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6호 통계리뷰

지방소멸위험지수의 의미와 한계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인구감소 #지방소멸 #위험예측
서론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로 인해 우리나라 언론이나 뉴스 헤드라인을 보면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 위기’, ‘마을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와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심심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문장이 사용될 때 활용되는 근거가 바로 지방소멸위험지수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인구소멸지수라고도 불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2021년 6월에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하여금 이러한 지수를 기반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시군구를 지정 및 고시하도록 하였다.
국가에서 지방소멸과 관련해서 여러 대응을 하기 때문인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실제로 지방이 소멸될 것이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5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지방소멸에 대한 기업 인식을 조사하였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응답한 기업의 68%가 지방소멸에 대해 위협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여러 지자체에서 지방소멸 대응 TF 등을 가동하여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예산 사업을 집행하고 있다. 지방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들은 대부분 지방소멸위험지수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본 원고에서는 우선 지방소멸위험지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살펴보고 이 지수가 지방소멸 위험을 실제로 잘 예측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지방소멸위험을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만족되어야 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지방소멸위험지수를 활용한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방소멸위험지수란?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일본의 관료이자 정치인인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마스다는 다음과 같은 공식을 토대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산출하였다.
위 공식을 보면 분자에 20세~39세 여성 인구를 활용하고 있는데, 마스다가 이 연령대의 여성 인구를 활용해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산출한 이유는 미래의 인구를 예측할 때 가임 여성 인구에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위 공식에서 분자가 감소하게 되면 그 지역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지역 인구가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분모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포함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분모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그 지역의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인구가 감소하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마스다가 개발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지방소멸 위험이 분류된다.
위 표에 기반할 때 만약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경우 해당 지역의 소멸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왜 0.5 미만이면 지방소멸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지수가 낮을수록 지역이 소멸할 위험이 커진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실제 인구감소의 정도를 잘 예측하는지?
지방소멸위험지수를 토대로 지방소멸 위험의 정도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 개입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이 지수가 인구감소의 정도를 잘 예측해야 할 것이다. 이 지수가 미래 시점의 인구감소 정도를 잘 예측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 지수를 정책 개입의 판단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미래 시점의 인구감소의 정도를 잘 예측하는지를 분석해보기 위해 통계청의 「2000~2015년 인구동향조사」자료를 활용해서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인구동향조사 자료에 연령별 주민등록 연앙인구(7월 1일 기준으로 산출한 인구)가 제시되어 있어서 시군구별로 지방소멸위험지수를 손쉽게 도출할 수 있다.
<그림 1> 지방소멸위험지수 vs 인구변화율
"지방소멸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어떤 하나의 지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
<그림 1>의 패널 A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 분석결과이다. 분석에 활용한 시군구는 2000년 시점에 지방소멸위험지수가 1.0 미만인 시군구이다. 그림에서 가로축이 나타내고 있는 것은 2000년 시점의 시군구별 지방소멸위험지수이고 세로축이 나타내고 있는 것은 2000년 대비 2015년의 인구변화율이다. 그림에서 예를 들어 첫 번째 동그라미가 나타내고 있는 것은 2000년 시점에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5인 시군구의 2000년 대비 2015년 인구변화율이 평균적으로 약 –20%라는 것이다. 즉, 2000년 시점에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약 0.55였던 시군구의 경우 15년 동안 인구가 약 20%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는 점들의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면 2000년 시점의 지방소멸위험지수가 15년 후의 인구변화율을 잘 예측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2000년 시점에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낮은 지역이나 높은 지역이나 15년 후의 인구변화율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에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실제 인구소멸의 정도를 잘 예측한다고 한다면 <그림 1>의 패널 B와 같은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패널 B는 가상 자료를 활용하여 도출한 결과인데, 그림을 보면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낮을수록 인구 규모가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널 A에 제시되어 있는 실제 자료값들을 토대로 지방소멸위험지수와 15년 후의 인구변화율 간의 상관계수를 추정해보면 약 0.2로 도출된다. 상관계수는 어떤 두 변수 간의 선형 관계의 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데 상관계수가 1 혹은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 간의 선형 관계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0에 가까울수록 그 관계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소멸위험지수와 인구변화율 간의 상관계수가 0.2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두 변수 간의 관계가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의 한계
마스다가 2010년대에 일본 지역을 대상으로 지방소멸의 위험성을 예측할 때는 지방소멸위험지수가 타당했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현재 우리나라 상황 하에서는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인구소멸의 정도를 그렇게 잘 예측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일본에서는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인구감소의 정도를 잘 예측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모든 지표가 그렇지만 어떤 지표가 타당하기 위해서는 그 지표가 가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전제가 만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39세 여성 인구가 매우 낮은 A라는 지역과 매우 높은 B라는 지역이 있다고 하자. 이 두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는 같다고 가정할 때 지방소멸위험지수를 계산해보면 당연히 A 지역의 지수가 낮게 도출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20년 후 A 지역의 인구가 B 지역의 인구에 비해 많이 감소된 상황이 관측되기 위해서는 A 지역의 순유입 인구(유입된 인구 - 유출된 인구) 변화율과 B 지역의 순유입 인구 변화율이 일정하다는 전제를 만족해야 한다.
A 지역의 지방소멸위험지수가 B 지역의 지수에 비해 낮지만 A 지역은 평균적으로 B 지역에 비해 유입되는 인구가 많거나 유출되는 인구가 적다고 한다면 20년 후의 A 지역의 인구 규모가 B 지역의 인구 규모에 비해 작은 상황이 관측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미래의 인구감소의 정도를 잘 예측하는 지표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지역 간에 순유입 인구의 변화율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간 순유입 인구 규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어떤 지역에 공공기관이 이전되는 상황과 같이 지역의 순유입 인구 변화율에 영향을 주는 여러 사건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림 2> 지방소멸위험지수 vs 인구 대비 순이동자 수
<그림 2>는 앞서 분석한 시군구를 토대로 실제로 2000년부터 2015년 동안 연평균 순유입 인구 변화율이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한 결과이다. 분석에 활용한 자료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국내인구이동 통계이다. 결과를 보면 지방소멸위험지수별로 인구 대비 순이동자 수가 일정하지 않고 천차만별인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인구감소의 정도를 잘 예측하지 않게 도출된 이유는 이렇게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방소멸위험지수가 타당한 지표이기 위한 전제 조건이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
우리나라의 시군구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발표된 이후 여러 부문에서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와 공포심이 대두되고 있고 각계각층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현재 저출산과 고령화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은 한다. 하지만 지방소멸위험지수와 같이 특정 지수 하나만을 토대로 지방소멸과 관련한 판단을 전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는 지방소멸의 가능성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지방의 인구 규모는 이 변수 외에도 순유입 인구 규모, 출생률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지방소멸의 위험성을 판단할 때는 어떤 하나의 지표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앞서 분석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지방소멸위험지수가 우리나라 상황에서 인구소멸의 정도를 잘 예측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예측성이 높지 않은 지표를 토대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자주 활용되는 지표를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지표의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항상 경각심을 갖고 바라보는 습관을 지닐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 정책을 결정할 때 타당한 지표가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는 자주 활용되는 지표가 우리나라 상황에서 특정 사회 현상을 타당하게 예측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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