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 글에서는 중·고령자 삶의 질 향상의 핵심 영역인 노후 소득보장, 노동시장 참여, 사회참여 세 축을 중심으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세 국가의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노후 소득보장 제도가 적절한 수준의 소득을 제공하는가, 제도의 성격이 노동시장 참여에 어떠한 형태의 유인(incentive) 구조를 제공하는가는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역시 사회참여 수준과 방식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소득보장, 노동시장 참여, 사회참여의 세 축이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되고 상호작용하는지 총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은 소득보장, 인적자원 개발 및 일자리 창출, 사회참여 촉진을 위한 정책으로서 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김기태 외, 2020), 노후 소득보장체계가 취약하고 중·고령자의 사회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는 제도이다. 중·고령자의 소득보장, 노동시장 참여, 사회참여를 중심으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고령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한국의 제도 구성 방향에 대한 함의를 도출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의 중·장기적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시사점 역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를 통한 노후 소득보장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세 국가 모두 노인 빈곤율 수준이 매우 낮다. 특히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노인 빈곤율 수준이 가장 낮은데, 스웨덴의 경우 노인 빈곤율 수준이 다른 두 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소득불평등 역시 빈곤율과 유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스웨덴의 노인 빈곤율 및 소득불평등이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전체 인구 빈곤율이 다소 증가한데 비해 노인 빈곤율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소득불평등의 변화 추이 역시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스웨덴의 경우 65세 이상의 소득불평등 수준이 1990년대 중반 이후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체 인구 평균소득 대비 65세 이상 소득 비율을 살펴보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모두 80% 이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65%로 비교 대상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 소득의 원천별 비중을 살펴보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모두 공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고 근로소득의 비중이 낮은 편인데, 한국은 공적 이전소득의 비중이 낮고 이를 높은 비율의 근로소득이 대체하고 있다. 한국의 취약한 공적 노후소득보장 체계와 이로 인해 근로를 통해 소득을 보전해야 하는 한국 노인들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의 경우 국가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관대하고 높은 수준의 기초연금, 최저보장연금 등을 통해 노인 빈곤 및 소득불평등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고, 공적 소득비례연금, 직업연금, 민간 영역의 개인연금 등을 포함한 다층연금제도의 구성을 통해 높은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서 소득의 안정성 역시 보장하고 있다. 다만 최근 강도 높은 연금개혁을 실시하면서 중·고령자의 노동시장참여를 강조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노인 빈곤율 및 소득불평등이 다소 악화되는 추세이다.
<표1> 중·고령자 소득 관련 지표
중·고령자 노동시장 참여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세 국가의 55~64세 고용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고용률 수준이 매우 높고, 네덜란드는 고용률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는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통합이 강조되는 최근의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OECD, 2019). 65세 이상 고용률의 경우 국가별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데, 국가별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구성과 중·고령자에 대한 노동시장참여 유인 구조의 차이에서 주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세 국가 모두 65세 이상 고용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인데, 특히 스웨덴의 경우 다른 두 국가에 비해 고용률 수준이 높고 2000년대 이후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이 비교 대상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의 경우 법정 퇴직 연령과 실질 퇴직 연령이 65세 전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법정 퇴직 연령은 61세이나 실질 퇴직 연령은 72세를 넘어서고 있다. 중·고령자 고용의 성격 역시 국가별로 상당한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고령자 전체 고용 대비 임시직 고용(temporary employ ment) 비중을 살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55~64세의 경우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의 임시직 고용 비중은 상당히 낮은 편이나 한국은 2019년 기준 30%를 훨씬 넘어서는 등 임시직 고용의 비중이 매우 높다. 65세 이상의 경우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에서도 임시직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는데 덴마크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시직 비율을 보인다.
한국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고용의 70% 가량이 임시직 고용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즉,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과 달리 한국의 경우 50대 중반 이후에 이미 임시직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등 중·고령자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중·고령 근로자의 일자리 유지율 및 재고용률 측면에서도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높은 일자리 유지율, 낮은 수준의 재고용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비교 대상 국가들에 비해 재고용률이 매우 높은데, 2016년 기준 한국의 재고용률이 34%에 이르고 있는 반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는 5~1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를 포함한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촉진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OECD, 2019). 연금 수급연령 상향, 소득대체율 인하, 수급 지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보험 수리적 중립성 강화, 기대수명과 연금의 연동, 조기퇴직 연금을 통한 노동시장 조기퇴출 유인 제거 등을 포함한 공적 연금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연금 수급과 대체관계를 보일 수 있고, 노동시장 퇴출의 핵심 경로로 활용되어온 장애연금, 실업급여에 대한 자격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가별로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촉진을 위한 고용주 지원,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가능성 촉진 및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수단들을 도입 및 확대하고 있다.
<표2> 중·고령자 고용 관련 지표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사회참여
중·고령자의 사회참여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이 글에서는 자발적 결사체 참여를 포함하는 ‘자원봉사(volun teering)’활동에 초점을 두고 살펴본다. 중·고령자의 사회참여를 다루는 다수의 연구들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노화를 위한 핵심으로 자원봉사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사회참여와 관련된 정책적 개입 역시 대체로 자원봉사 활동의 영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유럽 국가들은 자원봉사, 특히 중·고령자 자원봉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지 않았고 자원봉사 촉진을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략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Jensen & Principi, 2014). 유럽 국가들의 경우 역사적, 자발적으로 존재해 온 조직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 활동이 조직화되고 이루어져왔으며, ‘복지국가 황금기’시기 동안 이타적 동기 중심의 전통적 자원봉사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데 불충분하고 비전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어 오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고령화와 함께 복지국가의 긴축 기조가 강해지고 공공-민간의 새로운 파트너십 및 복지혼합(welfare mix)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자원봉사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복지국가의 긴축 흐름과 함께 사회서비스 제공에 있어 민간 영역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강해지고 있으며, 타 연령대 자원봉사자에 비해 사회서비스 분야 자원봉사 참여 비율이 높은 중·고령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Angermann, 2011).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제도적, 정책적 차원에서 중·고령자의 자원봉사 참여를 촉진하고 유지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발달된 강한 시민사회 영역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자원봉사 참여율을 보이는 국가이며, 중·고령자의 경우도 이러한 추세를 따르고 있다. 관대하고 보편적인 복지국가가 발달되어 이타주의에 기반을 둔 전통적 자원봉사 영역(사회문제해결, 사회서비스 공급 등)보다 스포츠, 여가, 사회활동 등 ‘자기표현(self-expressed)’유형의 자원봉사 비중이 높다. 그러나 중·고령자 집단의 경우 타 연령층에 비해 돌봄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제공 영역의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 및 참여가 높은 편이다. 앞서 언급한 1980년대 이후 복지국가 감축, 복지혼합 등의 추세와 맞물려 사회서비스 제공 영역에서 자원봉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국가에서도 중·고령 자원봉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표3> 65세 이상 사회참여 비율 (2015)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대한 몇 가지 함의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는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관대하고 보편적인 복지국가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노후 소득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강한 전통과 역사적 맥락을 지닌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자원봉사 등 사회참여의 수준 역시 높은 편이며, 주로 무급, 자발성 등에 기초하여 활동이 이루어진다.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통합 및 참여가 강조되면서 중·고령자 고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노동시장 참여를 통해 경제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경우 다양한 정책적, 제도적 유인 및 지원을 통해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를 통한 노동시장 유지 및 통합이 가능하다. 즉, 복지국가(소득보장)-노동시장(고용)-시민사회(사회참여) 세 영역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작동하면서 높은 수준의 노인의 삶의 질로 연결되는 국가들이다.
세 국가의 경험은 복지국가-노동시장-사회참여 세 축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구성 및 발전 방향의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다양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소득보장, 일자리 창출 및 인력개발, 사회참여 강화 등 복합적인 목적 및 성격을 지닌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취약한 노후 소득보장제도로 인한 높은 노인 빈곤율, 낮은 수준의 사회참여, 불안정하고 취약한 중·고령자 노동시장 등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소득보장, 노동시장 참여, 사회참여의 성격이 혼재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조정과 변화는 필요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기초보장제도, 기초연금, 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공적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강화를 통해 적절한 수준의 소득보장을 제공하고, 고용 가능성이 높고 경제활동 참여를 원하는 중·고령자에게는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개입을 강화하여 민간 영역의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고용 가능성의 측면에서 민간 영역의 괜찮은 일자리 진입 및 경쟁이 어려운 중·고령자의 경우 사회적경제, 자활사업 등의 영역과 연계를 강화하고, 고용 가능성이 낮고 최소한의 소득보장이 필요하여 비자발적으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저소득층, 취약계층 중·고령자의 경우 시민서비스 형태의 노인봉사단 참여 또는 참여소득 형태의 급여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향후 이루어질 노후 소득보장제도의 확대와 연계하여 제도 및 프로그램의 지속적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시민서비스 형태의 노인봉사단 참여 또는 참여소득 형태로 급여 제공 방식을 전환하는 경우 근로자성 문제 등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에 내재된 다양한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예컨대 시민서비스 형태로 참여하는 중·고령 자원봉사자, 참여소득에 대한 조건 부과 형태의 자원봉사자의 경우 노동법 및 사회보장 관련 법 적용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연한 체계가 가능하다. 복지국가(소득보장)-노동시장(고용)-시민사회(사회참여)의 큰 틀에서 중·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제도 구성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거시적 방향 속에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표4>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의 소득보장-노동시장-사회참여(자원봉사) 체계
이영수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1) 이 글은 서정희, 신권철, 박경하, 이영수, 이한나, 조광자, 정승철. (2021).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개정(안) 연구』 4장 내용을 바탕으로 본 간행물의 목적에 맞게 요약하여 작성하였음.
참고문헌
•김기태 외 (2020).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 분석 (정책보고서 2020-06). 세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정희, 신권철, 박경하, 이영수, 이한나, 조광자, 정승철. (2021).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개정(안) 연구. 세종: 보건복지부.
•Angermann, A. (2011). Senior citizens and volunteering in the European Union. Berlin, Germany: German Association for Public and Private Welfare.
•Jensen, P. H., & Principi, A. (2014). Introduction: Enhancing volunteering in later life in Europe. In A. Principi, P. H. Jensen, G. Lamura(Eds.), In Active Ageing: Voluntary work by older people in Europe(pp.3-20). Bristol, UK: Policy Press.
•Martin, J. P. (2018). Live longer, work longer: The changing nature of the labour market for older workers in OECD countries (IZA DP No. 11510). Bonn, Germany: IZA.
•OECD (2019). Working better with age, Ageing and employment policies. Paris: OECD.
•Principi, A., Lamura, G., & Jensen, P. H.(2014). Conclusions: Enhancing volunteering by older people in Europe. In A. Principi, P. H. Jensen, & G. Lamura(Eds.), Active Ageing: Voluntary work by older people in Europe (pp. 315-342). Bristol, UK: Polic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