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연령 조정 논란이 있지만 현재 법적으로 노인은 65세부터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에 따르면 노인인구가 2030년이면 전체 국민의 25%를 넘어선다. 불과 7년 뒤 우리는 거리에서 만나는 4명 중 1명이 노인인 ‘노인시대’를 맞는다. OECD 국가 가운데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가 한국이다. 우리 사회가 이 노인시대에 대비해 얼마나 제대로 된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국가 미래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통계예측을 보면 2070년이면 노인인구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기 때문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물리적으로 64세와 65세는 연결된다. 지금 58세는 7년 뒤 법적 노인이 된다. 48세도 17년 뒤, 38세도 27년 뒤 노인이 된다. 노인시대에 대응한 국가과제는 특정 세대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인시대가 세대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노인정책은 이런 인식의 공감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노인 부담론 등으로 세대 갈등을 키워서도 안 된다. 앞으로 노인인구에 편입되는 세대는 재산소득의 증가세가 뚜렷해 노인빈곤율이 20% 초반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윤석명, 2022). 노인인구 증가가 사회적 재앙이 될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노인인력도 젊은이 못지않은 소중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노인정책의 핵심은 ‘일’이다. 노인의 일이 단순히 임금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얻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다.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 고갈이나 의료비 상승, 노인 빈곤이나 고독사 문제 등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는데 노인의 일보다 유효한 수단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보다 노인의 삶과 일을 먼저 다뤄온 선진국들이 노인의 근로 능력을 제고하고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인의 일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눠서 접근할 수 있다. 노인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일할 준비가 된 노인이 근로할 수 있는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도 정책 과제이다.
먼저 노인의 근로 능력에 대해 육체적·인지적 노화 또는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요즘은 60대 청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육체적·지적 능력이 유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산업의 확산은 이런 노인의 약점을 극복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산업현장과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전통적 개념의 ‘노동’의 의미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10㎏을 드는 능력이 근로의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고도로 복잡한 계산이나 분석을 해낼 지적 사고능력이 꼭 필요한 분야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미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자동차를 조립한다. AI가 번역하고 통계 기사를 작성하는 시대이다.
이는 노인이 사회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디지털산업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있다. 따라서 현재 단순한 업무 보조나 소일거리 수준에 있는 노인의 일자리 교육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전환할 준비를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앞으로 더 확대될 노인인구와 새로 편입되는 노인인구의 높은 교육 수준을 감안하면 노인일자리 교육의 질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노인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노인일자리 교육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교육으로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 노인은 이미 직업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기본 소양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디지털 지식을 쌓으면 된다. 디지털 산업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기계를 다루는 일은 유형별로 보다 세분화된다. 현재의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들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첨단디지털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검토할 수 있다.
노인일자리 교육은 필연적으로 사용자 또는 활동 수요처의 몫이다.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기관 단체에 맞춤형 교육을 할 기회를 제공하고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노인인력 재교육에 참여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노인일자리사업도 확대되고 안정화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노동부의 고령자 지역사회 서비스 고용프로그램(SCSEP)은 참고해 볼 만하다. 노인인력개발 기관의 주요 목표는 노인인력이 있어야 하는 사용자를 찾아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고령 근로자의 가치를 기업과 사회에 알려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전통적 관점에서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교육프로그램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미래 노인 세대를 위한 교육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여전히 노인일자리는 현실적 제약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학력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디지털 산업 시대가 가속화되는 현실에 맞춰 지금부터 대비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손균근
사단법인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