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7호 통계리뷰

합계출산율 지표의 의미와 한계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합계출산율 #완결출산율 #인구문제
서론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여러 문제 중 정책적으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저출산 현상이다.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발표된 이래 중앙정부는 2021년까지 약 270조 원 정도 되는 예산을 출생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지출하였다. 지방정부의 저출산 관련 예산은 2009년에는 1조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8년에는 무려 4.5조 원으로 증가하였다. 전 국민에게 1인당 재난지원금을 100만 원 지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이 50조 원 정도인 점으로 미루어볼 때 지금까지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입한 예산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판단 때문인데 학계와 연구계 그리고 언론에서는 그 근거로 대부분 합계출산율 지표를 활용한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의 크기를 토대로 실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 그리고 향후 출산율이 증가할지 감소할지와 관련해서 타당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합계출산율이 실제 출산율을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특정한 전제 조건이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전제 조건이 만족하지 않으면 다른 지표를 활용하여 출산율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본 호에서는 합계출산율 지표의 의미와 한계점을 설명하고, 합계출산율 지표의 타당성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실제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현 상황 하에서는 합계출산율 지표의 타당성 조건이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고 완결출산율과 같은 다른 지표를 토대로 출산율 분석이 이루어져야 함을 피력하고자 한다.
합계출산율 지표의 의미
합계출산율의 정의는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동안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이다. 가임 기간은 국가가 처한 상황이나 지니고 있는 의학 기술의 발달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대개 15세에서 49세를 가임 기간으로 본다. t년도 시점의 합계출산율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다.
이 공식을 토대로 2022년 합계출산율이 도출되는 과정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22년에 15세인 여성 중 2022년에 자녀를 출산한 여성의 수 비율을 계산한다. 마찬가지로 2022년에 16세인 여성 중 2022년에 자녀를 출산한 여성의 수 비율을 계산한다. 이 비율을 49세 여성까지 연령별로 도출하고 도출된 모든 비율을 더하면 합계출산율이 도출된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은 대개 30세 이후에 자녀를 갖기 때문에 이 비율은 30대 때 가장 높게 나타나고 10대나 20대 그리고 40대에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합계출산율 지표의 타당성 조건
한 국가의 인구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두 명 정도의 자녀를 가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명 이하로 도출되어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가 소멸한다’ 등의 자극적인 문구가 언론 등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 지표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인구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합계출산율이 계산된 시점의 연령별 출산 행태가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합계출산율 지표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향후 출산율과 관련해서 타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현재 시점의 연령별 출산 행태가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전제가 만족해야 한다.
<그림 1> 합계출산율 지표의 타당성 조건
<그림 1>을 통해 합계출산율 지표의 타당성 조건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림을 보면 2000년 시점의 연령별 출산율이 제시되어 있는데 2000년 시점의 연령별 출산율을 다 더한 값이 바로 2000년의 합계출산율이다. 이렇게 도출되는 합계출산율을 토대로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과 관련한 타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가령 2000년에 25세인 여성의 2000년 이후 출산율이 2000년 시점의 다른 연령대 여성의 출산율과 유사하다는 전제가 만족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0년에 25세 여성의 출산율은 0.1명이고 30세 여성의 출산율은 0.3명인데 합계출산율이 한 국가의 출산율을 나타내는 타당한 지표가 되기 위해서는 2005년 시점에 30세인 여성의 출산율이 2000년 시점에 30세인 여성의 출산율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는 전제가 만족해야 한다.
<그림 2> 2000년 시점에 가정한 출산율 vs. 실제 출산율
실제로 이러한 전제 조건이 만족하는지를 2000년에 25세인 여성을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를 <그림 2>에 제시하였다. 그림에서 가로축은 2000년에 25세인 여성의 2000년 이후 시점의 연령을 가리킨다. 세로축은 2000년 시점에 ‘가정한’ 출산율과 2000년 이후에 관측된 실제 출산율 간의 차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퍼센트로 나타낸 것이다. 만약 2000년에 가정한 출산율과 실제 출산율이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한다면 그림에서 선이 0선 상에 위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2000년에 가정한 출산율과 실제 출산율 간의 불일치 정도가 굉장히 크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00년 시점에 25세인 여성은 2010년에 35세가 되는데 2000년 시점에 관측된 35세 여성의 출산율과 2010년 시점에 관측된 35세 여성의 출산율 간의 차이가 무려 80%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2000년에 비해 2010년에 약 80%나 더 많은 35세 여성이 자녀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3> 연도별 평균 초혼, 초산 연령
이처럼 현재 시점의 연령별 출산 행태가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전제 조건이 우리나라 상황 하에서는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합계출산율 지표를 토대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관련해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 지표의 한계는 학술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혼인 시점이나 출산 시점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합계출산율이 실제 출산 행태를 잘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 의해 밝혀져 있다. <그림 3>을 보면 실제 우리나라는 혼인 시점과 출산 시점이 지속적으로 늦어지고 있는데 이 이유로 인해 앞서 본 바와 같이 합계출산율에서 가정하고 있는 출산율과 실제 출산율 간의 괴리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완결출산율 지표 활용의 필요성
지금까지 합계출산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합계출산율을 토대로 실제 출산율과 관련해서 타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한 국가의 혼인이나 출산 시점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혼인과 출산 시점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전제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황 하에서는 합계출산율과 실제 출산율 간의 괴리가 매우 크게 나타날 확률이 크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실제 출산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타당성 높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를 활용해야 할까? 여러 인구학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는 코호트 완결출산율을 활용해서 출산율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코호트 완결출산율의 의미와 이 지표를 토대로 분석한 우리나라의 출산율 수준은 다음 호에서 다루고자 한다.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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