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의 치안수준을 높이는 신노년세대가 왔다.
흔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로 일컬어지는 신노년세대가 노인일자리사업의 정책대상으로 점차 진입함에 따라 기존 노인세대와 다른 특성을 지닌 이들의 다양한 일자리 욕구를 충족하고 전문 경험 등을 활용한 일자리 개발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특성은 이전 세대에 비해 평균적으로 고학력, 고숙련 경력을 갖고 있어 퇴직 이후에도 건강하고 근로욕구 또한 높다.
이중 신노년세대의 경험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주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지역사회 조성을 지원하는 노인일자리사업(사회서비스형)이 있다. 사회서비스형으로 추진하는 ‘시니어 치안 지킴이’사업은 2023년도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일자리 지역협의체를 통해 공공기관 협업 아이템 발굴,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초 경기남부권역에서 시범사업(10명, 치안센터 2개)으로 시작하여 2024년 현재 전국 15개 시도에서 500명에 가까운 시니어 치안 지킴이가 활동하고 있다.
흔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때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높은 치안 수준이다. 늦은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만큼 치안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치안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시니어 치안 지킴이가 굳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해외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치안 수준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범죄양상과 다른 ‘묻지마 범죄’ 발생 증가와 ‘보이스피싱’ 등 신흥범죄가 증가하면서 치안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기관의 인력부족으로 적시에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양상이다. ‘시니어 치안 지킴이사업’은 치안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 경찰기관의 업무부담(순찰, 대민업무 병행)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이 사업을 추진하는 손다연 수원시니어클럽 담당자와 손영탁, 박봉덕 참여자를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인근 촬영스튜디오에서 만나 보았다.
편하게 읽힐 수 있도록 수행기관과 참여자 대상 인터뷰 방식으로 지면에 담아보았다.
손다연 2023년도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기인천지역본부(현 경기지역본부)에서 시범사업을 제안하셨고, 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 경찰전직지원센터가 협업하여 지난 해 6월부터 11월까지 시니어 치안 지킴이 시범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Q. 아직 이 사업을 운영안하지만 향후 사업추진을 할 수행기관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손다연 저희 기관은 총 10분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계시는데, 전직 경찰 5분, 그 외 경력을 보유하시는 5분 이렇게 2인 1조로 구성하여 2개 센터에서 근무하고 계십니다.
시니어 치안 지킴이 사업은 사업 특성 상 수행기관이 단독으로 운영할 수 없고, 경찰전직지원센터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다양한 일자리 관련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사업을 원활히 운영, 진행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 선발에 대해서는 노인일자리 지침에 맞춰 선발을 합니다. 유관자격 가점이 있는데 전직 경찰, 소방관, 경비, 경호원 이런 것들이 해당되고요, 사업특성을 고려하여 민원응대를 위한 기초적인 의사소통 능력 활용이 가능하신 분으로 선발해야 합니다.
참여자 선발 후 노인일자리사업 운영안내의 전반적인 틀에 맞춰 운영은 해야 하는데요. 노인일자리사업 이해, 출근부 작성요령 등 직무수행절차 등 직무교육을 합니다.
Q. 기관들이 처음 추진하려면 참여자 모집 후 다양한 직무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좀 막막할 것도 같은데요.
손다연 2023년도 시범사업 참여시 제공된 직무매뉴얼이 있었고, 대민 밀착형 치안활동의 여러 영역 중 시니어 치안 지킴이가 하실 수 있는 영역, 즉 방범취약지역 순찰활동 및 보이스피싱 예방활동에 대해 주력하여 교육을 하면 됩니다.
Q. 여러 노인일자리가 있는데 어떻게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전에 하시던 일과 연관이 있으신가요?
손영탁 저는 작년에 33년 6개월을 경찰로 근무하고 퇴직했습니다. 퇴직 전에 경찰전직지원센터에서 시니어 치안 지킴이 시범사업이 있다고 참여 여부를 묻길래 하던 일이랑 연관도 있고, 보람된 일이라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퇴직 전 경찰서 경무과에서 직원 복지 업무도 담당했고요.
박봉덕 저는 한국전력에서 40여년 간 근무 후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이곳에서 주로 전기공급, 전기요금에 관련된 업무 등 주로 대민관련해서 일을 했고요.
수원시니어클럽에 갔더니 이 사업 지원자 모집을 한다고 연락을 받고 지원하게 되었지요.
Q. ‘시니어 치안 지킴이’ 근무일과와 근무 내용이 궁금합니다.
박봉덕 우리동네 치안센터에서 2인 1조로 근무하고 총 3조가 있습니다. 6명이 9시부터 6시까지 각각 3시간씩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은 3시간 미만 출퇴근 시간 등도 포함하면 5시간쯤 걸리니까 근무 전후로 개인 여가 시간도 보낼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손영탁 치안센터가 역근처라 치안 필요성이 늘 있는데 내부에서 민원인 상담을 하면서 치매 어르신을 위한 앱 홍보 및 설치를 도와주고, 보이스 피싱 예방 홍보를 하고 있고요. 외부에서는 여성안전지킴이 골목 등에 2인1조로 다니면서 경찰인력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을 순찰하고 있습니다.
Q. 치안센터에서 일하실 때 현직 경찰관분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현직과 업무분장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손영탁 센터와 소통은 원활한 편이라 생각되고요. 업무는 다양할 수 있지만 저희는 경찰이 아니기에 개인정보 문제가 없는 보이스피싱 예방홍보활동, 방범취약지역 순찰지원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외근순찰시에는 경찰서 홍보물(부채, 마스크,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물)을 지원받아 주민들에게 안내할 때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봉덕 말씀하신 것처럼 현직 경찰분들도 저희가 일할 때 지장이 없도록 많은 신경을 써주십니다. 또 안전문제로 보통 시니어 치안 지킴이는 2인 1조로 일하는데, 저희끼리도 서로 말이나 행동에 주의도 하며 잘 지내고 있고요.
Q.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보람되었던 일들이 있을까요?
손영탁 23년 7월경 센터에서 근무했던 거로 기억됩니다. 한 40대 남성분이 얼굴이 노랗게 질려 숨도 제대로 못쉬고 호흡곤란에 도움을 요청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경험상 기도가 막힌 것으로 판단되어 2~3차례 하임리히법을 실시했고, 다행히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감사를 표시했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박봉덕 저는 센터가 수원역 인근에 있다보니 외국인들의 많은 출입이 있는데, 교포로 보이는 노부부가 목적지를 찾지 못해 방문했었습니다. 그분들이 찾는 장소까지 안내 해드려 감사인사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손영탁 아, 하나 더 생각나는데요. 어떤 분이 안타깝게 거액의 돈을 사기를 당하고 월 15만원 정도로 생활하니까 어려운 경제상태로 법률상담비용도 부담스러워 고민상담 하셨던 일인데요. 제가 고소장 작성요령을 알려드리고, 무료법률서비스 구조공단도 안내해드렸던 게 생각납니다.
Q. 앞으로 이 사업 참여를 희망하시는 다른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손영탁 지역주민에 봉사한다는 마음, 즉 서비스 마인드 및 배려정신이 필요합니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좀더 다양한 지식도 공부하고 학습도 해야죠.
박봉덕 저도 손영탁씨와 비슷한 생각인데요. 대민 업무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봉사한다는 자세를 갖추고요. 또 저희는 민간인이니까 행동에도 유의해야 하지요.
Q.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를 하면서 어떤 점이 좋으실까요? 가족 등 주변 반응이 궁금합니다.
손영탁 저는 퇴직 후 경찰전직지원센터의 안내로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일정 급여가 꼬박꼬박 나오니까 문화생활에 보탬도 되고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이 부러워합니다. (웃으며) 집에만 있으면 아내가 싫어합니다. 음식은 제가 만들지 않아도 설거지는 제가 하는데도 말이죠. 시니어 대상 일자리 정보를 알려 달라는 사람들도 많고요.
박봉덕 앞에서도 말했듯이 근무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합쳐 5시간 정도 소요되고 업무강도도 크게 부담은 없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는 도움이 많이 되죠.
가족들도 제가 바깥 활동을 하니까 더 좋아하고, 주변 친구들도 많이 부러워하며 일자리 정보를 알려달라며 많은 것을 물어봅니다.
Q. 시니어 안전 지킴이분들이 활동하실 때 주변의 시민들의 반응은?
손다연 참여자분들이 시니어 치안 지킴이가 새겨진 조끼를 입고 주로 안전순찰(도보)을 다니시게 되는데 시민들은 주로 어디서 나오셨는지? 어떤 일들을 하는지 궁금해하시고요.
시니어 치안 지킴이 사업이 조금 더 보편화되고 알려져서 현직 경찰관의 과중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 되면 좋겠습니다.
손영탁 아무래도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데 내용을 설명하면서 제가 전직 경찰이었다고 하면 이런저런 것도 물어봐서 가끔씩 상담도 해주고 있습니다.
박봉덕 시민들은 아직 치안 지킴이가 생소하기 때문에 저희 활동 내용을 설명하면 ‘아 그런 것도 있군요’ 정도의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노인일자리사업은 어떤 의미인가요?
전직 경찰로 근무하셨던 손영탁 참여자에게 노인일자리사업이 어떤 의미이신지 여쭤보았다. 손 참여자는 밝은 미소를 띄우며 ‘즐거움’이라고 답한다. 출근 자체도 즐겁고, 센터에 와서 민원인을 상대할 때도 즐거우시다고.
현직으로 일하실 때는 책임이 크고 의무도 중하기 때문에 많은 부담감이 있어 스트레스가 컸지만, 지금은 민원인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근무하시기 때문에 보람도 있고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하신다고.
공기업에서 40여년간 근무하셨던 박봉덕 참여자는 노인일자리가 ‘새로운 인생길’이라고 한다. 퇴직 후 인생 2모작을 넘어 3모작이라고 하는 시대에 또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이다.
Q. 마지막으로 6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손영탁 시니어가 되었다고 의기소침해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여 노인일자리도 하면서 활동비도 받으면서 보람도 느끼는 제 2의 시니어 인생이 되시면 좋습니다.
박봉덕 시니어 치안 지킴이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면, 경찰업무가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에게는 편하고 친근한 느낌은 아니기 때문에 봉사한다는 마음자세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항상 봉사한다는 자세로 오늘도 시민들에게 다가갑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시니어 치안 지킴이에 참여하려면 무엇보다도 ‘사회봉사하는 마음이 가장 필요하다’라는 두분의 말씀이 계속 생각났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지만 ‘치안’이란 말의 뜻도 갑자기 궁금해져 찾아보았다. 사전적 의미로 국가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 보전함이란 뜻으로 시니어 치안 지킴이 활동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사회’의 안녕과 ‘나’의 안녕을 도모하는 일이라는 의미가 있어 더욱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시니어 치안 지킴이사업이 더욱 확대되어 지역사회의 치안의 공백을 메워 시니어 치안지킴이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지역의 안전이 더 든든히 채워 가리라 예상해본다.
참고문헌
• 김문정 외(2023). 「2023 시니어인턴십사업 개편방안 연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