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제20호 명사칼럼

초고령사회, 존엄과 생산성을 위한 노년 일자리 혁신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KARP) 회장
#재정투입일자리 #자립과존엄 #다층적소득체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었고, 매일 2000명 이상이 퇴직으로 노동시장을 떠난다. 정부는 지난 20여년 재정투입 일자리로 노년층을 위한 일과 복지개념의 고용창출을 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더 이상 정부가 기업의 참여 없이 언제까지 최대 고용주로 노년 일자리를 복지 차원에만 머물게 할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중구청과 협업해 국내 주요 기업에 시니어 인력 연계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 기업이 노년 인력을 사회적 책임(CSR)이나 ESG 전략의 중요한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제는 정부가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재정 투입 일자리에서 노년 인력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은 연령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역행한다. 노동부는 사회공헌형 일자리에 70세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이는 불합리한 차별이며 즉각 개선되어야 한다. 시니어가 가진 경험과 역량은 단순히 연령으로 재단될 수 없는 사회적 자원이다. 또한 이 좁은 국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자체 간의 “우리 구민이어야만 한다”는 뿌리깊은 님비현상(NIMBY))을 버려야 한다. 적어도 시나 도 경계선을 넘지 않는 한 일자리 이동이 자유로워야 한다.
대한은퇴자협회는 “배우며, 벌며, 오래 사는 사회”(이하 ‘배벌사’)를 주창해 왔다. 시니어가 나이에 상관없이 배우고, 존엄을 유지하며,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살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한 모델이 Y.O.U(Young–Old–United)다. 청년은 배우고, 노년은 경험을 전수하며, 서로가 멘토이자 파트너로 인구 축소 사회의 생산인력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이 안에서 시니어세대가 더 이상 부담 층이 아닌 경험 자본, 지속 성장의 원천으로 치부되며 납세자로 소비자로 활동 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50·60·70세대는 국가 경제를 떠받칠 절대적 인적 자원이다. 이들은 은퇴가 아닌 재도약의 단계에 서 있고 정부와 기업은 이 인적 자원을 거둬들이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프리부머 세대에게는 공공형 일자리가 안전망으로 필요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더 높은 교육과 경력 경험을 갖춘 세대로, 질 좋은 사회서비스형과 기업연계형 일자리로 적정 수준의 수당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제 시니어 세대를 하나로 묶어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재정 일자리 정책도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형–사회서비스형–민간기업형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설계가 필요하다. 공공형은 사회안전망에 집중하고, 사회서비스형은 교육·돌봄·환경·문화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민간형은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시니어가 경험을 살려 참여하고 보상받는 성과 기반 일자리로 발전해야 한다.
공적연금, 퇴직연금, 프로젝트 단위 소득이 일자리와 연결되는 다층적 소득 체계는 노년층을 단순 지원 대상이 아닌 자립과 존엄의 주체로 세울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어야 초고령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이 가능하다.
초고령사회는 위기이자 기회다. 시니어를 부담으로만 본다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을 그동안 거둬들이지 못한 자원(untapped resource) 존엄한 일꾼, 경험 자본,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정한다면 한국 사회는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
배우며 벌며 사는 사회 “배벌사” 대한은퇴자협회(KARP)는 이 길을 선도하며, 시니어가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KARP)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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