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15호 권두언

지역사회의 활력소 노인일자리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지역사회 #활력소 #노인일자리사업
아동과 청소년이 ‘꿈과 희망’을 꿀 수 있고 중장년이 ‘삶의 자존감’을 느끼며 노인들이 ‘삶의 보람’을 누릴 수 있을 때 사회는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어르신들의 삶의 보람은 더욱 열악하다. 높은 노인 빈곤율과 낮은 노인 행복도가 이를 반증한다. 삶의 보람이란 정신적, 물질적 만족도가 포함된 다차원적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본인이 행한 것보다 적은 대접을 받을 때 보람의 수준은 낮아질 수 있다.
오늘날의 어르신들은 일제 강점기, 6.25 동란, 개발 시대에 피와 땀과 눈물로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든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르신들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그 수준이 낮다. 또한,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부모님을 봉양한 것처럼 자식들을 잘 키우면 자식들로부터 부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자식들의 삶은 녹록지 않고, 부양 의식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두 가지 현상을 종합하면, 오늘날의 어르신 중 일부는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두 번 배신당한 셈이다. 이러한 요인들과 다른 요인들이 결합하여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0%에 가까운 수준이며, 이는 OECD 평균의 2.8배에 달한다.
향후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해짐에 따라 노인 빈곤율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노인 인구가 절대적으로 증가하면서 빈곤한 어르신의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 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은 복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 중 하나이다. 빈곤 문제 해결은 소득 보장 정책이 핵심이지만, 일자리를 원하는 건강한 노인에게는 일자리 제공도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2004년 2만 5천 개로 시작하여 2024년 현재 103만 개 창출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일각에서는 세금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노후 안전망이 불충분한 현실을 고려하면 노인일자리의 중요성과 의미는 더욱 커져야 한다.
그 이유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참여노인 가구의 소득 수준 향상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이름을 되찾고, 또래와 함께 교육받고 일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의 기쁨을 누리고 건강도 좋아지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통하며 보람을 느낀다. 노인 일자리 중 하나인 택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71세 참여자는 수기에서 “사회 일원으로 소속되어 일한다는 것이 기쁘고, 경제력도 생겨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는 일자리를 통한 사회 참여가 개인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참여 노인의 심리 정서적 건강과 사회적 관계 개선, 의료 이용 감소 등은 관련 연구로도 증명된 바 있다. 그간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노인일자리 참여 노인들은 동일 조건의 비 참여 노인보다 연간 의료비를 약 85만 원 적게 지출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2024년 참여자 103만 명에게 적용하면, 의료비 절감 효과는 8,50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의료비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공 서비스 기능이 강화되고, 지역 사회 환경 개선과 안전 도모, 지역 내 취약계층 보호 등의 사회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지역사회에서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지역사회에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를 3가지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강원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빨래방 사업이다. 어르신, 아동, 장애인 등에게 빨래, 특히 이불 빨래는 쉽지 않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노인일자리 사업단에서는 기증받은 전기자동차로 세탁이 필요한 이불 등을 수거할 때 필요한 생필품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세탁 후 뽀송뽀송한 세탁물을 돌려 드릴 때 원가로 구입한 생필품을 원가로 드리고 있다.
다음으로는 제주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드론을 활용한 해안지킴이 사업이다. 섬이나 해안에는 물때를 놓쳐 당황하는 사람과 극단적 선택을 기도하는 사람이 발견될 수 있다. 드론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지역을 나누어 감시하다가 이러한 경우가 발생할 경우 바로 좌표를 누르면 이 결과가 바로 해경으로 보내지고 구출될 수 있는 체계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하고 있는 플라스틱 수거 및 제품화 사업이다. 동 사업은 물병 등 플라스틱을 수거하여 세척한 후 공장으로 보내어 플라스틱 실을 받아 장갑, 작업복, 벽에 부착하는 야광 안전바 등을 만드는 사업이다. 야광 안전바는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임대주택 등에 무료로 설치되고 있다. 동 사업은 일자리, 환경, 복지가 결합된 사업이다. 이외에도 무연고 장례동행 서비스, 시니어 안전관리원 등 다양한 사업들이 지역사회에 활력을 더해 주고 있다.
정리하면 노인일자리 사업은 참여 노인들을 행복하게 하고,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 중심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직원들의 사명감도 커지고, 그 만큼 어깨가 무거워 질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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