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기준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당시 제26조 경로우대 조항에 근거한다. 65세 이상인 자에 대해 공원 등 시설에 대한 할인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이를 근거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제도 등에서 노인에 대한 기준을 65세로 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44년이 흐른 2025년의 시점에서 보면 노인인구의 특성에는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고, 변화 속도 역시 매우 빨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인인구 비율과 기대수명인데, 1981년 당시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하였지만 2024년 12월에는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기대수명 역시 1981년 66.7세에서 2023년 83.5세로 증가하여 약 17세가 늘어났다. 이렇듯 빠른 변화의 속도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데 일본이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는 데 12년이 걸린 반면, 우리는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인인구의 빠른 성장과 함께 노인연령의 기준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건강 노화 지수를 기준으로 살펴볼 때 현재 70세의 건강 수준이 10년 전의 65세와 유사하다는 분석 결과는 65세를 노인연령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노인들 스스로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3년을 주기로 조사하는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2011년 이후 계속해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70세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50~64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노인연령은 69.8세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들에 의하면, 이제 65세는 더 이상 노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65세 이후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노인인구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들은 더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나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인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노년기의 생애주기를 여러 학자들은 새로운 기준으로 분류한다. 뉴가튼(Neugarten)은 이미 1974년에 75세를 기준으로, 65세에서 74세를 젊은 노년(Young-old)으로 75세 이상을 나이 든 노년(Older-old)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수즈만(Suzman)과 동료들은 1995년에 85세 이상을 가장 나이 든 노인(Oldest-old)으로 칭하고 질병, 기능 저하, 요양서비스 필요성이 급증하는 연령군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기준들이 역연령, 즉 태어나면서부터 세게 되는 나이에 의한 구분이라면, 사회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길라드와 힉스(Gilleard & Higgs)는 2016년에 써드에이지와 포쓰에이지(Fourth age)로 구분하였다. 전자는 보다 활기차고 활동적인 노년을 의미하고, 후자는 의존성과 취약성이 증가하는 노년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프리드만(Freedman)은 2013년 중년기와 노년기 사이에 새로운 생애 단계로 ‘앙코르 단계’가 설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년기로 바로 넘어가기 전 직업세계에서 한 번 더 일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사회의 환경적인 요인도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먼저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15세에서 64세 연령대의 사람들을 의미하는데 이 인구가 2022년 3,64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1.1%를 차지하고 있지만, 2040년에는 2,90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8%,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51.9%로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해 70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로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복지의 수혜를 받는 의존적인 대상이라는 시각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생산인구로 인식되어 노인차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고령화의 심화로 복지지출이 증가하면서 국가재정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보장 재정지출은 2024년 392조 9000억원에서 2065년 2,092조 9000억원으로 5.3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GDP 대비 비율로 보면, 2024년은 15.5%를 차지하나 2065년에는 26.9%로 증가가 예측된다. 더욱이 2070년에는 노인인구가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어 개혁 없이는 복지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국가재정지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한다고 가정하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복지지출의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이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인인구의 변화와 우리 사회의 환경적 변화 등을 기준으로 살펴볼 때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은 매우 필요한 절차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중요한 현실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빈곤율과 불충분한 노후준비 상태이다.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09년 OECD 국가들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거의 빠짐없이 1위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노인자살률 역시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국내 상황으로만 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현재 41.3%로 전체 수급자 245만 8,608명 중 101만 5,379명이 노인이다. 또한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노후준비율은 66.7%에 불과하여 노인의 빈곤율이 심각한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인 노후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면 꼭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빈곤 노인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인연령 기준을 올림으로써 빈곤 노인의 복지가 축소되어 이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노인연령 기준 상향으로 인해 소득 공백 기간이 더 길어져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취약 계층이 만들어지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노인연령 기준의 상향을 논의하기 전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먼저 빈곤 상태에 있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초연금의 경우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70%의 노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하위 50%나 30%를 대상으로 더 많은 금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사업을 다변화하고, 빈곤 노인들에 대한 지원도 늘릴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연금과 고용 사이의 공백으로 인해 새로운 취약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별로 시급성이나 연계성, 정합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정교한 설계를 통해 노인연령 기준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현 노년 세대는 물론 앞으로 노년기를 앞두고 있는 중장년 세대, 그리고, 청년 세대 등 세대 간 연대와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끝으로 역연령 같은 나이만을 기준으로 제도의 선별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기능 상태나 욕구를 기초로 하는 연령통합적 사회보장제도로 변화시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Freedman, M. (2013). The next act: College for the second half of life. Change: The Magazine of Higher Learning, 45(6), 40-42.
• Gilleard, C., & Higgs, P. (2016). Connecting life span development with the sociology of the life course: A new direction. Sociology, 50(2), 301-315.
• Neugarten, B. L. (1974). Age groups in American society and the rise of the young-old.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415(1), 187-198.
• Suzman, R. M., Willis, D. P., & Manton, K. G. (Eds.). (1995). The oldest old. Oxford University Press.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