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진부한 질문이지만 답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행복에 대한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의 척도 중 하나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그럼 장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이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대답을 확실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수도 없이 다양한 요인들이 수명에 영향을 끼치고 각 요인의 영향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답을 하자면 많은 사람이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돈이 없으면 아플 때 병원도 못 가고 건강에 유익한 음식도 사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은퇴 이후에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돈을 많이 벌수록 장수할까? 많은 사람이 막연히 돈이 많으면 오래 살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지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특히, 재산이 많을수록 정확히 얼마나 더 오래 살게 되는지에 대해서 타당성 높게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필요한 data를 확보하는 것이 그동안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본 원고에서는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실제 통계 data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이 통계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보충적 노후 소득 보장의 역할을 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피력하였다.
분석전략과 자료
재산이 많을수록 더 오래 살게 되는지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의 재산 수준을 ‘동일’ 시점에 조사해야 하고, 조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추적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50세 시점의 재산 수준을 조사하고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약 20년에서 40년 정도까지 추적조사를 해야 하는데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재산 수준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재산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득, 금융 자산, 부동산 자산 등 다양한 재산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일시에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국세청 자료를 활용하면 특정 시점의 재산 수준을 매우 신뢰성 높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사망 통계 자료를 활용하면 40년이라는 기간 동안 어떤 사람의 사망 시점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이렇게 행정자료를 활용하면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를 타당성 높게 분석할 수 있지만 아직 현시점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과거의 납세 자료가 연구목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90세인 사람들의 50세 시점의 재산 수준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1983년 시점의 납세 자료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들 과거의 납세 자료는 아직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행정자료를 활용하면 금상첨화이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본 원고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여러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한국노동패널 자료는 통계청의 공식 승인을 받아 수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러 패널 자료 중 가장 오래된 종단면 조사이고 다양한 분야의 정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패널 자료가 본 원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 조사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기 때문에 어떤 특정 사람에 대해서 약 25년 정도 추적 조사할 수 있다. 둘째, 이 조사에는 응답자의 소득과 자산뿐만 아니라 사망 여부도 기록되어 있다. 본 원고에서는 이 패널 자료에서 매년 50세인 사람을 추출하여 그 사람의 재산을 측정하고 2021년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사망 여부를 조사하였다. 가령 1998년에 50세인 사람의 재산 수준(2년 평균)을 측정하고 2021년까지 사망한 사람을 식별하여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그림 1〉에 제시된 결과가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의 상관관계이다. 그림에서 가로축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연령이고 세로축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사망한 사람의 비중이다. 동그라미가 나타내고 있는 것은 재산 수준이 상위 50%인 사람이고 세모가 나타내고 있는 것은 재산 수준이 하위 50%인 사람이다. 가령 50세 시점에 동그라미와 세모가 모두 0에 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재산 상위 50%인 50세 사람 중 50세에 사망한 사람의 비중은 0%이고 재산 하위 50%인 50세 사람 중 50세에 사망한 사람의 비중 또한 0%라는 것이다. 65세 시점을 보면 동그라미와 세모가 각각 다른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50세 시점에 재산 상위 50%에 속한 사람 중 65세 및 그 이전에 사망한 사람의 비중은 약 4%이고 50세 시점에 재산 하위 50%에 속한 사람 중 65세 및 그 이전에 사망한 사람의 비중은 약 5%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에 제시된 결과를 보면 재산에 따른 사망률 격차가 연령이 증가할수록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60세까지는 두 집단 간 사망률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즉, 재산이 많든 적든 사망률 차이는 없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72세 시점을 보면 재산 상위 50%인 집단의 사망률은 7.0%로 나타났으나 재산 하위 50%인 집단의 사망률은 12.0%로 재산 상위 50%인 집단에 비해 1.7배나 더 높게 도출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활용하면 50세인 사람을 최대 72세까지 추적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연령별 실제 누적 사망률은 72세 시점까지 도출이 가능하였다. 72세 이후 시점의 누적 사망률을 도출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50세부터 72세까지의 사망률 패턴의 기울기가 72세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80세 시점까지의 사망률을 추정해 보았다.
72세 이후의 연령별 사망률 추정 결과는 그림에서 흰색 동그라미와 흰색 삼각형으로 제시하였다. 그림에서 실선은 다항회귀(polynomial regression) 적합선(fitted line)을 가리킨다. 즉, 50세부터 72세 시점의 실제 누적 사망률 자료값들을 토대로 도출한 적합선이다. 적합선은 재산 수준별로 각각 도출하였다. 왜냐하면 사망률 패턴이 재산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추정 결과를 보면 72세 이후부터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50세 시점에 재산 상위 50%에 속한 사람들은 75세 시점까지 약 10.0%의 사람이 사망하였고 재산 하위 50%에 속한 사람들은 약 15.0%의 사람이 사망한 것을 알 수 있다. 80세 시점까지 가보면 재산 상위 50%는 약 15.5% 그리고 재산 하위 50%는 약 23.0%의 사람이 사망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 연령별 사망률(재산 상위 50% vs. 재산 하위 50%)
〈그림 2〉에 제시된 결과는 연령별 사망률을 50세 시점에 재산 상위 30%인 집단과 하위 30%인 집단으로 구분해서 도출한 것이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가로축은 연령을 세로축은 사망률을 가리키고, 동그라미는 50세 시점에 재산 상위 30% 그리고 세모는 재산 하위 30%인 사람을 나타낸다. 즉, 〈그림 2〉는 재산 수준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이 나는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이다. 〈그림 2〉에 제시된 결과를 자세히 보면 〈그림 1〉과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좀 더 이른 연령 시점부터 관측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산 상위 50%와 하위 50%를 비교했을 때는 사망률 격차가 약 68세 시점부터 크게 나기 시작했는데 재산 상위 30%와 하위 30%를 비교했을 때는 두 집단 간 격차가 약 63세 시점부터 크게 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훨씬 더 크게 도출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는 80세 시점의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7.5%p 혹은 48.3% ((0.230–0.155)/0.155)로 도출됐지만 〈그림 2〉에서는 80세 시점의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16.5%p 혹은 132%((0.29–0.125)/0.125)로 더 크게 나타났다. 셋째, 연령에 따른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연령이 증가할수록 더 크게 도출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림 1〉에서는 70세 시점 이후에 관측된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연령이 증가할수록 더 커지는 방향으로 도출되지 않았지만 〈그림 2〉에서는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가 연령이 증가할수록 더 커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70세 시점의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는 7.0%p로 나타났는데 75세 시점의 사망률 격차는 11.0%p 그리고 80세 시점의 사망률 격차는 무려 16.5%p로 증가하였다.
〈그림 2〉 연령별 사망률(재산 상위 30% vs. 재산 하위 30%)
결론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통해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에는 상당히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재산이 낮을수록 좀 더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게 도출되었는데,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재산과 사망 간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였지만, 실제 통계 data를 통해 검증해 본 결과 이 두 변수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 재산 수준에 따라 사망률 격차가 나타난 이유가 전적으로 재산에 기인한다고는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재산 수준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두 집단 간에는 재산 수준에 있어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산이 많은 사람은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의료기관 이용 행태에서도 차이가 날 것이다. 의료 이용에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두 집단 간에는 이러한 차이 외에도 다양한 특성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가령 교육 수준이나 건강 관리 노력 정도 등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 측면에서 두 집단은 유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재산이 많은 집단과 많지 않은 집단 간에 다른 요인 측면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면 위 그림에서 나타난 두 집단 간 사망률 격차는 순전히 ‘돈’에 의해 발생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즉,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에 나타난 상관관계를 토대로 재산 수준과 사망률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향후, 이 두 변수 간에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 좀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이라는 경제적 요인은 사망률이나 사망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한 실증적 원인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사망률이나 사망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건의료 관련 요인이나 심리적 요인을 많이 드는데 재산이라는 변수는 이 두 요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보충적 노후 소득 보장의 역할을 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의 사회참여를 통한 삶의 의욕 제고 효과뿐만 아니라 사망률 감소나 사망 시기 연장을 통해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다가 존엄 있는 죽음으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까지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본 연구에서는 재산과 건강수명 간 관계까지는 분석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향후, 재산 수준과 건강수명 간에 유의미한 관계가 존재하는지를 타당성 높게 분석하여 노인일자리사업의 필요성을 좀 더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