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정책문제 중 인구 고령화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 속도 또한 매우 빠른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의 연금이나 복지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효율적으로 타개하고자 우리나라 정부는 노인일자리사업을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2005년에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은 약 272억 원이었으나 2023년 시점에는 1조 5,400억 원 규모로 55배 증가하였다(<그림 1> 참조). 같은 기간 보건복지부 예산이 6배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은 사실로 미루어 판단해보면 얼마나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증진하는 노인일자리 정책은 국가 재정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소지가 매우 크다. 은퇴한 고령층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이 증가하며, 동시에 복지 수급과 같은 정부 의존도 또한 낮아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게 한다. 또한, 노인일자리 정책은 심리적·사회적 측면에서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경제적 자립은 노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우울증이나 사회적 고립 등 부정적 심리상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일자리에서 다양한 세대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고, 사회 전체의 통합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론적으로 예상되는 이러한 노인일자리 정책의 효과가 실제 창출되는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은 실증 연구가 수행되었다(이석원, 2008; 이지혜·황남희, 2019; 강소랑, 2016; 이석원, 허수정, 변재관, 2016; 박영미, 제갈돈, 김병규, 2016; 김문정, 김진, 백혜연, 김가원, 박병현, 성경하, 2021). 이들 연구에 따르면 노인일자리사업은 경제적·사회적·건강적 측면에서 실질적이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노인일자리 정책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효과성)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평가만으로는 노인일자리 정책의 규범적 당위성이나 이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예산 투입 대비 편익이 큰지에 대한 판단을 수행해야 한다. 비용편익분석은 정책 집행에 따른 총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양적으로 비교하여 예산의 효율성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방법론이다. 정책의 효과성이 커도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면, 자원의 배분 측면에서 그러한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반면, 비용편익분석 결과, 정책의 편익이 비용을 충분히 상회한다는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책당국이나 사회적 동의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효과성 분석만으로는 어떤 정책에 대한 규범적 정당성이나 투자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정책당국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책의 비용편익분석을 위해 다양한 방법론들이 개발되어 있는데 최근 재정학 연구에서 기존 비용편인분석 관련 여러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한 Marginal Value of Public Funds (MVPF)라는 방법론이 제시되었다(Finkelstein & Hendren, 2020; Hendren & Sprung-Keyser, 2020). MVPF 이론은 기존 비용편익분석보다 현실적이고 좀 더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기준을 제공하는데 이는 한정된 예산 배분, 사회적 동의 확보 및 정책 우선순위 설정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이론적·실무적 진전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MVPF는 다음과 같은 공식에 의해 계산한다.
위 식에서 분자의 가 가리키는 것은 정책이 개인에게 가져다주는 편익이다. 분모에 있는 는 정책에 투입된 정부 지출액이고 는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입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노인일자리 정책이 고령층의 소득을 평균적으로 월 200만 원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면 위 식에서 가 200이 된다. 만약 노인일자리 정책에 고령자 1인당 예산이 100만 원이 소요되었다고 한다면 위 식에서 는 100이다. 노인일자리 정책을 통해 고령자 1인당 월 200만 원이 증가하게 되었는데 세금을 통해 약 10% 정도를 정부가 거둬들인다고 한다면 위 식에서 는 20이 된다. 이런 수치 하에서 도출되는 MVPF는 다음과 같다.
2.5라는 수치는 노인일자리 정책에 정부가 1원을 지출하여 2.5원이라는 수입을 창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어떤 정책의 MVPF가 1보다 크면 클수록 그 정책에 1단위의 재정을 지출할 때 사회적 편익이 1단위 이상 발생하는 것을 뜻하므로 그러한 정책에 투자할수록 사회 전체가 이득을 보게 된다. 반면, MVPF가 1보다 작으면 작을수록 그 정책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한 정책에 대해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나 정책당국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다. 물론 어떤 정책을 집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는 효율성 측면뿐만 아니라 정책의 분배적 효과, 형평성 측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아무리 형평성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한다면 그러한 정첵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일자리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 정책의 MVPF를 추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위 식의 분자와 분모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타당한 추정값을 도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분자는 노인일자리 정책이 창출하는 편익인데 이론적으로 이는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 금액(williness to pay)으로 계산할 수 있다. 다만,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한 인과효과가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어 있다면 이 인과효과 값을 사용해서 분자의 추청지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림 2>에 제시되어 있는 결과는 한국 어르신의 일과 삶 패널 data를 통해 저자가 고정효과 모형을 통해 추정한 노인일자리 정책이 소득에 미친 효과이다. 그림에서 흰색 동그라미가 의미하는 것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집단의 연간 소득 평균이고 진한 동그라미는 사업에 참여한 집단의 연간 소득 평균이다. 결과를 보면, 두 집단의 소득 차이는 약 440만 원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노인일자리사업이 1인당 연평균 44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에서 진한 동그라미 위 아래로 그려져 있는 세로 선은 95% 신뢰구간을 의미하는데 이 신뢰구간이 가로 점선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것은 두 집단 간 소득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 수치가 노인일자리 정책이 소득에 미친 인과효과라고 한다면 분자는 440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분자에는 소득 효과뿐만 아니라 의료비 절감 등 다른 효과 또한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인일자리 정책의 실제 편익은 440보다 더 클 확률이 높고 440은 어떻게 보면 과소추정된 값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모를 추정하는 작업 또한 간단하지 않다. 분모에서 는 정책에 투입된 정부 지출액이기 때문에 비교적 명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림 3>에 제시되어 있는 결과는 노인일자리 참여자 1인당 지출된 예산의 연도별 추세인데, 2023년 기준 참여자 1인당 예산은 약 166만 원으로 나타났다. 즉, 는 166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분모의 를 추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선 직관적으로 노인일자리 정책을 통해 440만 원의 소득을 창출했다고 한다면 이 증대분에 대한 세수입이 가 된다. 를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세수입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건강 등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져 정부 의존율 감소 등을 통해 부수적인 비용이 절감될 수도 있다. 이렇게 도출한 추정값을 통해 노인일자리 정책의 MVPF를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위 식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노인일자리 정책의 MVPF는 최소 2.65 수준 이상인데 이는 노인일자리 정책에 투입된 예산 대비 최소 2.6배 이상의 편익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노인일자리 정책은 상당히 효율성이 높은 정책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좀 더 타당한 MVPF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노인일자리 정책의 다양한 편익을 분석하고 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노인일자리 정책을 통해 정부가 절감하게 되는 여러 비용을 분석하고 마찬가지로 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향후 노인일자리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첫째, 노인일자리 정책의 MVPF를 과학적으로 타당하게 도출하기 위해 정책의 다양한 인과효과를 식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익 추정이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도출되지 않으면 분자 추정값에 편의(bias)가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값을 토대로는 정책의 MVPF와 관련해서 타당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정책의 인과효과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혀진 무작위통제실험이나 준실험연구설계와 같은 방법론을 통해 노인일자리 정책의 순효과를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노인일자리 정책을 통해 정부가 장기적으로 어떤 비용을 절감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 또한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수행해서 MVPF의 분모값을 올바로 추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용편익분석이 타당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 그리고 재정 사용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회적 편익이 확실히 큰 곳에 정부 지출이 집중되므로,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정책 투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얻을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고령층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문헌
• 강소랑. (2016). 노인일자리사업의 사회·경제적 효과 연구. 정책분석평가학회보, 26(1): 109-138.
• 이지혜, 황남희. (2019). 노인일자리사업이 노인가구의 경제적 생활수준에 미치는 영향 분석: 소득과 소비 변화를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39(1): 11-38.
• 이석원, 허수정, 변재관. (2016).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의 사업특성에 따른 보건의료효과 분석.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8(2): 95-122.
• 박영미, 제갈돈, 김병규. (2016). 노인일자리사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참여유형과 참여기간을 중심으로. 지방정부연구, 20(1): 261-286.
• 김문정, 김진, 백혜연, 김가원, 박병현, 성경하. (2021). 2021 노인일자리사업 정책효과 분석 연구. 연구-기본-21-01.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Finkelstein, A., & Hendren, N. (2020). Welfare Analysis Meets Causal Inferenc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4(4): 146-167.
• Hendren, N., & Sprung-Keyser, B. (2020). A Unified Welfare Analysis of Government Policies.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5(3): 1209-1318.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