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5호 통계리뷰

권역별 노인빈곤 현황 분석 :자산과 소득을 중심으로1)

- 이승희 KDI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가계금융복지조사 #자산과소득 #노인빈곤
들어가며
빈곤은 일반적으로 물질적인 결핍 상태를 의미한다. 물질적인 결핍이란 것이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소득으로 이를 평가한다. 소득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여 물질적인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 사회의 빈곤 정도는 대표적으로 사회 구성원 중 얼마나 빈곤한 사람이 많은가를 나타내는 빈곤율로 평가한다. 빈곤율은 정의에 따라 절대빈곤율과 상대빈곤율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세계은행의 경우 현재 인당 하루 $2.15을 국제빈곤선으로 설정)에 못미치는 삶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주로 상대빈곤율을 이용한다. 상대빈곤율은 일반적으로 OECD 기준을 따라 전체 소득 중앙값의 50% 이하인 사람들의 비율로 정의한다.
마찬가지로 노인빈곤율은 노인 중 얼마나 빈곤한 사람이 많은가를 나타내고, 일반적으로 이를 이용하여 한 사회의 노인빈곤 정도를 평가한다. 이미 알려진 것과 같이 우리나라 노인빈곤은 국제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같은 공적이전소득을 포함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을 계산하더라도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물론, 노인빈곤율은 공적이전소득 확대에 따라 점차 감소하여 2016년 43.6%에서 2021년 37.7%로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노인빈곤율(만 66세 이상)은 2018년 기준 13.1%인데 우리나라는 43.4%로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그림 1 참조).
그러나 소득만으로 우리나라 고령층의 빈곤을 평가하는 것은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제도가 1998년 도입되어 아직 미성숙하다. 이로 인해 현재의 대다수 고령층은 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수급 금액이 적다. 고령층의 소득 중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25.9%로 OECD 평균인 57.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고령층은 자산 축적 등의 노후대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 방안으로 자산(특히, 부동산)을 활용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소득이 적고 자산이 많은 고령층의 경우 부족한 소득을 자산으로 보충하여 소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소득과 자산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 현황과 노인빈곤의 지역 차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림 1〉 OECD 노인빈곤율(만 66세 이상, 2018)
자료: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1
소득과 자산을 고려한 노인빈곤 현황
자산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을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현재 고령층이 어떠한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이들의 자산 구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표 1 참조). 분석에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하였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조사연도 기준으로 2017년부터 소득과 비소비지출을 행정자료로 보완하여 조사자료가 가지는 한계를 보완했고,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 소득분배지표 작성에 활용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상의 2016~2021년 가구주 연령이 만 65세 이상인 고령가구의 자산 구성을 살펴본 결과,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의 고령가구는 약 3억 5천만 원~4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며 부채는 3천~4천만 원 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다. 고령가구의 자산 대부분은 실물자산, 특히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령가구의 자산 구성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반면, 유동성이 높아 현금화가 쉬운 금융자산의 경우 전체 자산 중 16% 정도로 비중이 높지 않다.
<표 1> 고령가구의 자산 구성
자료: 가계금융복지조사(2017~22)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하여 빈곤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저량인 자산을 유량인 소득으로 소득화하여 분석하는 방법이다. 본고에서도 이와 같이 소득과 소득화한 부동산자산, 금융자산 등을 함께 고려하여 노인빈곤율을 계산하였다. 자산을 소득화하는 방법으로는 포괄소득화와 연금화를 고려하였다. 포괄소득은 실제 벌어들인 소득뿐만 아니라 자가에 거주하는 가구가 주택을 임대했다고 가정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귀속임대료와 같은 암묵적인 소득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층의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고, 월세 세입자와 비교했을 때 자가 소유자는 실제 지불되지 않은 귀속임대료만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귀속임대료와 같은 암묵적 소득을 고려하였다. 이러한 포괄소득은 자산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연간 소비할 수 있는 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포괄소득은 자산을 소모하지 않기에 이를 이용한 노인빈곤 분석은 고령층이 현재의 상황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경제적 상황을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연금화는 자산을 소모한다는 점에서 포괄소득화와 다르다. 대표적인 연금화 방법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연금화하여 소득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한 노인빈곤 분석은 고령층이 보유 자산을 소모하여 도달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평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2016년~2021년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을 계산하였다. 그 결과, 자산을 함께 고려한 경우의 노인빈곤율은 소득만을 고려했을 때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포괄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에 비해 매년 7~8%p 감소하고, 연금화의 경우 감소 폭이 더 커 매년 14~16%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소득화하여도 노인빈곤율은 높은 수준이지만, 이와 같은 결과는 소득 기준으로 빈곤한 고령층 중 일부는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보유 자산을 활용하여 스스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2]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 (2016~2021)
자료: OECD, Pensions at a Glance, 2021
권역별 노인빈곤 현황
한편, 최근 들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의 노인빈곤의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하여 권역별로 노인빈곤율을 계산하였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각 가구의 수도권, 비수도권 거주 여부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각 권역을 정의하고, 앞에서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권역별 처분가능소득을 이용한 노인빈곤율과 함께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을 비교하였다(그림 3 참조).
[그림 3] 권역별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 (2016~2021)
자료: 가계금융복지조사(2017~21)를 이용하여 저자 계산
먼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노인빈곤 양상을 비교하면, 수도권의 노인빈곤율은 비수도권 지역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2016년 대비 2021년 빈곤율이 소폭 감소하며 2016~2021년 동안 내외의 빈곤율을 기록했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2016년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이 48.8%로 50%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점차 빈곤율이 감소하여 2021년에는 40.3%를 기록했다.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도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의 추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포괄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에 비해 매년 7~8%p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고, 연금화의 경우 더 크게 감소하여 매년 14~16%p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비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과 비교했을 때, 포괄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은 7~8%p, 연금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은 14~16%p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모두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의 감소 정도는 유사하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수도권 지역에 비해 전반적인 노인빈곤율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비수도권에서의 노인빈곤 정도는 수도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점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기준 비수도권의 연금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이 수도권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과 비슷한 수준인 것은 비수도권의 빈곤 고령층이 보유 자산을 모두 활용해야 수도권의 빈곤 노인층과 유사한 경제적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수도권에서의 노인빈곤율이 수도권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여 지역 간 격차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의 차이는 2016년 8.3%p에서 점차 감소하여 2022년에는 6.0%p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감소에도 여전히 비수도권의 노인빈곤율은 2022년 약 40%로 높은 수준이다. 보다 효율적인 노인빈곤 완화 정책을 위해서는 이러한 지역 간 노인빈곤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가며
OECD 최고 수준으로 높은 노인빈곤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소득뿐 만아니라 자산을 함께 고려하여 노인빈곤을 분석해 보면, 노인빈곤의 심각성이 다소 완화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필요로 함을 시사한다.
이렇듯 심각한 우리나라 노인빈곤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세대 간 소득격차가 크고 노후보장체제의 성숙된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고령층이 청장년층이었던 시절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과거에 태어난 세대일수록 그 세대의 소득 수준이 이후 세대에 비해 빠르게 낮아졌고, 당시 충분한 소득을 창출했다 하더라도 자산 축적 등 노후 대비가 어려워 빈곤층 비중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표적인 노후보장체제인 국민연금의 경우 1998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가입 기간에 비례하여 국민연금 수급액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 고령층 대부분은 가입 기간이 짧고 가입률도 낮아 연금 수급액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다.
따라서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서는 현재 고령층 내에 존재하는 이질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인빈곤 정도는 세대에 따라서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정책적 지원을 하기보다는 고령층 내 이질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를 통해 노인빈곤 완화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승희
KDI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1) 이 글은 이승희(2023),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방향」, KDI FOCUS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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