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6호 우리동네 노인일자리

바쁜 일상에 ‘비타민’과 ‘희망’이 되어주는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 사업단!

인터뷰: (사)삼성희망네트워크 박수빈 사회복지사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배성환, 박제은
진행: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조사부 김지민 선임연구원
글·사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홍보기획부 원신원 차장
#늘봄장애아동매니저 #특수교육 #학습돌봄보조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 사업(사회서비스형) 전직 교사 등 60세 이상 신노년세대의 경험·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특수 교육기관 및 통합 교육반 시설 학생 대상 학습보조 및 돌봄 지원 등 초저출생 시대의 미래세대를 안전히 돌봄에 기여하는 노인일자리
복잡하고 바쁜 일상, 나만의 서포터즈가 어딘가 있다면?! 기운이 없을 때 먹으면 힘이 생기는 비타민, 희망을 주는 것이 어디 없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할 때 이런 상상을 종종 해본다.
하물며 어른이 아닌 아이가 이런저런 크고 작은 장애가 있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부모들은 무수히 많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민들에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장애 등을 가진 경우에는 과외를 붙일 수도 없고 학원을 다닐 수도 없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서포터즈, 노인일자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2023년 부산에서 시작하여 올해 2년 차로 추진 중인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 사업단」으로, 수행기관 담당자 박수빈 사회복지사와 배성환, 박제은 참여자분들을 수행기관 인근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가독성을 높여 편하게 읽힐 수 있도록 수행기관과 참여자 대상 인터뷰 방식으로 지면에 담아보았다.
Q. 다양한 노인일자리 중 이 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수빈 2022년 후반쯤 내년도 추진할 사업을 알아보던 차에 부산 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와 우연한 기회에 협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2023년도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초기 계획은 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경증 고령 장애인분들이 같은 장애인을 3시간 동안 돌봐드리는 내용이었으나, 장애인 기관 수요처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이 장애인을 돌보기 힘들다’, ‘이미 다른 곳에서 일하실 시니어분들을 충원했다’ 등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수요처를 교육기관 내 통합학급으로 알아보았고, 생각보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특수교육대상자들이 많아 현재 220여 명이 교육기관에서 학습보조와 돌봄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Q. 참여 어르신들은 몇 분이 계시며,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계시나요?
박수빈 현재 223분이 활동 중인데요. 초기 계획대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경증 고령 장애인분들(25분), 전직 교사(76분), 전직 공무원(58분)과 제대군인, 전직 경찰, 사회복지 분야 등의 경력을 가진 분들(64분)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Q. 참여 어르신들은 아동들을 몇 명씩 담당하고 있나요?
박수빈 교육기관 특성에 따라 담당하는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수가 다릅니다. 대다수는 1:1 돌봄지원인데요, 간혹 대상자의 상황이 경증이나 자립이 가능할 경우 특수교육실무원 및 사회복무요원들의 지원 하에 매니저 1명당 6학생 정도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220여 분이 대략 400명 정도의 아동 및 청소년을 담당하고 계시죠.
Q. 향후 이 사업을 추진할 수행기관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박수빈 교육현장에서도 지도하기 어렵다는 특수교육대상자 대상 돌봄 보조를 해야 하니 참여자 선발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기존 노인일자리사업에서 제공되는 선발 기준 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마인드, 특수교사와 무리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역량, 교육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을 선발해야 하며 선발 후에도 본격적인 근무 전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철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부산시교육청과 협력하여 질 높은 교육을 위해 강사DB 및 교육 자료를 제공받고 있는데 타 기관에서도 본 사업을 시작하신다면 지역 교육청과 충분히 협력하여 해당 도움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참여자분들이 많아야 수요처에서도 긍정적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여러 노인일자리가 있는데 어떻게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전에 하시던 일과 연관이 있으신가요?
배성환 저는 군에서 28년 정도 근무를 했는데, 예편 후 중견기업(방산업체)에서 10년 근무 후 은퇴하였습니다. 평생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지역사회에 도움 되는 일이 뭐가 없을까 하고 생각하던 중 보훈부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초등학교 장애 학생 도우미 노인일자리사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박제은 저는 (사)삼성희망네트워크 사무실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지인을 통해 일자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은퇴 전에는 메리놀병원, 행복한 가정운동상담실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미혼모 교육상담, 청소년 교육상담, 교도소 교육상담, 중고등학교 성교육, 가톨릭교회 내 각 단체 자녀교육 등 다양하게 상담 분야를 담당했습니다.
Q.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의 근무일과 및 내용이 궁금합니다.
배성환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서 오전 9시 50분부터 12시 50분까지(월 20일 60시간) 장애학생 수업 도우미, 점심식사 취식 지원, 점심시간 운동장 놀이 등 남학생 4명을 돌보고 있습니다. 수영복 바지를 입고 수영 체육수업에도 같이 가기도 했고요. 또 학교에 여학생 4명도 있는데 그 학생들은 여자 매니저분들이 돌봄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박제은 저는 부산 남구 소재 중학교의 중2학생을 1:1로 돌보고 있습니다.
평일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3시간 근무를 하는데요. 아이의 점심식사 돌봄, 화장실 교내 이동 등을 같이 하는데, 이 친구의 손을 늘 잡고 다녀야 합니다. 중학생이나 정신연령이 2, 3세 정도이고 많이 산만해서 손을 놓치는 순간 빨리 어디든지 뛰어가는 상태이거든요. 행동이 워낙 빨라서 근무시간 내 항상 아이를 지켜봐야 하고 순간순간 돌발행동을 해 긴장을 해야 합니다. 지적장애가 있어 인지 능력이 없으니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걱정도 되어 안전이 우선이니 항상 조심하고 있습니다.
Q.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보람되었던 일들이 있을까요?
배성환 우선 보람되었던 일이 하나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2학년 장애아동을 학기 초에 만나보니 한글도 잘 쓰지 못하고 의사소통도 어렵고 의기소침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통합 반/학급 담임 선생님과 상의 후 정규 수업 시간에 제가 1:1 지도를 하다 보니 몇 달 후는 이름까지 쓰고 의사소통도 많이 늘어서 큰 보람을 느꼈지요.
또 기억에 남는 일은 5학년 남학생이 교실에서 수업 중 갑자기 울고 뛰어다니면서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고 교실을 뛰쳐나가는 등 참 곤란한 적도 있었습니다.
박제은 체육 시간에 강당에서 얌전히 있기로 아이와 약속하고 반 학생들 운동하는 것을 보면서 한쪽 코너에 서 있었는데요. 한 학생이 던진 공이 우리에게 날아왔고 그 순간 아이가 공을 주워서 강당 중앙으로 공을 굴리면서 뛰어갔습니다. 정신없이 계단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니까 반 학생들이 신기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체육 선생님이 제지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었는데요. 반 학생들은 아이가 다칠까 봐 이리저리 피해 다니고 그런 가운데 옆 창고로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아서 반 아이들이 조심조심 달래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우리 아이로 인해 체육시간이 온통 마비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보람되었던 일은 같은 반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하게 되어 사과하면 아이들이 ‘아니에요. 고생하시는 실버 선생님들에게 저희가 잘해 드려야지요.’라고 말해주니 정말 고맙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내가 한 아이를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게 기쁘고 보람된 일이라 생각도 들고요.
물론 어려웠던 점도 당연히 있는데, 맡고 있는 학생이 돌발 행동을 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Q.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를 하면서 어떤 점이 좋으실까요? 가족 등 주변 반응이 궁금합니다.
배성환 저는 장애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요.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장애에 대해 좀 알게 되니까 부정적인 인식에서 긍정적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얼마 전 지하철에서 장애인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장애인을 옹호하게 되더라고요.
퇴직 후에 내가 밝고 건강히 생활하고 사회에 봉사하니 우리 가족들이 저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그래서 더욱 만족합니다.
박제은 현재 삶에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나의 도움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자세로 임해야 되겠다 다짐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삶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마지막 날까지 봉사하면서 건강히 살다가 인생을 마감한다면 이보다 보람된 일이 더 있겠냐”며 “진심 어린 사랑으로 아이들 잘 돌봐주라고” 딸이 늘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Q. 두 분에게 노인일자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군에서 오래 근무하셨던 배성환 참여자에게 지금 하고 계신 노인일자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쭤보았다. 배 참여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내 생애의 비타민’이라며, 본인 생활에 중심이 되고 모든 활동의 기본이 된다고 한다.
또 여러 분야에서 상담을 오랫동안 하셨던 박제은 참여자에게 노인일자리는 ‘희망’이라고 한다. 노인일자리사업은 건강이 허락되는 한 무궁무진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Q. 마지막으로 6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박수빈 학령기 인구는 줄고 있으나 장애에 대한 열린 시선과 자폐성 장애진단기준 완화 등으로 인해 특수교육 대상자들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에게 도움을 줄 인력은 한계가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 현재 “늘봄장애 아동 매니저” 참여자분들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최근 특수교육현장에서 지향하는 “통합교육”의 최종 목표는 특수교육대상아동들이 일반 학생들과 협력적인 생활을 하여 추후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은퇴 후 의미 없이 시간만 보내는 세대가 아닌 한 사회 구성원을 훌륭하게 길러내는 데에 우리 노인일자리 참여자분들이 한 획을 그었으면 합니다.
배성환 사람들마다 각 개인별로 생각과 생활이 다 다르겠지만 나의 지식과 경험을 다음 세대를 위해 전달, 봉사도 하고 나의 정신과 육체적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니 기회가 되면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같이 활동하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박제은 현재 정상인으로 건강히 삶을 산다는 게 감사하고 장애인들을 대할 때 내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할 수 있을 때 그들 곁에 다가가 주저하지 않고 도와준다면 더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노인일자리에 참여하면서 내 자신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고 산다면 이 또한 행복이지 않을까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희망의 일자리, 더욱 확산되길”
인터뷰를 마치고 자라나는 세대들을 지원하면서 본인의 정신과 육체도 더 건강해졌고 만족감이 크다는 말씀이 계속 생각났다.
다른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분들의 활동사진을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이 보였다. 아이가 밥 먹는 것도 지원해 주고, 공부할 때 과외선생님처럼 공부도 알려주고, 체육수업에 같이 가서 활동도 지원해 주시는 모습, 이러한 분들을 현장에서는 실버 선생님이라 부르며 감사 편지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같은 반 아이들도, 담임 선생님도, 돌봄을 받는 학생도, 학생의 부모님도, 돌봄을 실천하시는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분들 모두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앞으로도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 사업이 수요에 발맞춰 더욱 확대되어 지역사회의 돌봄의 공백을 메워 건강한 사회로 만드는데 큰 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앞날이 기대가 된다. 자녀가 장애가 있어 학교에 보내고 마음이 조마조마한 부모들에게도 비타민과 희망이 되어주는 노인일자리, 늘봄 장애 아동 매니저 사업이 전국적으로도 많이 확산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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