 문제이고, 학계 및 정치권에서 다양한 정책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후소득보장 방안에 대하여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시장소득, 사적이전, 공적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제도, 노인일자리 외에는 뚜렷한 수단이 없다. 이 중에서 사적이전소득과 시장소득은 국가의 영역 밖이므로 국가는 기초보장제도, 국민연금,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등으로 노후소득보장을 하여야 한다.
기초보장제도의 경우 빈곤층에 속하는 노인에 대한 최저생활보장이라는 역할을 일정정도 수행하여 왔지만, 급여수준이 중위소득의 30%에 불과하여 급여를 받을지라도 국제적인 빈곤선인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기초보장제도의 급여수준 인상과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충적 소득보장제(GIS) 도입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재정의 제약이라는 문제에 봉착하여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부과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개선이 될지라도 현재의 노인들의 소득보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현재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수단은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사업(이하 ‘노인일자리’)이다. 신(新) 정부에서는 기초연금을 약 10만원 인상하여 1인당 월 4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당장의 노후빈곤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노인일자리도 새로운 정부에서 확충할 계획임을 인수위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이는 노인일자리의 효과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의 효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지표인 고용률, 실업률, 빈곤율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노인일자리사업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실업률은 약 3%p 증가하고, 고용률은 약 2%p 감소한다. 노인일자리의 영향도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수치이다. 또한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경우 참여 전 대비 빈곤율이 10.2%p 감소한다.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노인일자리는 전국민의 건강보험료를 낮추고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 한다. 노인일자리 참여자의 경우 동일 연령, 동일 건강상태의 비 참여 노인에 비하여 1인당 의료비를 연간 약 85만원 적게 쓰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이석원 등). 2020년 84.5만 명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연간 의료비 절감액은 약 7,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동 사업은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 숙련된 노인을 시니어인턴십으로 채용할 경우 연간 약 24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생산성을 제고시킨다. 이러한 거기시적인 측면의 효과 외에도 노인일자리는 참여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우울감을 줄이는 등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의 필요성 및 효과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노인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빈곤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20%를 초과하여 1,000만 명을 넘을 것이다. 노년 부양비는 2019년 20.4명에서 2040년 60.1명으로 증가한다. 전체 인구의 약 15%에 이르고 있는 베이비부머(55~63년생)들이 2020년부터 노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이전세대보다 학력 및 건강 수준이 높고, 다양한 일자리에 대한 욕구를 지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019년 기준 55~79세 연령층의 경우 장래 근로 희망 비율이 약 65% 수준이고(통계청), 노인일자리를 희망하는 노인비율은 22.4%인 것(보건사회연구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노인빈곤율은 기초연금 상향지급 등에 따라 감소하겠지만 향후 5년 동안은 30% 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노인들에게 욕구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여야 한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일자리는 시장에서 창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성장에 따른 일자리 수,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2030년대 초반까지는 시장에서의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자리 부족 시대에는 부득이 공공이 ‘착한 사용자’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공공이 적정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노인일자리에 대한 법적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취약하다는 표현보다는 ‘없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노인복지법 제2조 기본 이념에 의거 ‘노인은 그 능력에 따라 적당한 일에 종사하고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 할 노인일자리사업의 추진근거는 미흡하여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의 부담이 가중되고, 정부부처 및 타 공공기관의 협조가 미흡한 실정이다. 예컨대, 500명 이상 노인만을 고용한 일자리 수행기관도 어린이 집을 두어야 하고, 일자리 참여자 선정 등의 업무에 관련 D/B 활용 등이 제한되고 있다. 그리고 2005년 설립되어 노인일자리 개발, 모니터링, 평가 및 관련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어느 법에도 기관 명칭이 등재되지 않은 ‘호적 없는 기관’이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2022년 현재 84.5만개 노인일자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고, 환경변화를 감안한 새로운 혁신적 일자리 개발 및 수행에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노인일자리가 건강한 노인에 대한 노후소득보장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법적 기반 위에서 여러 가지 측면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법적 토대 마련은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번 『고령사회의 삶과 일』의 기획주제를 ‘노인일자리의 지속 가능성과 입법적 과제’로 선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인일자리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제정되기를 촉구한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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