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지난 2월29일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어, 3월26일 공표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 의제(National Agenda)로 설정되어 2019년부터 ‘선도사업’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현 정부에서도 그 내용과 형태는 일부 바뀌어 ‘시범사업’의 형태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통합돌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현재 보건복지부 시범사업 30개소를 포함하여 전국 기초지자체 100여 곳 이상 및 광주광역시, 경기도를 포함한 시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이며, “돌봄통합지원법” 부칙 1조에 따르면 2026년 3월 이후에는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에서는 ‘의무적’으로 이 사업을 시행하여야 한다.
이 글에서는 사회서비스 정책 환경의 매우 큰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나아가 ‘전국민 돌봄보장 전국화(를 위한) 사업’이 지금까지 어떠한 전개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기초·광역 지자체의 사업-광주광역시, 전주시-을 간단히 소개하고, 특히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간략히 고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돌봄’이라는 새로운 국가의제의 본격적인 등장이 향후 ‘노인 일자리 사업’에 미칠 영향과 ‘돌봄’과 함께 ESG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노인 일자리 사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시론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여기서는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이란 ‘누구라도 자기가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살아온 지역(집)에서, 자신답게 인생의 마지막까지를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체계’(野村 晉, 2020)를 말하며, 영국·일본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주로 ‘고령자’를 위한 정책이었으나 지금은 ‘모든 세대’를 위한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역사회 내에서 ‘누구라도 보건·의료·재활·영양-주거-복지·돌봄·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연계·조정·통합하여 제공하는 체계’(변재관, 2023)를 말하며, 특히 이 사업의 핵심은 ‘다직종 연계’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서비스에 일부 새로운 서비스(주로 보건/의료 및 주거)를 새로운 방식(패키지 방식)으로 제공하자”는 것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의 전개와 평가
1) ‘통합돌봄 선도사업’과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의 전개
문재인정부는 2018년 통합돌봄사업을 국정과제로 추가 선정하고, 2019.9-2022년까지 전국 16개 기초지자체에서 사업을 전개하였다. 지역의 자율성을 고려하였으나, 여전히 관 주도형이었으며 일부 융합형 사업(장애인, 정신질환자 대상)도 있었으나, 노인 중심(13개 지역)으로 운영되었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광주시 서구, 부천시, 전주시, 안산시 등 몇 곳은 지역 여건, 특성을 반영한 사업의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결국은 지역사회 돌봄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점에 가장 큰 정책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변재관, 2023).
한편, 현 정부 역시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예방적·통합적 돌봄 강화’라는 국정과제를 설정하여 사업의 명칭을 바꾸고, 대상자를 좀 더 좁혀서 2025년까지 시범사업의 형태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종합적이고 포괄적이지는 않지만 정책의 중요성은 상당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예산이 축소되고 시범사업 지역 역시 12곳으로 축소(최근 예산지원 없는 기술지원형 사업이 18곳 추가 지정됨)되는 등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또한 앞에 언급하였듯이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하여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2) 광주광역시의 통합돌봄(“광주다움”) 사례
광주광역시의 ‘광주다움’ 돌봄서비스는 1년간의 준비를 거쳐, 2023년부터 광주시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정책의 특징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광주광역시, 2023).
첫째, 기존의 ‘중복과 소외, 누수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동 사례관리 담당자’를 지정하여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하는 ‘사례관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둘째, 노인·장애인 등의 특정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고, 시민 누구나-영유아·아동, 청소년·노인·장애인·영 케어러 등 1인 가구·나아가 광주광역시에 체류지 신고가 된 외국인, 외국국적동포까지 포함-돌봄을 받을 수 있다. 셋째, 필요한 서비스마다 시민이 일일이 신청하지 않고, 단일 신청 창구인 ‘돌봄콜’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넷째, 지금까지의 ‘당사자 신청주의’ 방식에서, 누구라도 발견, 신청하면 동주민센터에서 ‘의무방문’을 하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돌봄서비스의 틈새-대기 시간, 없는 서비스, 비지원대상 등-를 최대한 극복하는 소위 ‘7대 돌봄(가사지원, 식사지원, 동행지원, 건강지원, 안전지원, 주거편의, 일시보호) 및 긴급돌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시도는 예산 등의 제약으로 인해 서비스 대상자의 제한-중위소득 기준 90% 이하 무료-, 1인당 연간 이용한도액의 설정(원칙적으로 150만 원 이내)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중요한 정책적 파급효과를 지닌다고 평가된다.
첫째, 지금까지의 ‘당사자 신청주의 방식’(법적 요건)이 실질적으로 사문화(死文化)-사회보장위원회의 사후 승인 절차를 거침-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둘째, 노인, 장애인 등 특정 대상자 중심-현재의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서비스’로의 지평을 확장하였다. 셋째, 지금까지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시·도의 광역자치단체가 하지 않은 ‘직접 사업’을 시도한 노력이며, 이 결과로 현재 경기도(누구나 돌봄)·대전시·경상남도·재주도 등에서도 유사한 사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광주광역시가 처음 시도한 ‘중증장애인 돌봄사업’, ‘아동 심야병원’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참고하여 현재 전국에서 시범사업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돌봄통합지원법」의 특성과 제정의 의의
금년 2월29일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어 3월26일 공표된 이 법(총7장 30개 조항 및 부칙으로 구성)은 몇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법은 처음에는 ‘기본법’으로 추진하였으나, 결국 최종적으로는 기본법적 조항에 사업법적 요소가 혼재된 ‘기본법적 성격이 강한 법’으로 확정되었다. 둘째, 일반적으로 제정법이 만들어진 후 하위 법령—시행령·시행규칙 등—이 제정되고, 마지막으로 각 자치단체의 ‘지방조례’가 만들어지는 반면, 이 법은 지방조례(최초가 2019년 전주시에서 제정됨)가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법이 제정되는 경로를 따른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이 법은 향후 5~10년 이후 제정될“(가칭)전국민돌봄보장기본법”까지의 ‘경과적’ 법률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된다(변재관, 202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제정은 다음의 의의를 가진다.
첫째, 제1조(목적)에서 대상자를 ‘노인’으로 국한하지 않고 ‘노쇠·장애·질병·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 확대하였고, 제4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문화하였다. 둘째, ‘주거’(제2조, 제18조6) 및 ‘생애말기 돌봄’(제4조1, 제4조2-4)에 관한 규정이 포함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판단된다. 셋째, 제3장(통합지원절차) 제10조-제14조 및 제23조(정보의 제공, 활용 등)의 규정을 통하여 통합지원의 실제적 주체(권한 및 책무)를 ‘시장·군수·구청장’으로 명문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법의 제정으로 인하여, 그간의 다양한 형태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 ‘제도화’되고, 특히 2026.3 이후에는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부칙 1조)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나가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과 노인 일자리 사업
지금까지 필자는 2019년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의 경과, 주요 사례 및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의 의미 등에 관해 간략히 고찰하였다.
여기서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돌봄서비스 정책’과 ‘노인 일자리 정책’,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제 겨우 ‘파열구’가 나서 해일처럼 밀려올 이 ‘돌봄’의 문제를 노인 일자리 사업이 어떻게 전략적·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노인 일자리 사업의 공공성, 효용성도 높이면서 ‘돌봄’이라는 국가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고자 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내부 자료에 의하면 금년 7월 말 현재 사회서비스형 돌봄사업단은 총 661개 수행기관에서 24,086명이 참여(노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장애인 돌봄도 일부 포함) 중이다. 2021년 전주시 통합돌봄 사업에서 ‘커뮤니티 케어 서포터즈(건강지킴이)’로 시작된 이 사업이 현재 이렇게 확대되고, 필자의 잠정 추계로는 2026-2027년에는 최소 약 70,000-100,000명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 이 외에도 부산광역시를 중심으로 ESG사업(폐비닐 수거 처리 등) 역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향후 노인 일자리 사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환경, 사회적 위험-사고·안전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고도의 전략적 과제가 남겨져 있고, 이것이 노인 일자리 20년 및 한국노인력개발원 20주년을 맞이한 노인 일자리 진영의 ‘노인 일자리 제2기’(변재관, 2021) 새로운 미션이기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목표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20년 전과 같이 여전히 “노인(노년 계층)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의 확산” 및 “보충적 노후소득보장정책으로서의 일자리 사업 고도화”이며,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역시 최선을 다해 이를 위해 복무하여야 할 것이다.
뱀발(사족):
명사도 못 되는 사람이 칼럼의 첫 장을 여는 것이 송구스럽기는 하지만, 이 덕분에 자격요건 없이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명기합니다.
변재관
한·일사회보장정책포럼
대표
참고문헌
• 변재관,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의 의미와 거버넌스 구축 방안, 전주시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스템 성과 발표회 자료집, 2024.8
• 변재관, 지방정부가 만들어 본 지역사회 돌봄, 돌봄아카데미 제6강 자료집, (재)돌봄과미래, 2023
• 변재관, 노인일자리 사업 제2기를 준비하자!, 『고령사회의 삶과 일』제3호 권두언, 2021
• 野村 晉, 「自分らしく生きて死ぬ」ことがなぜ、難しいのか 行き詰まる「地域包括ケアシステム」の未来, 光文社新書,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